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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잼(Pearl Jam) ‘Jeremy’
  • 이무영 영화감독
  • 승인 2018.11.0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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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잼

펄 잼의 음악 대부분은 모두가 드러내길 꺼려하는 세상의 모순을 이야기한다. 'Daughter'는 학습장애로 고통 받는 아이의 가정 얘기고, 'Better Man'은 여성 파트너에 대한 학대와 폭력을 고발한 노래다. 물론 그 어떤 예술도 세상을 구원할 수 없듯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하지만, 펄 잼은 꾸준히 부조리한 삶의 거미줄을 고발함과 동시에 그 안에 갇힌 자들을 향해 측은지심을 전한다.

펄 잼의 메이저 데뷔작 < Ten >(1991년)의 최고 히트곡 'Jeremy'는 대한민국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 내 '왕따'의 얘기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총기소유가 자유롭지 못한 국가라서 안심이지만, 미국의 경우 왕따를 당하는 청소년들이 총기를 들고 등교, 선생과 학우들을 향해 마구 쏘아대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Jeremy'의 주인공 제레미는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버림받은 불쌍한 아이다. 모두에게 손가락질 당함으로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제레미는 마음속으로 스스로 창조한 자신만의 우주 속에서 살아간다. 그 안에서만큼 그는 힘없는 왕따가 아니라 사악한 폭군이다. 그는 그 세상 속에서 그를 조롱하는 자들과 세상을 향해 복수의 칼을 간다.

밴드의 보컬 에디 베더(Eddie Vedder)가 노랫말을 쓴 'Jeremy'는 두 가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나는 1991년 1월8일 미국 텍사스 주에서 발생한 제레미 웨이드 델(Jeremy Wade Delle)의 학교 내 자살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베더가 5학년이었을 때 해양학실에 들어가 총을 난사한 브라이언이란 학우의 얘기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얼마 전 베더는 브라이언과 싸운 적이 있다.

댈러스에서 리처드슨 고교로 전학 온 제레미는 항상 슬픈척하는 말없는 소년이었다고 한다. 물론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 운명의 그날 지각으로 수업을 빼먹은 제레미는 학교 사무실에 가서 사유서에 서명을 받아오라는 여선생 페이 바넷(Fay Barnett)의 꾸중을 듣고 나갔다. 그런데 얼마 후 돌아온 그의 손에는 총이 들려있었다.

제레미는 바넷 선생에게 "Miss, I got what I really went for."(내가 진짜 가져오려던 걸 갖고 왔어요.)라고 한 후 곧바로 총구를 목으로 향하게 한 후 방아쇠를 당겼다. 제레미가 세상을 떠난 후 그가 정신적인 문제로 카운슬링을 받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이 사건의 보도를 통해 큰 충격을 받은 베더는 “무언가를 표현해야 할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2009년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신문 한 구석에서 기사를 읽었다.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는데, 고작 그 결과는 신문에 몇 자 기록되는 것뿐이다. 그렇게 해봤자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내가 죽어도, 세상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통쾌한 복수는 묵묵히 살아가며 나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다. 나를 괴롭히는 놈들보다 강해지는 것, 그것이 진짜 복수다.”


하지만 이런 비극적 사건이 재발치 않기를 소원하는 베더의 의도와 달리 'Jeremy'는 발표 직후부터 청소년들의 총기사용과 자살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특히 뮤직비디오 마지막에 주인공 제레미가 입안에 총구를 집어넣는 장면은 주된 공격의 이유가 됐다. 펄 잼은 어쩔 수 없이 그 장면을 삭제한 대체용 비디오를 내놓아야만 했다. 그런데 제레미의 자살을 암시하는 장면이 빠지고 바로 다음에 교실이 피바다를 이룬 장면이 붙자 마치 제레미가 학우들을 향해 총을 쏘아댄 것처럼 보이는 어이없는 결과를 낳았다. 

