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이메일이 단초 제공, 언론 편향 보도도 갈등 키워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전경. <사진=연세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연세대학교가 신촌·원주캠퍼스 통합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학교 측에서 통합 논의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소통 부재로 시작된 논란으로 인해 학생들만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는 지난달 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평가’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지정됐다. 역량강화대학으로 지정될 경우 정원의 10%를 감축할 것이 권고되며, 일반재정 또한 정원감축을 조건으로 할 때만 일부 지급받을 수 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면서 원주캠퍼스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김용학 연세대학교 총장은 지난달 27일 원주캠퍼스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문제는 해당 이메일에 포함된 “신촌캠퍼스와의 중복학과 해소를 통해 장기적으로 본교·분교체제에서 ‘one university, multi-campus’(하나의 대학, 복수 캠퍼스)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문장이다. 이 문장이 신촌·원주캠퍼스를 통합하겠다는 뜻으로 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지면서, 학교 측은 또다시 거센 비난에 휘말리게 됐다.

논란이 악화되자 신현윤 연세대학교 원주혁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위 회의에서 ‘통합’이라는 단어의 ‘통’자도 언급된 바가 없다”며 해명에 나섰다. 신 위원장은 이어 “신촌캠퍼스, 재단과의 교류 활성화가 언급되긴 했지만 본-분교 통합에 대한 말은 나오지 않았다”며 “만약 통합을 추진한다고 해도 절차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나의 대학, 복수 캠퍼스’라는 표현이 불러온 파장은 이미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해당 이메일 내용이 밝혀진 뒤 신촌캠퍼스 학생들의 토론장인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계정에는 다양한 반대의견이 올라왔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의 독단적인 행정이 문제라며 소통부재를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한 학생은 “신촌·원주 간 캠퍼스 통합이라는 사안 자체가 옳은 결정이든 옳지 못한 결정이든 간에 이런 방식으로 결정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송도캠퍼스 신설 등의 사안에 비추어 볼 때 여태껏 학생의 의견 자체가 받아들여진 적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원주캠퍼스에 대한 날선 비난 댓글을 달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 2일 대나무숲에는 원주캠퍼스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한 학생이 통합을 바란 적이 없다며 같은 연세인으로서 서로 상처를 주지 말자는 취지의 글을 올렸으나, 해당 글에는 “우리만큼의 노력도 없이 똑같은 결과 날로 먹으려는 도둑놈 심보”, “연대코인 떡락하는 소리가 들린다”, “가짜 연세인 하려고 원세대 간 것 아니냐”는 등의 비하댓글이 달렸다.

통합 논란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원주캠퍼스 학생들이 입은 상처도 작지 않다. 원주캠퍼스 대나무숲 페이스북 계정에는 지난 1일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희는 절대 먼저 통합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신촌캠 학생들 당신 선배이신 총장님이 먼저 하신 이야기”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해결 방안으로 통합을 제시하셨는데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를 준 것도 아니고 이 해결 방안을 우리가 걷어 차면 앞으로 어떤 미래가 있을지 상상이 안 되는 현실”이라며 “따지고 싶으시면 먼저 통합 얘기를 꺼내신 총장님께 따지라. 애꿎은 우리 학우들 비난하지 말고”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학생들 간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진 데는 일부 학생들의 지적대로 학교 측의 소통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원주캠퍼스 학생들에게 보낸 총장의 이메일이 신촌캠퍼스 학생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 ‘하나의 대학, 복수 캠퍼스’라는 표현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부족했다는 점에서 학교 측이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여러 언론에서 이번 사안을 신촌·원주캠퍼스 학생들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면서 학생들간의 감정싸움이 부풀려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원주캠퍼스 통합 논란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보도는 “신촌캠퍼스 학생들이 분노한 이유”, “신촌·원주 통합설, 학생들 ‘부글부글’”, “신촌·원주 통합? 구성원 갈등 비화” 등 사태의 본질을 학생들 간의 갈등으로 왜곡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번 통합 논란의 핵심은 양 캠퍼스의 갈등이라기보다는 원주캠퍼스의 ‘역량강화대학’ 지정을 초래한 부실한 학교 운영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에 가깝다. 

하지만 한국대학신문이 지난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원주캠퍼스 주요 보직자들은 지난 7월 11일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임기가 7월 31일로 만료되는 경우여서 사실상 책임을 진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한 총무처장, 교무처장, 연구처장 등의 주요 보직자들도 8월 1일자로 연임을 시작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진행된 통합 논의로 학생들만 상처를 입게 된 셈이다.

한편 신촌·원주캠퍼스 학생들은 각각 학교 측에 의견을 전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신촌캠퍼스와 원주캠퍼스 통합에 관한 이슈에 대해 학교 관계부처와의 면담을 앞두고 있다”며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원주캠퍼스 총학생회 또한 지난 4일에 이어 오는 10일 학생 대토론회를 열고 학교 정상화를 위한 대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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