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즈

지난 1960년대 대표적 사이키델릭 록 그룹인 도어즈(Doors)의 최고 히트곡 'Light my fire'는 얼핏 보기에 단순한 사랑노래인 듯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히피세대의 약물과 프리섹스 문화, 그리고 지독한 허무감을 광란의 몸부림으로 탈피하려는 당시 젊은이들의 모습과 사회상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Light my fire'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이 노래가 도어즈의 핵심인 짐 모리슨(Jim Morrison)의 작사, 작곡으로 완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노래 대부분을 만든 사람은 기타리스트 로비 크리거(Robbie Krieger)이다. 이 곡에 관한 모리슨은 공헌은 “The time to hesitate is through."로 시작되는 2절 가사뿐이다. 물론 솔직히 모리슨이 쓴 2절이 1절보다 문학적으로 더 깊이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사를 보면 1, 2절 모두에서 섹스와 약물에 집착하는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최고의 황홀경을 맛보기 위해 약물을 활용하고 밤이 새도록 섹스를 하자는 얘기다. 'Light my fire'라는 표현은 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대마초에 불을 붙여야 하거나 프리섹스를 위해 상대방을 꼬드길 때 일상적으로 썼던 말이다.

물론 약물과 섹스를 즐기며 광란의 밤을 지새우자는 내용면에서는 같지만, 그 표현방식에 있어 모리슨의 2절 가사에는 평범한 크리거의 1절 가사와 달리 염세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아무리 안간힘을 다해도 삶은 유한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절박한' 심정으로 충만하게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늘밤 최상의 황홀경을 맛보든 우물쭈물하다 기회를 놓치든 결국 화장에 쓰이는 장작더미처럼 불타 사라져버리는 게 인생이란 얘기다.

화장과는 거리가 먼 서양인으로서 'funeral pyre'(화장용 장작더미)를 거론한 것으로 보아 모리슨도 1960년대 인도철학이나 불교에 심취했던 다른 아티스트들과 마찬가지로 동양적 세계관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크리거가 'Light my fire'를 물과 불, 공기, 지구 등 4대 주제를 바탕으로 가사를 썼다고 말한 것도 이 노래 속에 담긴 동양사상의 흔적을 말해준다.

음악면에서는 기타가 주를 이루는 보통의 록음악과 달리 인트로에서부터 피아노가 빛을 발한다. 특히 중간에 3분 이상 전개되는 레이 맨저렉(Ray Manzarek)의 피아노와 크리거의 기타는 아직도 록음악 팬들에게 최고의 협연으로 추앙되고 있다. 맨저렉은 나중에 이 협연이 재즈 색소포니스트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My favorite things'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처음 이 곡이 나왔을 때 도어즈는 무려 7분이 넘는 러닝타임 때문에 라디오 방송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결국 도어즈는 굴복했고, 대부분의 연주 파트가 삭제된 3분미만의 싱글이 발표됐다. 결과는 기대 이상의 대박이었다. 1967년 3주 연속 빌보드 팝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단숨에 도어즈는 '브리티시 인배이전'(British Invasion)에 대항할 미국의 대표그룹으로 떠올랐다. 처음에 'Light my fire'를 좋아했던 모리슨은 모두가 이 곡에만 열광하는 분위기 때문에 점차 경멸하게 됐다고 한다.

'Light my fire'에 담긴 약물에 관한 노골적 표현으로 인해 도어즈는 곤경을 겪기도 했다. 스타등용문인 TV 프로그램 에드 설리번 쇼(Ed Sullivan Show)에 출연했을 때 모리슨은 “Girl, we couldn't get much higher.”를 다른 가사로 대체하기로 약속했다가 이를 지키지 않고 그대로 불렀다. 불같이 화가 난 설리번은 TV공연 후 도어즈 멤버들과의 악수를 거부했고, 총 7회로 예정됐던 추후 출연도 모두 무산됐다.

1968년에는 모리슨이 유럽으로 출타한 사이 다른 멤버들이 뷰익(Buick) 자동차 광고음악으로 이 곡을 7만5천 달러에 팔았다가 계약이 파기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뷰익은 “Come on baby, light my fire."를 Come on Buick, light my fire."로 개사해서 오펠(Opel)차 광고에 쓰려고 했다. 이를 알게 된 모리슨은 만약 광고가 나갈 경우 본인이 직접 TV에 출연해서 오펠 자동차를 야구방망이로 때려 부수겠다고 협박했고 결국 계약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이후 모리슨은 다른 멤버들을 푼돈에 자존심을 팔아버린 자들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라틴팝 가수인 호세 펠리치아노(Jose Feliciano)의 리메이크 버전 'Light My Fire'(68년)는 빌보드 팝 싱글 차트 3위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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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know that it would be untrue 
You know that I would be a liar 
If I was to say to you 
Girl, we couldn't get much higher 

