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팝송 중 'Smells Like Teen Spirit'처럼 노랫말이 모호하고, 해석에 따라 의미의 차이가 큰 노래를 찾긴 힘들 듯하다.

'Teen spirit'은 메넨(Mennen)사에서 생산한 십대들을 위한 냄새제거제다. 이 제품과 노래의 탄생은 91년 초반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이 제품을 염두에 두고 노래를 만든 건 결코 아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노래의 폭풍 같은 인기에 힘입어 'Teen spirit'은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한때는 미국 십대소녀 중 25퍼센트 정도가 이 제품을 사용했다. 코베인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는 매우 언짢아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Teen spirit'은 정확히 무엇일까? 가사의 흐름으로 보아 약물, 혹은 '섹스', 또는 십대들의 섹스와 약물에 대한 환상과 좌절 정도로 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확하다 할 수 없다. 죽은 코베인의 뇌 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한 누구도 정확히 그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코베인은 항상 이해할 수 없는 노랫말을 즐겨 썼다. 그는 모두가 다 자신의 의도를 아는 것을 원치 않았다. 어쩌면 아무 의미도 없는 애매모호한 말을 늘어놓고는 사람들이 그 해석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는 걸 즐겼는지도 모른다. 이런 그의 성향은 그가 죽기 직전 벽에 썼던 낙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Nobody will ever know my intention."(아무도 나의 의도를 모를 것이다.)

맞다. 아무도 그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Teen spirit'이 무얼 뜻하든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노래가 기성세대인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에게 배반감을 느낀 X세대의 무관심과 냉소에 관한 노래라는 것이다. 사랑과 평화, 공동체 정신을 추구했던 히피시대의 베이비부머들은 결국 미국의 자본주의를 더욱 확고히 하는데 앞장선 세대가 돼버렸다.

아마도 'Teen spirit'을 통한 코베인의 의도는 'Team spirit'에 대한 저항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Team spirit'(팀 정신)에 내포된 '규격화', '획일화'에 대한 1990년대 젊은이들의 부정적인 의식을 'Teen spirit'(십대 정신)으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 

“Load up on guns, bring your friends. It's fun to lose, and to pretend."는 얼핏 보기에 십대들의 폭력적 성향과 과격한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X세대 젊은이들이 항상 말썽을 일으키려하고, 폭력적이라고 믿는 기성세대에 대한 조소로 보인다. 이 노랫말에서 'To lose'는 '총알이 발사된 혼돈의 상황'을 말하는 듯하다.

흑백혼혈(mulatto)과 색소 결핍(albino), 모기(mosquito)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90년대를 관통하는 철저한 자기비하의 철학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소수자들(minorities)에 대한 세상의 부정적 시선을 비판함과 동시에 그들의 존재를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 '나의 욕망'(My libido)은 섹스나 약물을 탐닉하고픈 십대들의 욕구를 얘기한다. 

“Here we are now. Entertain us.”는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며 실증을 잘 내는 젊은 세대의 무료함을 드러낸다. “I feel stupid and contagious.”는 또래 친구들로부터 소외되지 않기 위해 바보짓을 저지르는 십대의 연약함을 뜻한다. 더 세밀하게 말하자면 피임에 관한 무지와 호기로 성병과 에이즈 감염의 위험에 스스로를 노출케 하는 십대들의 바보스러움을 얘기한다. 

“Whatever, nevermind.”는 무슨 말을 하다가 말문이 막히거나, 더 이상 대화를 지속하고 싶지 않을 때, 또는 상대방이 어찌 생각하든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취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 노래에선 기성세대와 십대 사이 '소통의 단절', 혹은 '집중력 결핍' 정도를 뜻하는 게 아닌가 한다. 그냥 단순하게 곧 발표될 앨범 제목이 [Nevermind]이기 때문에 그냥 사용했을 수도 있다.

'Smells Like Teen Spirit'의 성공으로 사람들이 마치 자신을 X세대의 상징인 것처럼 치켜세우는 데 대해 코베인은 지독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어느 한 개인이 한 세대를 대변한다는 건 헛소리(bogus)다. 나는 나 자신을 대변할 뿐이다. 나도 아무런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나도 혼돈 속에 있다.”

“Smells Like Teen Spirit'의 성공은 90년대 초 급작스런 경제적 불황으로 곤경에 처한 미국의 시대적 상황에 잘 맞아떨어졌다. 일자리를 찾기 힘든 젊은이들은 우울했고, 허무감에 빠져 있었다. 부모 세대에 대한 배반감은 극도의 울분으로 이어졌고, 워랜트(Warrant)의 'Cherry Pie'와 같은 사탕발림 록음악은 그들의 상처를 달래기에 역부족이었다. 

