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어

뉴 밀레니엄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중 하나로 추앙받고 있는 존 메이어의 대표곡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2006년)는 현재 미국 지도층의 부도덕에 대한 불만을 표시함과 동시에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기엔 너무도 힘이 부족한 젊은 세대의 무기력감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비록 세상이 엉망으로 돌아가고 있고 아무 해답도 없어 보이지만, 구세대가 물러가고 도덕적 흠집이 덜한 젊은이들이 힘을 갖게 되면 분명 세상은 훨씬 더 나아질 거라는 순진한 희망을 드러낸다.

언젠가 젊은이들이 권력을 갖게 된 후에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자세는 얼핏 보기엔 무책임함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우리에겐 일어나 이 잘못된 세상을 이길만한 아무런 방법이 없는 듯해요.”(We just feel like we don't have the means to rise above and beat it.)란 가사에서 알 수 있듯 메이어는 어차피 현재 권력을 지닌 자들에 의해 지구촌의 모든 일들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비롯한 젊은이들에겐 훗날을 기약하는 것 외에 특별히 다른 방도가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면서 은근히 2006년 당시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 주니어에게 화살을 돌리며 미국 정부에 대한 지독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 우린 이 세상과 지도자들의 모든 잘못된 점들을 보고 있어요.”(Now we see everything that's going wrong with the world and those who lead it.)가 바로 그 부분이다. 메이어는 이 노래가 부시를 직접적으로 엿 먹이기 위해 만든 노래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처럼 결정적인 가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바보가 아닌 이상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세상에 대한 비판은 그릇된 지도자에 의해 자행되는 권력의 오용과 남용뿐만 아니라 전쟁과 언론조작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진다. “만약 우리에게 우리 이웃을 전쟁터로부터 돌아오게 할 힘이 있다면 그들은 절대로 크리스마스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Now if we had the power to bring our neighbors home from war, they would have never missed a Christmas.)에서 메이어는 분명 권력을 가지 자가 그것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못하면, 수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다고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군인들이 크리스마스 때에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 말이다.

이 노래에서 가장 절박하게 반전을 부르짖는 부분은 “더 이상 문에 걸린 리본도 없겠지요.”(No more ribbons on their door.)이다. 전쟁터에서 죽은 병사의 부고가 가족에게 전달되고,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리본이 문에 걸린다. 하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 아빠를 잃은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할 수 없다. 고로 전쟁은 무조건 멈춰야하는 것이다.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는 비록 지금 세상을 개선할만한 힘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분명 지금 젊은이들이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건 아니라고 항변한다. “우리가 무관심한 건 아닙니다. 우린 단지 싸움이 정당하지 않다는 걸 알 뿐입니다.”(It's not that we don't care. We just know that the fight ain't fair.) 

노래는 또한 훗날을 대비하기 위해 권력의 앵무새인 언론에 의해 조종당하지 않도록 항상 깨어있을 것을 촉구하기도 한다. “그들이 정보를 소유하면, 마음대로 왜곡할 겁니다.”(Because when they own the information, they can bend it all they want.)

그렇다면 메이어의 희망처럼 젊은 세대가 세상을 이끄는 때가 오면 수많은 문제들이 해결되고, 드디어 모두가 소망하는 인류평화는 실현될 수 있을 건인가? 역사를 되짚어볼 때 전망은 지극히 비관적이다.

이 곡이 세상에 빛을 보기 40여 년 전 사랑과 평화, 반전을 외치며 공동체의 세상이 오리라 믿었던 히피세대의 기대도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었던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은 결국 나중에는 메이어가 비판하고 있는 추악한 미국식 자본주의와 패권주의의 앞잡이들이 되었다.

고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가 이끌었던 그룹 임프레션스(the Impressions)의 1965년 곡 'People get ready'와 코드 진행도 거의 비슷하지만, 분명 메시지 면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두 노래의 제목을 섞으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나온다. “세상의 변화를 기다리며, 사람들이여 준비하게.”(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 People get ready)

 

 

--------------------------------------------------------------------------------------


Me and all my friends 
We're all misunderstood 
They say we stand for nothing and 
There's no way we ever could 

그들은 나와 내 친구들에 대해
오핼 하고 있어요
그들은 우리가 아무 주장도 없고
앞으로 계속 그럴 것이라고 말하죠

Now we see everything that's going wrong 
With the world and those who lead it 
We just feel like we don't have the means 
To rise above and beat it 

지금 우린 이 세상과 지도자들의
모든 잘못된 점들을 보고 있어요
우리에겐 일어나 이 잘못된 세상을 이길만한
아무런 방법이 없는 듯해요

So we keep waiting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We keep on waiting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그래서 우린 그저
세상이 바뀌길 기다릴 뿐입니다. 
우린 그저
세상이 바뀌길 기다릴 뿐입니다. 

It's hard to beat the system 
When we're standing at a distance 
So we keep waiting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그 안에 들어있지 않은 상태로
체제를 이기는 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우린 그저
세상이 바뀌길 기다릴 뿐입니다. 

