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스

록그룹 킬러스(the Killers)의 최대 히트곡 'Human'은 “우리는 인간인가요, 아니면 춤을 추는 사람인가요?”(Are we human or are we dancer?)라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Human'은 누구나 다 쉽게 이해하지만 'dancer'가 문제다. 과연 'dancer'는 무엇인가? 주어진 안무에 충실하게 춤을 추는 무용수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결국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의 영향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puppet), 혹은 로봇(robot)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Human'은 죽음을 앞둔 한 사람의 심정을 노래한 곡이라 할 수 있다. 죽음 직전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그는, 과연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가를 되짚어본다. 그리고 동시에 사후 세계에 대한 불안감이 동반된 설렘을 드러낸다.

죽음에 대한 상징은 가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Platform of surrender'는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순간, 즉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모든 걸 내려놓아야하는 그 때를 말한다. 기독교적 신앙을 가진 자에겐 심판(judgement)의 순간이 될 것이다. “눈을 감고, 마음을 비우고, 코드를 잘라요.”(Close your eyes, clear your heart, cut the cord.)는 더 명확하게 죽음을 애기한다. 죽을 때 누구나 다 눈을 감는 것이고, 삶의 모든 연결고리, 즉 코드를 끊어야만 하는 것이다. “코드를 끊는다.”는 것은 링거, 산소호흡기 등 세상을 떠난 환자의 몸에 연결된 모든 코드들을 제거한다는 실질적 의미도 될 수 있다.

“난 아직 살아있는데, 손은 차가워요.”(My sign is vital, my hands are cold.)는 바로 죽음 직전의 상황이다. '바이탈 사인'(vital sign)은 생명 징후, 즉 사람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호흡과 체온, 심장박동 등의 측정치를 말한다. 아직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나, 손이 차가우니 삶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하겠다.

노래 속 주인공은 분명 순수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치열한 삶을 살아온 사람인 듯하다. 그는 품위와 덕스러움에 존경을, 선함에 조의를 표하며 영혼과 로맨스에 마지막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항상 그런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노라고 덧붙인다.

그는 또 자신이 아는 모든 걸 가르쳐 준 헌신에 작별을 고한다. 자신이 분명 이타적 삶을 실천하기 위해 애썼다고 주장하며, 미지의 세상을 향해 떠나는 불안한 자신을 위해 복을 빌어달라며 나약한 마음을 슬쩍 드러낸다. 내세에 대한 불확신과 불안감 때문이다. '오늘밤 고향집을 꿈꿀 때'(when you dream of home tonight)에서 'home'은 기독교 신앙에서 말하는 본향, 즉 하늘나라가 아닐까?

마지막 순간, 비록 어쩔 수 없이 연약함을 드러내는 불안정한 존재이지만, 노래 속 주인공은 그래도 끝까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답을 얻으려 노력한다. 과연 자신이 인간이었는지, 아니면 꼭두각시였는지. 우리 모두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인간인지, 아니면 어떤 프로그램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인지 말이다.

발표 당시 'Human'은 “Are we human, or are we dancer?”의 잘못된 문법 때문에 'dancer'가 아니라 'denser'일수도 있다는 오해에 휘말렸다. 이 문장에서 'human'은 복수(plural)의 개념도 갖고 있기 때문에 'are we' 뒤에 써도 무방하지만, 'dancer'는 단수(singular)이기 때문에 문법적으로 적합지 않다. 이에 대해 보컬리스트 브랜든 플라워스(Brandon Flowers)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 가사는 '우리는 댄서들의 세대를 키워내고 있다.'는 작가 헌터 S. 톰슨의 말을 훔친 것이다. 문법이 틀리다고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생각에 나는 내 맘대로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덴서(denser)? 난 그건 별로다.”(It's taken from a quote by Hunter S. Thompson: 'We're raising a generation of dancers.', and I took it and ran. I guess it bothers people that it's not grammatically correct, but I think I'm allowed to do whatever I want. Denser? I don't like denser.)

