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파리모터쇼가 프랑스의 '뽀르뜨 드 베르사유 빠리 엑스뽀 " 박람회장에서 지난 10월 4일 개막했다. 파리모터쇼는 2년마다 개최되며, 이 모터쇼가 개최되지 않는 해에는 독일의 관문인 프랑크푸르트에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개최된다. 올해의 파리모토쇼에는 200여개의 업체가 참가하여 '고성능'과 ' 친환경'을 키워드로 다양한 신차들을 선보였다. 이글에서는 프랑스 파리 모터쇼에 소개된 제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기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파리모터쇼 현장. <사진 = 뉴시스>

자율주행과 친환경자동차의 약진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르노이다. 필자는 얼마전 프랑스 대사 ‘파비아 페논’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는 강대국 프랑스의 이미지와는 달리 르노의 실용적인 차량을 이용하고 있었다. 르노는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자율주행기술 4단계를 구현한 'EZ-ULTIMO'라는 자율주행차량을 선보였다. 흔히 말하는 자율주행의 1단계는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이탈경보장치의 수준이다. 2단계는 운전자가 전방은 주시하지만 운전대와 페달을 이용하지 않는 단계를 의미한다. 3단계는 제한적 상황에서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단계로, 3단계에서 운전자는 독서가 가능하다. 자율주행 4단계는 모든 상황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4단계에서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별도로 통제센터의 제어를 받아 차량을 컨트롤하는 것도 가능하다. 르노의 자율주행차량은 이미 스마트폰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불러서 차량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한 4단계 수준에 도달했다.

이미 10년전부터 보편화된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쟁도 눈여겨볼 만했다. 과거 승용차에만 적용되었던 하이브리드 기술이 SUV로 옮겨온 것이 이번 전시회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이다. 프랑스의 시트로엥은 C5에어크로스라는 SUV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였다. 도요타는 이미 1997년 프리우스라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이며, 전세계에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하여 관련 시장의 선구자가 되었다. 필자가 수년전 실리콘밸리에서 요세미티로 이동할 때, 렌트카 업체는 충분히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으므로, 다소 렌트비가 비싸더라도 프리우스를 선택할 것을 권유했다. 도요타가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승용차인 야리스, 코롤라, 캠리와 SUV인 RAV4까지 모든 차종에서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만 출품하며 관련 시장에서 돌풍을 예고했다.

전기자동차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라고도 할 수 있는 인피니티는 아예 전기차브랜드로 탈바꿈하고 있다. 인피니티는 2021년 이후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한 차량의 생산을 중단하고 모든 차량을 전동화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인피니티는 파리 모터쇼에서는 전기자동차인 '프로젝트 블랙' 시제품을 출시했다. 프랑스의 또 다른 자동차 브랜드인 푸조의 경우 한번충전으로 무려 600km를 주행할 수 있는 e-레전드를 출시하며,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선전을 다짐했다.

인피니티가 전차종 전동화계획을 발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첨단 자동차 기술은 세빗(Cebit), CES나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와 같은 전기나 전자전시회에서 먼저 소개된다. 그래서인지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 모터소의 인기는 예전과 같지 않았다. 폴크스바겐, 볼보, 삐아뜨, GM, 포드, 크라이슬러, 닛산 등과 같은 전통적인 단골출품자들이 모두 이번 전시회에 불참했다. 그래서인지 파리모터쇼가 점점 유럽차들의 안방잔치가 되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증가하고 있다.

 

현대 기아차의 유럽 현지 전략

현대기아자동차는 현지에서 인기있는 i30 패스트백N과 수소전기차 넥쇼, 아이오닉 시리즈를 선보였다. 필자도 10여년전 프랑스에서 현대자동차의 i30을 운전했는데, 그 후 현대차의 해치백 스타일은 유럽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유럽인들도 이제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로 관심을 옮기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기아차는 신형 자동차 프로씨드와 함께 '니로' 시리즈 전기차들을 공개했다.

기아자동차의 신차는 IT강국의 차량답게 실내에 8인치 터치스크린을 장착하였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지원한다. 기아자동차는 유럽 진출을 위해 이미 슬로바키아 질리나에서 2006년부터 자체공장을 운영 중이다. 슬로바키아는 2009년 성공적으로 유로존에 가입하여, 유로화를 사용하면서 주변국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2007년 체코의 오스트라바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여 현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슬로바키아와 체코공장의 가동으로 유럽에서 연구개발, 생산, 판매, 마케팅, 사후관리를 모두 현지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현대차는 환경을 위하여 체코 공장부지에 있던 1,100여그루의 나무를 모두 옮겨 심었고, 그 중 2그루를 제외한 모든 나무를 살려내어 환경보존에 대한 현지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과거 대우자동차의 베트남 생산기지를 인수했던 베트남 자동차 완성업체인 '빈 패스트'도 파리모터쇼에 출품하여 많은 유럽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독일자동차들에 탑재된 첨단기술

BMW는 최근 주행중 화재로 국내에서 악평을 얻었지만, 뮌헨의 올림피아 파르크에 있는 BMW 박물관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파리모터쇼에 등장한 BMW의 뉴3시리즈는 도심 주행시 보행자나 자전거를 감지하고 경고를 발행하는 기능이 기본사양으로 탑재되었고, ‘인텔리전트 퍼스널어시스턴트’라는 음성인식 시스템이 내장되어 인공지능 기술에 한걸음 다가갔다. 아우디의 일부 차종의 네비게이션은 운전자의 과거운행습관을 학습하여 최적의 주행루트를 선택하도록 진화되었다. 폴크스바겐은 이번 파리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티구안 등 최신 차량은 이미 보행자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 경고를 발생시키며 긴급제동을 보조할 수 있는 보행자 모니터링을 가지고 있다.

고급차들로 인식되는 독일의 차량들도 전기차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보다 진화된 전기차 EQC를 출품했고, 아우디도 전기차 'e트론'을 선보였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출가스조작사건과 계속되는 차량화재로 이미지를 구겼다. 하지만 여전히 독일자동차산업협회(VAD)가 첨단 스마트카 등의 분야 표준화로드맵을 설정하면, 관련 로드맵들이 손쉽게 국제표준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독일차량의 전세계적인 영향력은 큰 편이다. 유럽에서는 독일에 인접한 스위스의 추크(Zug)시가 가상화폐 밸리로 각광을 받으면서 자동차와 가상화폐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예를들면 긴급구호차량에게 길을 양보하면 국가가 가상화폐코인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방식 등이 그 사례이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전기자동차가 확대되면 암호화화폐는 차량의 자율충전이나 차량공유에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자동차가 점점 복잡한 기계라기보다는 가전제품처럼 해석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내비간트리서치에 의하면 2025년 겨우 4%의 차량만이 자율주행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2035년에는 70%의 차량이 자율주행기능을 가진다고 한다.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은 자동차 제조사들의 또 다른 위기로 해석되고 있다.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가 새로운 주인을 찾아 이동하고,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하면 현재 생산되는 차량의 10%만으로 모든 운행수요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자동차 시장은 줄어들 수도 있지만, 자율주행차량과 친환경차량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자 하는 차량 제조사들의 경쟁은 오늘도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필자 약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