이때의 충격으로 펄 잼은 1998년 'Do the evolution' 발표까지 7년 동안 그 어느 곡도 뮤직비디오를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사실은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93년 MTV 뮤직비디오 비디오 시상식에서 그해 '최고의 뮤직비디오' 등 무려 네 개 부문에 걸쳐 트로피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Jeremy'에 대한 핍박은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에도 계속됐다. 학교에서 총격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단골로 도마 위에 오른 이 곡은 1999년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 대학살이 일어난 후 철퇴를 맞았다. 이 곡에 '최고의 뮤직비디오' 트로피를 안겼던 MTV는 'Jeremy'의 뮤직비디오를 아예 방송 플레이리스트(playlist)에서 제외시켰다. 요즘도 심야에만 전파를 탄다.

아티스트는 세상의 돌아가는 모습을 자신들의 작품에 투영한다. 이로 인해 그들이 욕을 먹는다면 이는 극히 부당한 일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어려운 주제를 용기 있게 표현한 펄 잼에게 돌아온 대가는 참으로 가혹했다. 왕따는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어디나 존재한다. 이들을 향해 아무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 중 누군가는 또 다른 무시무시한 제레미가 되어 복수의 칼을 들고 사회를 향해, 그리고 그 비겁한 구성원들을 향해 달려들 것이다. 에디 베더는 무대 위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제레미 웨이드 델에 대한 부채의식을 느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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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home drawing pictures
Of mountain tops
With him on top
Lemon yellow sun
Arms raised in a V
Dead lay in pools of maroon below

집에서 산꼭대기
그림을 그린다
놈은 그 산의 맨 위에 있다
레몬처럼 노란 태양
두 팔을 브이(V) 모양으로 벌리고
저 아래 밤색의 수영장에 시체가 누워있다

* Daddy didn't give attention
To the fact that mommy didn't care
King Jeremy the wicked
Ruled his world

아버진 관심이 없었다
엄마가 신경 쓰지 않는 것에 대해
사악한 왕 제레미는
그의 세상을 지배했다

Jeremy spoke in class today
Jeremy spoke in class today

제레미가 오늘 반에서 말을 했다
제레미가 오늘 반에서 말을 했다

Clearly I remember
Pickin' on the boy
Seemed a harmless little fuck
But we unleashed a lion
Gnashed his teeth
And bit the recess lady's breast

난 정확히 기억한다
그 녀석을 못살게 굴었던 것을
아무도 해치지 못할 것 같은 그를
하지만 우린 사자를 풀어놓았다
놈은 이를 갈다가
여선생의 젖을 물어뜯었다

How could I forget
He hit me with a surprise left
My jaw left hurting
Dropped wide open
Just like the day
Like the day I heard

어떻게 잊으랴
놈이 갑작스럽게 왼손으로 날 때렸다
내 턱은 한동안 얼얼했다
무방비로 주저앉았다
그날처럼
내가 들었던 그날처럼

* repeat 

Jeremy spoke in class today
Jeremy spoke in class today
Try to forget this
Try to erase this
From the blackboard 

제레미가 오늘 반에서 말을 했다
제레미가 오늘 반에서 말을 했다
이걸 지우려한다
이걸 지우려한다
칠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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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Jeremy the wicked, ruled his world."는 제레미가 왕이 되어 그의 세상을 지배한다기보다는 그가 만든, 자기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주어 후에 'the'와 형용사가 붙으면 '...한 누구', 혹은 '...한 그것' 등의 뜻이 된다. 예를 들어 'King Jeremy the wicked'가 아니라 'King Jeremy the good-hearted'라면 '사악한 왕 제레미'가 아니라 '온순한 왕 제레미'가 된다. 

