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거대 IT기업들의 조세회피 문제가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매출 공개 등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한 해외 IT기업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연합 등에서 검토되고 있는 ‘구글세’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10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과 데미안 여관 야오 페이스북코리아 대표가 출석해 조세회피 및 망사용료 문제와 관련해 국회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기업 내부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존 리 사장은 구글코리아의 국내 매출 규모 및 결제구조에 대한 질문에 “잘 알지 못한다”며 “영업기밀을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국내 캐시서버가 몇 개인지, 왜 한국에는 데이터 서버를 설치하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결코 세금회피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야오 대표 또한 국내 매출 규모 등의 질문에 대해 리 사장과 마찬가지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등 해외 거대 IT 기업이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그에 따르는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은 수 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이태희 국민대학교 교수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이 2017년 국내에서 올린 매출은 무려 4조92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해당 자료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APAC(아시아태평양) 지역 재무제표를 분석한 것으로, 한국이 APAC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통해 역산한 것이다.  이 수치는 이미 구글이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매출액을 추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구글은 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매출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해진 네이버 총수가 구글의 조세회피 문제를 지적하자 구글코리아가 “국내 세법을 준수하고 있다”며 반박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세무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다.

구글이 국내에서 조세회피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데이터 서버를 법인세가 낮은 싱가포르에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구글플레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애플리케이션 매출은 모두 싱가포르에 위치한 구글아시아퍼시픽의 매출로 잡힌다. 애플의 앱스토어나 페이스북의 매출도 마찬가지로 법인세가 낮은 국가에 설립한 해외 법인의 매출로 잡히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구글이 한국에 데이터 서버를 설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 나온 것 또한 이런 맥락이다. 한국의 경우 서버를 과세 대상인 고정 사업장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국내에 구글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경우 막대한 법인세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구글은 한국에 비해 5% 가량 법인세가 낮은 싱가포르에 데이터 서버를 두고 있다.

또한 구체적인 매출 규모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구글, 애플 등의 해외 IT 기업들의 국내 법인은 대부분 유한회사로 실적 공시의 의무가 없다. 현행법 상에는 주식회사에 대해서만 외부 감사를 받을 의무가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유한회사의 공시 의무를 추가한 외감법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자산 규모나 직원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구글세’의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구글은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싱가포르로 이전시킨 것처럼, 유럽에서도 수익을 법인세 규정이 가벼운 아일랜드로 이전시켜 조세를 회피해왔다. 하지만 영국에서 지난 2015년 우회이익세(Diverted Profits Tax)를 도입해 구글의 2005~2014년 영국 내 수익에 대해 1억3000만 파운드의 세금을 물리면서 유럽 내에서 구글세 도입 분위기가 확산됐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도 구글 광고수익에 도움을 준 컨텐츠 제공자에게 로열티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한국의 경우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어, 구글의 국내 데이터 서버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필수적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유발하는 문제점을 규제하기 위해 고정 사업장 개념을 확대하고, 국내 서버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방안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한편 답변에 나선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구글의 경우 사업자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서 올린 연간 매출은 2600억원이지만, 전문가들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3조~5조원에 달한다"면서 "현재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와 협력해 외국기업의 과세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합동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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