<사진=페이스북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최근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곤혹을 겪고 있는 페이스북에 대한 사용자들의 실망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SNS에 높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점차 떠나게 될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 국내 페이스북 이용시간 감소 추세 뚜렷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페이스북 해킹 사고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국내 사용자 계정은 총 3만4891개로 이중 성명, 이메일주소, 전화번호 등 기본정보뿐만 아니라 프로필 정보 및 타임라인 게시물, 친구목록 등 추가 정보까지 유출된 경우는 무려 1만9268개(전체 유출 계정의 55.2%)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이은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소식에 계정을 탈퇴하겠다는 국내 사용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페이스북 탈퇴를 결심했다는 누리꾼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해에도 중국에서 내 계정으로 접속했다는 소식을 듣고 비밀번호를 변경한 적이 있다”며 “어제 페이스북을 탈퇴했다. 반복된 사고 소식에 지쳤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의 탈퇴글을 소수 사용자들의 일시적 반발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국내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이용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발표됐기 때문.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페이스북의 월간 총 사용시간은 42억분으로 1년 새 24%나 감소했다. 여전히 국내 SNS 중 압도적인 사용시간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고려할 때 향후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사용시간을 줄이거나 탈퇴를 결심하는 원인이 단순히 개인정보 보안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피로감을 사용시간 감소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 누리꾼은 “처음 가입한 SNS가 페이스북이지만, 최근 가볍고 무의미한 소식들만 올라와 비활성화했다”며 광고글, 가짜뉴스 등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SNS 전반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사용시간 감소가 페이스북이 아닌 SNS 시장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인스타그램 등 신흥 SNS들의 점유율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지적이 페이스북 하락세를 전부 설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진=퓨리서치 홈페이지 갈무리>

◇ 미국 젊은 세대 페이스북 이탈 속출, 국내는?

페이스북 사용자의 감소 추세는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지난 5월29일~6월1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페이스북 사용자 중 42%가 지난 몇 주간 페이스북 사용을 중단했다고 응답했으며 26%는 페이스북 앱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SNS의 주 사용층인 젊은 세대가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18~29세 사용자 중 지난해 페이스북 앱을 삭제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4%로, 65세 이상(12%)의 네 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 또한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페이스북의 12~17세 사용자 중 9.9%가 감소했으며, 24세 이하로 확대할 경우 약 280만명이 페이스북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이마케터는 10~20대의 페이스북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올해 18~24세 연령층 페이스북 사용자의 5.8%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젊은 세대가 앞장서서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는 미국 현지의 분석은 국내 SNS 시장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페이스북이 이미 중장년층의 SNS로 자리매김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10~20대 사용자들이 주된 페이스북 사용층이기 때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윤화 부연구위원이 지난 6월 발표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추이 및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0대,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는 페이스북으로 각각 57.2%, 48.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등 2위권 SNS의 10~20대 점유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중장년층의 경우 카카오스토리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30대는 페이스북(35.6%)에 근소한 차이로 뒤진 2위(32.4%)를 기록하고 있지만 40대(43.6%), 50대(50.9%), 60대(62.2%)는 페이스북의 3~4배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젊은 세대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페이스북이 압도적인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은 10~20대의 대표적 SNS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시작된 젊은 세대의 페이스북 이탈 현상이 국내까지 확산될 경우 페이스북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달 28일 해킹 소식을 발표한 이후 168.64달러에서 15일 153.52달러로 약 9 수직 하락했다.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이 10~20대의 페이스북 이탈에 기름을 붇게 된다면 향후 국내 SNS 시장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젊은 세대를 붙잡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구시대의 추억으로 전락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