Now if we had the power 
To bring our neighbors home from war 
They would have never missed a Christmas 
No more ribbons on their door 
And when you trust your television 
What you get is what you got 
Cause when they own the information, oh 
They can bend it all they want 

만약 우리에게
우리 이웃을 전쟁터로부터 돌아오게 할 힘이 있다면
그들은 절대로 크리스마스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더 이상 문에 걸린 리본도 없겠지요
텔레비전을 믿는다면
새로 얻을 건 아무 것도 없어요
그들이 정보를 소유하면
마음대로 왜곡할겁니다

It's not that we don't care, 
We just know that the fight ain't fair 
So we keep on waiting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우리가 무관심한 건 아닙니다.
우린 단지 싸움이 정당하지 않다는 걸 알 뿐입니다
그래서 우린 그저
세상이 바뀌길 기다릴 뿐입니다.

One day our generation 
Is gonna rule the population 
So we keep on waiting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 

언젠가는 우리 세대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우린 그저
세상이 바뀌길 기다릴 뿐입니다.

 

 

 

 

--------------------------------------------------------------------------------------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와 같은 경우 'to wait on' 대신 대부분 'to wait for'를 쓴다. 물론 두 가지 모두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기다리다'라는 뜻인데, 왠지 'wait on'은 조금 더 수동적인 느낌이 강하며 주로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손님이 식사할 때 시중을 드는 것을 말한다. 식당에서 'wait on'하는 사람을 웨이터(waiter)라고 부르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정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다'라고 할 때에는 거의 대부분 'wait for'를 쓴다. 하지만 새로운 사랑, 혹은 새로운 친구 등 미지의 인물을 만나길 기대하는 경우에는 'wait on'을 쓸 수도 있다. '친구가 될 수 있는 여성을 기다리다'라는 의미가 담긴 록그룹 롤링 스톤스의 노래 제목 'Waiting on a friend'(1981년)처럼 말이다. 만약 말 그대로 '이미 알고 있는 친구를 기다리다'라고 했다면 'waiting for a friend'라고 했을 것이다.

“We just feel like we don't have the means.”에서 'means'는 '...를 뜻하다'란 의미의 동사 'mean'과는 거리가 먼 명사로 크게 두 가지 의미로 나뉜다. 첫째는 '방법이나 수단'이고, 둘째는 '수입이나 부를 바탕으로 한 능력'이다. 각각의 경우를 살펴보자.
1. Twitter is a new means of communication. (트위터는 새로운 소통의 수단이다.)
2. The country doesn't have the means to feed its people. (나라가 국민을 먹여 살릴 능력이 없다.)

재력가, 흑은 재산가를 'a man of means'라고 한다. 'Means'가 포함돼 자주 쓰이는 표현 중에 '절대 ...이 아닌'이란 뜻의 'by no means'가 있다. “Barack Obama is by no means an incompetent president.”라면 “버락 오바마는 결코 무능한 대통령이 아니다.”란 말이다. 반대 개념으로 'by all means'는 '무슨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혹은 '그 어느 경우라도'란 뜻이 된다. 두 가지 예를 살펴보자.
1. We have to defend the nation by all menas. (우린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나라를 지켜야 한다.)
2. Do you mind if I take a look around? By all means. (한 번 둘러봐도 돼요? 그럼, 되고말고.)

“It's hard to beat the system.'에서 'beat'는 명사로는 '박자', '맥박', 등을 뜻하는데 동사로는 훨씬 더 다양하게 쓰인다. '이기다', '능가하다', '피하다', '때리다', '맥박이 뛰다' 등으로 사용되는 경우들을 예를 들어보자.
1. He beat me by two point. (그가 2점차로 날 이겼다.)
2. Nothing beats naengmyeon in summertime. (여름에 냉면만한 게 없다.)
3. She left her office early to beat the traffic.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그녀는 일찍 무실에서 떠났다.)
4. An infant girl was beaten to death by her stepmother. (젖먹이 여아가 계모에게 맞아 사망했다.)
5. His heart was still beating when he was pulled out of water. (물 밖으로 끌려 나왔을 때 그의 맥박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No more ribbons on their door.”(더 이상의 문에 걸린 리본도 없겠지요.)에서 '문에 걸린 리본'은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을 상징한다. 이 노래에서는 미군으로 전쟁터에 나갔다가 죽어 돌아온 자들을 뜻한다.

“They can bend it all they want.”에서 'bend'는 원 단어의 의미인 '굽히다', '구부리다', '방향을 틀다' 등과는 조금 다르게 '왜곡하다', 혹은 '그릇되게 적용하다'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to bend the rule'(규칙을 올바르지 않게 적용하다), 'to bend the truth'(진실을 왜곡하다)' 등의 표현이 있다. 명사로 'bend'는 '굽은 길이나 물길'을 말한다. 예를 들어 'around the bend'라고 하면 '굽은 길가에서'가 된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