당신도 그것이 사실이 아닌 걸 알지요
내가 거짓말쟁이가 되겠지요
만약 당신에게
우리가 더 큰 황홀감을 맞볼 수 없을 거라고 했다면 

Come on baby, light my fire 
Come on baby, light my fire 
Try to set the night on fire 

내 사랑이여, 나의 불을 피워주오
내 사랑이여, 나의 불을 피워주오
이 밤을 불살라주오 

The time to hesitate is through 
No time to wallow in the mire 
Try now we can only lose 
And our love become a funeral pyre 

더 이상 우물쭈물할 시간은 다 지나갔어요 
더 이상 이 진흙탕에서 뒹굴 시간이 없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우린 결국 쓰러지고
우리 사랑은 죽은 몸을 불태울 장작더미가 될 거요 

Come on baby, light my fire 
Come on baby, light my fire 
Try to set the night on fire 
Try to set the night on fire 

내 사랑이여, 나의 불을 피워주오
내 사랑이여, 나의 불을 피워주오
이 밤을 불살라주오 
이 밤을 불살라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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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I was to say to you.”는 문법상 매끄럽지 않은 표현이다. 'If'가 등장하는 가정법 과거에서는 'I' 다음이라 하더라도 항상 be동사를 'was'가 아니라 'were'로 써야 한다. 비욘세(Beyonce Knowles)의 노래 중 'If I were a boy'가 바로 이 경우이다. '만약 내가 사내아이(남자)라면'이란 뜻이다. 

물론 이것이 문법상 원칙이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 'was'와 'were'가 혼용되기도 한다. Elton John의 노래 'Your song'에 'If I was a sculptor'(내가 조각가라면)란 가사가 나온다. 올바른 표현이 되려면 당연히 'If I were'로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대화의 경우 오히려 'was'가 더 많이 쓰이는 추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예를 보도록 하자.
1. If I were in your shoes, I would get a job right now. (내가 지금 네 처지라면 당장 일자리를 찾겠다.)
2. If I were to become very rich, I would buy you a diamond ring. (내가 부자가 된다면 네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줄게.)

“Girl, we couldn't get much higher.”에서 'to get high'는 원래 '무언가에 몰두하다'는 말이지만 대부분은 '무언가에 취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물론 약물에 취하는 경우일 것이다. 미국 대도시 커다란 공원 같은 곳에서 대마초(marijuana)나 코케인(코카인은 매우 잘못된 발음), 헤로인 등을 파는 밀매꾼들이 있다. 그들이 행인들에게 접근할 때 대체적으로 이렇게 말문을 연다. “Do you want to get high?”(약에 취해 기분이 좋아지고 싶으냐?)라며 품에서 대마초나 '강렬한 마약'(hard drug)을 꺼내 보여준다. 약물이나 술에 완전히 취해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은 'to get wasted'라고 표현한다.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기는 것은 'blacked out'이라고 하고, 기절하는 것은 'passed out'이라고 한다.

'Light a fire'는 '불을 지피다', '불을 피우다'는 뜻이다. 라이터나 성냥이 없을 경우 “Do you have a match?”, 혹은 “Do you have a lighter?”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냥 “Do you have a light?”라고 하면 성냥이든 라이터든 아무 거나 달라는 말이 된다. “Light me a cigarette.”는 “담뱃불을 직접 붙여 달라.”는 말이다. 


'To set something on fire”는 “무언가를 불태운다.”는 말이다. 보기를 통해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보자. 
1. They set her on fire, because they believed she was a witch. (그녀가 마녀라고 생각한 그들은 그녀를 불태웠다.)
2. The police found out that the building was set on fire deliberately. (경찰은 건물에 발생한 화재가 의도적인 것임을 알아냈다.)

“The time to hesitate is through.”에서 'hesitate'는 “확신이 서지 않기에, 혹은 염려 때문에 망설이거나 주저하다”는 뜻이다. 형용사형은 'hesitant'이다. 예를 들어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다면, “Don't hesitate to tell her that you love her.”(망설이지 말고 그녀에게 사랑하다고 말해라.)고 조언할 수 있을 것이다.

'Through'는 '사이로', '통하여', '통과하여', '...까지'등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be동사 바로 뒤에 쓰이면 거의 대부분 어떤 일이나 사람관계가 끝나는 경우를 말한다. 이 두 가지 경우만 예를 들어본다.
1. We'll be through soon. (우리 곧 끝날 거야.)
2. Finally, they were through as lovers. (결국 연인으로서 그들의 관계는 끝났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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