'Jeremy'는 '눈물의 예언자'로 알려진 구약성서의 인물 예레미야(Jeremiah, 영어발음은 제러마야)가 변형된 이름이다. 지난 1970년대 후반에는 가장 인기 있는 사내아이 이름 14위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1백 위 밖으로 밀려나 있다. “Jeremy spoke in class today.”(제레미가 오늘 반에서 말을 했다.)는 실제로 제레미 웨이드 델이 자살 직전 남긴 말(“내가 진짜 가져오려던 걸 갖고 왔어요.”)일 수도 있고, 학우들 앞에서 입안에다 청구를 넣고 방아쇠를 당긴 행위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Picking on the boy'에서 'to pick on'은 드물게 '뽑다', 혹은 '선택하다' 등 긍정적인 뜻으로 쓰이지만 대체적으로는 '괴롭히다', '비난하다', '집적대다' 등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 예문을 만들어 보자.
1. All the students in school picked on the boy. (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소년을 괴롭혔다.
2. Stop picking on me! (날 그만 괴롭혀!)

'Fuck'은 '성교하다', '성교' 등의 의미로 미국에서 금기시되는 단어다. 그렇기 때문에 앨범 < Ten>에 실린 스튜디오 버전에는 'fuck'이 들어있으나, 방송용 음반에는 삭제(omit)돼 있다. 하지만 'fuck'은 정말 다양한 의미로 많이 쓰인다. '성교하다'를 제외한 동사로 쓰이는 다른 경우들을 살펴보자.
1. Why do you always try to fuck me? (왜 항상 내게 못되게 구는 거야?)
2. They fucked him up pretty good last night. (지난밤 놈들이 그를 꽤 심하게 작살냈다.)
3. I fucked up completely on my midterm exam. (난 중간고사를 완전히 망쳤어.)
4. Quit fucking around! (지랄 좀 그만 해!)

'Fuck'은 명사로도 다양하게 쓰인다. 'A harmless little fuck'에서 'fuck''은 '시시한 존재'란 뜻이다. 섹스상대로 굉장히 매력적인 대상도 'fuck'이라고 한다. "I don't give a fuck."은 “난 전혀 신경 안 쓴다.”는 말이다. 그냥 감탄사로 "Fuck!"은 “제기랄!” 정도의 의미이고, 매우 화가 나서 상대방에게 "Fuck you."라고 하면 우리말로도 센 욕이 될 것이다. 'Recess lady'를 가사에서 편의상 그냥 '여선생'으로 번역해놓았지만, 실상은 학과를 지도하는 선생은 아니다. 그냥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싸우거나 사고치지 않도록 감시/감독하는 학교직원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And the boy was something that mommy wouldn't wear.”에서 'wear'는 주로 옷과 모자, 신발, 장갑 등을 입다, '쓰다', '신다', '끼다' 등의 뜻으로 쓰이지만 다른 경우도 허다하다. 우선 이 노래가사에서 'wear'가 사용되는 형태가 가장 독특하다. 서양에서는 결혼할 때 신부가 신랑의 성을 'wear'한다고 한다. 즉 신부가 신랑의 성을 따른다는 것이다.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의 1980년 곡 'I wanna marry you' 중에 “I'd be proud if you would wear my name.”이란 가사가 있다. 결혼을 하면서 “당신이 내 이름(성)을 입어준다면, 다른 말로 따라준다면 나는 자랑스럽소.”란 말이다. 그러니까 'Jeremy'의 가사에서 엄마가 아들을 'wear'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들을 받아들이려하지 않았다,” 또는 “아들을 못마땅하고 부끄럽게 여겼다.”는 뜻이다. 달리 사용되는 예를 보자.
1. You must wear seatbelt while you're driving. (운전할 때 꼭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
2. She always wears her hair long. (그녀는 항 상 긴 머리다.)
3. The sheets are wearing thin slowly. (침대 시트가 천천히 낡아지고 있다.)
4. Stop wearing that sad look on your face. (그 슬픈 표정 좀 짓지 마.)

"Try to erase this from the blackboard."(칠판에서 이걸 지우려한다.)에서 지우려한다는 것이 혹시 칠판에 튄 제레미의 핏자국이 아닐까 생각하니 매우 섬뜩하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이무영 영화감독  kntimes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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