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 < 레미제라블 >의 작가 빅트르 위고의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헌신은 절대적이다. 살아서 자식을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하는 자식사랑은 죽어 저 세상에 가서도 결코 변함이 없나보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어머니 메리(Mother Mary)도 분명 그런 어머니 중 하나일 것이다.

비틀스가 종말을 향해 치달을 무렵, 홀연히 아들의 꿈에 나타난 메리는 그에게 삶의 지혜와 무한한 위로를 전한다. 명곡 중의 명곡 'Let it be'의 노랫말을 통해 메리는 아들 매카트니에게 너무 주어진 상황을 바꾸려 애쓰지 말고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 White Album >(1968년) 녹음 당시 비틀스 멤버간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나마 변덕스런 네 멤버들을 잘 중재했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Brian Epstein)이 사망함에 따라 마치 선장을 잃은 배처럼 비틀스는 표류하기 시작했다. 애플 레코드사를 비롯한 애플 그룹의 운영도 비틀스 멤버들에겐 커다란 스트레스가 됐다. 이로 인해 비롯된 오해와 불만은 서서히 비틀스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이미 2년 이상 공연을 하지 못한 비틀스는 서로간의 골이 너무 깊어짐에 따라 레코딩에서조차도 거의 협연을 이루지 못했다. 네 멤버는 서로의 꼴을 보지 않기 위해 따로따로 레코딩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예를 들어 존 레논(John Lennon)이 자신의 보컬과 기타 연주를 미리 녹음해 두면, 나중에 폴 매카트니가 나타나 자신의 파트를 첨가하는 방식으로 녹음이 진행되었다. 때로는 아예 다른 스튜디오에서 다른 엔지니어와 작업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마치 둑이 터지듯 다른 수많은 문제들이 비틀스를 위협하고 있었다. 레논의 삶에 새로이 등장한 여인 요코 오노(Yoko Ono)는 다른 멤버들의 공적이었다. 이로 인해 레논과 매카트니가 다투고, 이들의 계속되는 싸움에 인내심을 잃은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은 둘과 차례로 설전을 벌였다. 급기야는 셋의 눈치를 보는 것에 짜증이 난 링고 스타(Ringo Starr)가 잠시 그룹을 탈퇴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Dear prudence'의 녹음 때 매카트니가 공석이 된 링고 스타의 자리를 메우기도 했다. 이런 비틀스의 모습에 프로듀서 조지 마틴(George Martin)은 절망했고, 앨범 < Revolver >(1966년)에서부터 동고동락한 엔지니어 저프 에머릭(Geoff Emerick)은 아예 레코딩을 포기한 채 스튜디오를 떠나버렸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매카트니는 비틀스의 관계회복을 위해서는 공연활동을 재개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만 되면 멤버간의 관계도 개선되고, 음악적으로도 한층 진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그의 생각은 다른 멤버들의 반대로 곧바로 벽에 부딪혔다. 특히 이미 밥 딜런과의 협연 등으로 다른 음악적 탈출구를 마련한 조지 해리슨의 저항이 가장 거셌다.

절망에 빠졌던 매카트니는 어느 날 밤 꿈에서 어머니 메리를 만났다. 의기소침해 있는 아들에게 그녀는 “다 괜찮아질 거야. 그러니까 그냥 내버려 둬.”(It will be all right, so just let it be.)라며 위로했다. 너무도 사실 적인 느낌의 꿈. 그 꿈속에 등장한 어머니로부터 큰 위안을 받은 매카트니는 깨어나자마자 곧바로 곡을 썼다.

메리는 아들 매카트니가 14살일 때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마지막으로 메리를 본 건 병원에서였다. 매카트니 말에 의하면 그날 메리는 가슴으로부터 많은 양의 피를 흘렸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어린 그에게 메리가 유방절단수술을 받았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매카트니가 기억하는 어머니 메리는 산부인과 병동 간호사로 이웃에게 매우 친절한 여인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겨울 새벽 2-3시에도 조산(助産)을 위해 불평 한 마디 없이 자전거로 눈길을 달리곤 했다. 슬픈 사실은 매카트니의 아내 린다(Linda)도 1998년 시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녀의 장례식에서 들려졌던 곡이 바로 'Let It Be'이다. 

마지막으로 존 레논은 이 노래에 흐르는 기독교적 정서를 매우 경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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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내가 고통의 시간 속에 있을 때
어머니 메리가 내게 다가와
지혜의 말씀을 던져줍니다, 렛 잇 비.