중량감 넘치는 베이스라인과 파괴적인 기타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원시적 에너지, 논리적 모순으로 점철된 노랫말은 젊은 세대의 심장과 라디오, MTV를 순식간에 정복했다. 'Smells Like Teen Spirit'은 아나키적 혼돈을 추구하는 태도로 인해 순식간에 전복의 노래로, 혁명의 노래로 추앙됐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코베인은 X세대의 대변인이 됐고, 이는 결국 이 위대한 뮤지션의 목숨을 재촉하는 재앙이 돼버리고 말았다.

성공의 허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던 코베인은 'Smells Like Teen Spirit'으로 너비나가 메이저 스타덤에 오른 지 채 삼 년도 되지 않았던 94년 4월 8일, 엽총자살로 짧은 삶을 마감했다.


Load up on guns and bring your friends
It's fun to lose and to pretend 
She's over bored and self assured 
Oh no, I know a dirty word 
Hello, hello, hello, how low? (x3) 
Hello, hello, hello! 

총을 장전하고 친구들을 데려와 
무너지고, 속이는 건 참 재미있지
그 계집앤 매우 따분해하고, 콧대가 높아
난 더러운 말을 알지
헬로, 헬로, 헬로, 얼마나 저속해?
헬로, 헬로, 헬로

With the lights out, it's less dangerous 
Here we are now, entertain us 
I feel stupid and contagious 
Here we are now, entertain us 
A mulatto, an albino, a mosquito, my libido 

불이 꺼지면 좀 더 안전해
우리 여기 있으니 즐겁게 해봐
난 바보고 전염 됐어
우리 여기 있으니 즐겁게 해봐
흑백혼혈, 색소 결핍, 모기, 나의 성적 욕망

I'm worse at what I do best 
And for this gift I feel blessed 
Our little group has always been 
And always will until the end 

난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을 더 못해
이 재능에 대해 감사해하지
우린 항상 그랬었고
세상 끝 날까지 그럴 거야

And I forget just why I taste 
Oh yeah, I guess it makes me smile 
I found it hard, it was hard to find 
Oh well, whatever, nevermind 

내가 왜 맛을 봐야하는지 잊곤 하지
그것이 날 웃게 만들어
그걸 찾는 게 매우 힘들었어.
뭐, 어찌 됐든 신경 쓰지 마

Hello, hello, hello, how low? 
Hello, hello, hello! 



'총을 장전하라'고 할 때는 'load up on guns.'라고 하지만, '총알을 채웠다.'고 할 때는 'guns are loaded.'라고 한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1. Load up the refrigerator to save energy.(에너지절약을 위해 냉장고를 가득 채워라.)
The refrigerator is loaded. (냉장고가 가득 채워졌다.)

2. Load up the truck with shipments.(수송물품을 트럭에 채워라.)
The truck is loaded with shipments.(수송물품으로 트럭이 가득 채워졌다.)
'Loaded'는 '많은', 혹은 '가득한 등의 형용사로도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He is loaded.'라고 하면 '그는 어마어마한 부자다'란 말이다. 'Ice-creams loaded with calories'는 '칼로리가 가득한 아이스크림들'이란 뜻이다. 총알이 가득 담긴 총은 'A loaded gun', 필름을 담은 카메라는 'A loaded camera'이다.

“Here we are now, entertain us.”에서 'entertain'은 '즐겁게 하다'라는 뜻이지만, 오히려 '접대하다'라는 의미로 더 많이 활용된다. 차이를 보자.

1. Steve entertained us for hours with his hilarious jokes.(스티브는 우스꽝스러운 조크로 여러 시간 우리를 즐겁게 했다.)

2. I'm going to entertain my friends to a barbecue party this Saturday.(난 이번 토요일 내 친구들을 바비큐 파티로 접대할 거야.)

계획이나 생각, 희망, 의심 등을 마음에 품을 때도 'entertain'을 쓴다. 희망을 품는다면, 'To entertain a hope', 의심을 품으면 'To entertain a doubt'이라고 하면 된다. 무언가가 'Very entertaining'하다면 '매우 흥미롭다'는 말이다.

'Blessed'는 주로 '신성한', 또는 '복 받은' 등의 의미로 쓰인다. 가장 많이 쓰이는 'The Blessed Virgin Mary'는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 유명한 성경 구절이다. 마태복음 5장 3절.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심령이 가나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뭐가 됐든', 혹은 '어째 됐든' 등의 의미로 쓰이는 'whatever'도 잘 알아두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데이트를 할 때 남자가 여자에게 “What would you want to do?"(너 뭐하고 싶어?)라고 물었을 경우 'Whatever."로 대답하면 '아무 것이나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What would you want to do?"(너 어디 가고 싶어?)라고 물었을 경우 'Wherever."로 대답했다면 '아무 데나 가도 된다.'는 얘기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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