소설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로 잘 알려진 톰슨은 05년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리던 중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가사 중 “작별의 손을 흔들며, 행운을 빌어줘요. 이젠 날 보내주어야 해요.”(Wave goodbye, wish me well, you've got to let me go.)는 톰슨이 죽음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Denser'는 '촘촘한', '무성한' 등의 뜻을 지닌 'dense'의 비교급이다.

“당신의 시스템은 괜찮을까요?”(Will your system be all right?)에서 시스템은 죽어가는 자의 영혼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려 깊은 가사와 댄스 비트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는 'Human'의 음악적 면에 대해 플라워스는 농담처럼 자니 캐시(Johhny Cash)와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의 조합이라고 밝혔다.

이 노래가 죽음을 목전에 둔 한 사람의 심정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순수와 작별을 고해야하는 청년 초년병의 얘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Human'의 전체 노랫말을 그렇게 해석하는 시각도 상당히 많다.

어째 됐든 'Human'이 삶의 본질, 인간의 본질인 순수와 인간애에 관한 노래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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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id my best to notice
When the call came down the line
Up to the platform of surrender
I was brought but I was kind 


난 의식하려 최선을 다했죠
연락이 내려왔을 때
모든 걸 내려놓는 자리에
불려왔을 때 나는 정중했지요


And sometimes I get nervous
When I see an open door
Close your eyes, clear your heart
Cut the cord


열린 문을 보면 가끔
불안해집니다
눈을 감고, 마음을 비우고
코드를 잘라요


Are we human or are we dancer?
My sign is vital, my hands are cold
And I'm on my knees looking for the answer
Are we human or are we dancer?


우리는 인간인가요, 아니면 춤을 추는 사람인가요?
난 아직 살아있는데, 손은 차가워요
무릎을 꿇고 앉아, 답을 찾으려 합니다
우리는 인간인가요, 아니면 춤을 추는 사람인가요?


Pay my respects to grace and virtue
Send my condolences to good
Give my regards to soul and romance
They always did the best they could


품위와 덕스러움에 존경을
선함에 조의를
영혼과 로맨스에 안부를 전해줘요
그것들은 항상 내게 최선을 다했답니다


And so long to devotion
It taught me everything I know
Wave goodbye, wish me well
You've got to let me go


그리고 헌신에 작별을 고합니다
그것은 내가 아는 모든 걸 가르쳐 주었지요
작별의 손을 흔들며, 행운을 빌어줘요
이젠 날 보내주어야 해요


Are we human or are we dancer?
My sign is vital, my hands are cold
And I'm on my knees looking for the answer
Are we human or are we dancer?


우리는 인간인가요, 아니면 춤을 추는 사람인가요?
난 아직 살아있는데, 손은 차가워요
무릎을 꿇고 앉아, 답을 찾으려 합니다
우리는 인간인가요, 아니면 춤을 추는 사람인가요?


Will your system be all right?
When you dream of home tonight
There is no message we're receiving
Let me know, is your heart still beating?


당신의 시스템은 괜찮을까요?
오늘밤 고향집을 꿈꿀 때
우리에겐 아무 메시지도 들리지 않아요
알려주세요, 아직도 심장이 뛰나요?


You've got to let me know
Are we human or are we dancer?
My sign is vital, my hands are cold
And I'm on my knees looking for the answer
Are we human or are we dancer? 


알려주셔야 해요
우리는 인간인가요, 아니면 춤을 추는 사람인가요?
난 아직 살아있는데, 손은 차가워요
무릎을 꿇고 앉아, 답을 찾으려 합니다
우리는 인간인가요, 아니면 춤을 추는 사람인가요?


Are we human or are we dancer?
Are we human or are we dancer?