And in my hour of darkness
She is standing right in front of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나의 어둠의 시간에
그녀는 내 앞에 서서
지혜의 말씀을 던져줍니다, 렛 잇 비.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렛 잇 비, 렛 잇 비
렛 잇 비, 렛 잇 비
지혜의 말씀을 속삭입니다, 렛 잇 비

And when the broken hearted people
Living in the world agre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마음에 상처 입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때
그들은 답을 얻게 될 거예요, 렛 잇 비

For though they may be parted
There is still a chance that they will se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그들이 흩어지게 되더라도
그들은 깨달을 수 있을 거예요
그들은 답을 얻게 될 거예요, 렛 잇 비

And when the night is cloudy 
There is a light that shines on me
Shine until tomorrow, let it be

매우 흐린 밤에도
나를 비추는 빛이 있지요
그 빛은 내일까지 빛날 거예요, 렛 잇 비

I wake up to the sound of music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음악을 들으며 깨어날 때
어머니 메리가 내게 다가와
지혜의 말씀을 던져줍니다, 렛 잇 비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렛 잇 비, 렛 잇 비
렛 잇 비, 렛 잇 비
그들은 답을 얻게 될 거예요, 렛 잇 비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렛 잇 비, 렛 잇 비
렛 잇 비, 렛 잇 비
지혜의 말씀을 속삭입니다, 렛 잇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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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매카트니가 'Let it be' 가사에 등장하는 메리가 자신이 어머니라고 해도, 분명 성모 마리아(Mother Mary)까지 염두에 두고 썼음을 부인하기는 힘들 듯하다. 우선 매카트니가 영세를 받은 바 있는 천주교도란 것이 이 주장에 신뢰성을 더한다. 

그리고 영어를 쓰는 서양 사람들도 부모의 이름(first name)을 마구 편안하게 부르지 않는다는 것과 레논이 이 곡의 종교적 분위기를 비웃은 사실까지 종합해보면 'Mother Mary'는 분명 '어머니 메리'와 '성모 마리아'를 모두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십중팔구 매카트니는 자신의 어머니 이름이 성모 마리아와 일치하는 것을 노랫말에 적극 활용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매카트니가 'Let it be'를 기독교적 신앙을 표현하기위해 썼다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 물론 듣는 자의 해석에 따라 매카트니의 의도와 상관없이 종교적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성모 마리아'의 뜻으로는 'Mother Mary'보다는 'Saint Mary', 혹은 'the Virgin Mary', 'the Blessed Virgin Mary', 'Mary, Mother of Jesus' 등이 더 많이 쓰인다. 신약성서에 따르면 메리는 나사렛 여인으로 신의 뜻에 따라 처녀의 몸으로 예수를 낳았다고 한다. 영어권에선 마리아(Maria)라고 하지 않고 메리라고 부른다. 불어로는 Marie.

'In times of trouble'은 어려울 때를 뜻한다. 그러니까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은 “내가 곤경, 혹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를 뜻한다. 인간은 역경에 처했을 때 다양한 노력을 통해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한다. 예를 살펴보자.

1. Whenever she finds herself in times of trouble, she always prays to God. (역경에 처할 때면 그녀는 신에게 기도를 한다.)
2. When Tom was in trouble with large gambling debts, he turned to her mother for help. (탐은 큰 도박 빚을 졌을 때 어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3. Even if you find yourself having trouble sleeping, it's not wise to use sleeping pills every night. You should use them only for a short period of time. (불면증에 시달리더라도, 메일 밤 수면제를 복용하는 건 현명치 못하다. 수면제는 단기간만 복용해야 한다.)

'In my hour of darkness'는 '어둠의 시간, 즉 고통스러운 때'를 뜻한다. 'in the hours of happiness' 는 '행복의 시간', 'in the hours of loneliness'는 '외로움의 시간', 'in the hours of weariness'는 '권태로움의 시간'이다.

“For though they may be parted.”에서 'part'는 '헤어지다', '갈라서다'라는 동사의 과거형이다. 명사로는 '부분', '일부', 그리고 '음악의 파트', '영화 등에서의 배역'을 뜻한다. '헤어지다'로 쓰이는 경우의 예를 살펴보자.

1. The couple next door had recently parted on bad term. (옆 집 부부가 최근 매우 안 좋게 헤어졌다.)
2 I, Chul Soo, take you, Young Hee, for my lawful wife, to have and to hold, from this day forward, for better, for worse, for richer, for poorer, in sickness and in health, until death do us part. (나 철수는 당신 영희를 나의 아내로 맞이하며 오늘 이후로 좋거나 나쁘거나,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아끼고 감싸줄 것을 맹세합니다.) 영어로 된 혼인서약이다.

너무 여러 차례 반복되는 “Let it be.”를 연이어 “그냥 내버려 둬.”라고 쓰는 게 너무 민망해서 그냥 영어 발음대로 “렛 잇 비.”라고 썼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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