우리는 인간인가요, 아니면 춤을 추는 사람인가요?
우리는 인간인가요, 아니면 춤을 추는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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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id my best to notice.”에서 'do one's best', 혹은 'do the best'는 '...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다'는 말이다. 물론 'best'는 'good'의 최상급이다. 'good'의 비교급은 'better'이다. 이 표현이 제목에 들어간 명곡들이 있다. 살펴보자.
1. 'The best that you can do' (네가 할 수 있는 최선). 1981년 영화 <아서(Arthur)>의 테마로 크리스토퍼 크로스(Christopher Cross)의 빌보드 넘버원 히트곡.
2. 'Do the best you can' (너의 최선을 다하라) 할리스(Hollies)의 1968년 곡.
3. 'Trying to do the best I can' (나의 최선을 다하며) 알 그린(Al Green)의 1989년 곡.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장으로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He did his best under the circumstance. (주어진 상황 가운데 그는 최선을 다했다.)
2. I'm not asking you to be the number one. I'm only asking you to do your best. (너에게 일등을 하라는 게 아니다. 네 최선을 다하라는 것뿐이다.)
3. She tried her best not to let her parents down. (부모님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Notice'는 동사로 쓰일 때는 '의식하다', '관심을 갖다' 등의 의미로 쓰인다. 'Pay attention'과 흡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명사로는 '신경 씀', '안내문', '표지판', '경고', '공지사항' 등 다양한 의미를 드러낸다. 먼저 동사로 사용되는 경우다.
1. Everyone in the room was despising him, but he didn't seem to notice. (방의 모두가 그를 경멸했지만, 그는 알아채지 못하는 듯했다.)
2. She wears fancy clothes just to get her noticed. (그녀가 화려한 옷을 입은 이유는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명사로 활용되는 경우를 보자.
1. I try not to take too much notice of the grumpy reviews as a film director. (난 영화감독으로서 나쁜 비평에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2. There was a notice on the door saying that I'm behind with the rent. (내 월세가 밀렸다는 안내문이 문에 붙어 있었다.)
3. The school is closed until further notice. (추후 안내가 있을 때까지 휴교한다.)
4. The company gave him two months' notice before letting him go. (회사는 해고 두 달 전 그에게 통보했다.)

“Cut the cord.”에서 코드는 '끈', 혹은 '코드', '줄' 등을 의미하는데, 다른 단어와 연결되어 다양한 뜻으로 쓰인다. 'Telephone cord'는 '전화선', 'electrical cord'는 '전기선'이고, 'spinal cord'는 '척추', 'umbilical cord'는 '탯줄'을 뜻한다. 재미있는 것은 'cord'가 예전에 '골덴'이라고 했던 '코르덴'(사실은 코두로이, corduroy)을 줄인 말도 된다는 사실이다. '코르덴 바지'는 'a pair of cords(corduroys)', '코르덴 재킷'은 'a cord jacket'이다.

“I'm on my knees.”는 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는 말로 'on one's knees'는 동사형으로 'kneel down'을 뜻한다. 다양한 예를 들어본다.
1. Only thing I could have done was to get down on my knees and pray to God.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무릎을 꿇고 신에게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2. She got down on her knees and asked her husband to forgive her. (그녀는 남편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To pay one's respect'는 '존경심, 혹은 경의를 표하다'는 뜻이다. '조문을 하다'는 'to pay one's respects to the deceased(dead)'이고, '차례를 지내다'는 'to pay respect to the ancestors'이다. “모든 학생들은 선생님들을 존경해야 한다.”라고 말하려면, “All Students must respect their teachers."라고 하면 된다.

'To send one's condolences'는 '애도나 조의를 표하다'는 말이다. 'A letter of condolence'는 '애도의 편지'를 뜻한다. “그녀의 가족에게 조의를 표한다.”는 “Our condolences go to her family.”이다.

'To give one's regards'는 '안부를 전하다'는 말이다. “Give my best regards to them.”은 “그들에게 내 안부를 전하라.”는 말이다. 편지를 맺을 때 “with kind regards”를 쓰는 경우가 있다. “안부를 전하며 편지를 줄인다.”는 말이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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