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에이드

붐타운 래츠(the Boomtown Rats)의 리더 밥 겔도프(Bob Geldof)는 1984년 가을 어느 날 우연히 TV를 통해 에티오피아의 기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아프리카의 현실은 참담했다. 굶어 죽어가는 어린아이들을 지켜보며 죄책감에 사로잡힌 그는 친구인 그룹 울트라박스(Ultravox)의 리더 미지 유어(Midge Ure)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에티오피아를 위해 음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곧바로 의기투합한 둘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 서둘러 노래를 만들었다. 겔도프가 가사를 쓰고, 작곡은 유어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자선 프로젝트 밴드 에이드(Band Aid)의 노래 'Do they know it's Christmas?'는 이렇게 탄생했다. 밴드 에이드는 상처 난 곳을 치료한 후 밴드 에이드로 덮듯 기근에 허덕이는 에티오피아를 감싸야한다는 의미로 선택된 것이다.

그해 11월25일 아침 9시부터 프로듀서 트레버 혼(Trevor Horn)의 녹음실에 영국과 아일랜드의 인기뮤지션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듀란 듀란(Duran Duran)과 스펜더 발레(Spandau Ballet), 폴 영(Paul Young), 컬처 클럽(Culture Club),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 스팅(Sting), U2의 보노(Bono)와 베이시스트 애덤 클레이튼(Adam Clayton), 헤븐Heaven) 17의 글렌 그레고리(Glenn Gregory), 필 콜린스(Phil Collins), 폴 웰러(Paul Weller), 스테터스 쿼(Status Quo), 바나나라마(Bananarama) 등이 그들이었다. 

미국 출신인 여가수 조디 와틀리(Jody Watley)와 쿨 앤 더 갱(Kool and the Gang)도 모습을 보였다. 전날까지 뉴욕에 머물던 보이조지(Boy George)는 저녁 6시가 돼서야 나타났지만, 별 탈 없이 마지막 솔로 파트를 불러주었다. 겔도프와 유어는 각기 속한 그룹의 리드 보컬리스트였으나, 이 곡에서는 마지막 코러스 부분에만 참여했다.

아름다운 뜻을 품고 시작된 리코딩이었지만, 마찰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우선 겔도프가 쓴 가사 중 일부분에 대해 몇몇 아티스트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보노는 자신이 불러야할 “Well, tonight thank God it's them instead of you.” 부분을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대신 그들이 불행함에 대해 신께 감사하라.”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겔도프는 “그들이 불행한 것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런 불행을 겪지 않음에 감사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And there won't be snow in Africa this Christmas time.”과 'where nothing ever grows'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아프리카 대륙에도 눈이 내리는 곳들이 꽤 있고, 아예 아무 것도 자라지 않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자라지 않는다는 것은 '굶주림'을,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표현은 크리스마스에 마땅히 누려야 할 축복의 결여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어쨌든 'Do they know it's Christmas?'는 녹음을 시작한지 23시간만인 26일 아침 8시에 완성됐다. 겔도프는 자신의 음반홍보를 접어둔 채 이 곡을 영국 전역에 알리는데 앞장섰다. 에티오피아를 도와야 한다는 그의 목소리는 영국인들의 양심을 일깨웠다. 겔도프는 당시 영국 수상인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에게 음반판매에 붙는 세금을 전액 면제하라고 압박했고, 대중의 정서를 고려한 영국정부는 그의 주장에 승복했다.

다른 아티스트들도 겔도프에게 힘을 보태주었다. 이 곡이 발매될 즈음 싱글 'I Should Have Known Better'로 영국 차트 정상을 호령하던 스코틀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짐 다이아몬드(Jim Diamond)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음반 대신 'Do they know it's Christmas?'를 사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주 내 노래가 넘버원이라 매우 기쁩니다. 하지만 나는 다음 주 사람들이 내 음반을 사는 걸 원치 않습니다. 대신 밴드 에이드 노래를 사주십시오.” (I'm delighted to be at number 1, but next week I don't want people to buy my record; I want them to buy Band Aid instead.)

조지 마이클은 같은 해 12월 발매된 싱글 'Last Christmas'의 수익금 전체를 겔도프의 에티오피아 돕기 프로젝트에 기부했다. 또한 영국의 라디오 DJ들도 'Do they know it's Christmas?'의 홍보를 위해 발 벋고 나섰다. 이 노래는 1984년 연말 내내 거의 모든 라디오 방송에서 하루 평균 7-8회 전파를 탔다.

이 모든 노력에 하늘도 감탄했는지, 'Do they know it's Christmas?'는 발매되자마자 영국 차트 정상에 올랐고, 지금까지 35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세웠다. 이 곡은 97년 엘튼 존의 다이아나비 추모 싱글 'Candle in the wind'(500만장) 발매 이전까지 영국 내 최다판매 싱글 기록을 보유했었다.

'Do they know it's Christmas?'에 자극받은 미국 뮤지션들은 이듬해 '미국, 아프리카를 위하여'(USA for Africa)란 이름으로 싱글 'We are the world'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해 겔도프의 주도하에 'Do they know it's Christmas?'와 'We are the world' 참여 아티스트들이 영국 런던 윔블리와 미국 필라델피아 JFK 스타디움으로 나눠, 동시에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을 펼쳤다. 물론 에티오피아를 돕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곡의 발표 5년 후인 1989년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와 제이슨 도노반(Jason Donovan), 리사 스탠스필드(Lisa Stansfield), 클리프 리처드(Cliff Richard), 지미 서머빌(Jimmy Somerville), 웻 웻 웻(Wet Wet Wet), 브로스(Bros)와 바나라마마(Bananarama) 등에 의해 '밴드 에이드 리바이벌'이 이루어졌다. 바나나라마의 새라 달린(Sarah Dallin)과 케런 우드워드(Keren Woodward)는 두 차례의 밴드 에이드 리코딩에 모두 참여한 단 두 명의 아티스트가 됐다.

지난 2004년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을 중신으로 만들어진 '밴드에이드 20' 버전으로 또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버전은 디지 래스컬(Dizzee Rascal)의 랩을 담는 등 새로운 시도를 모색했으나, 좋은 평가를 얻는데 실패했다. 보노는 20년 만에 다시 84년 오리지널에서 자신이 맡았던 “Well, tonight thank God it's them instead of you.” 부분을 똑같이 다시 불렀다.

 

 

슬프게도 1984년의 오리지널 'Do they know it's Christmas?'는 최근 들어 음악적으로 점점 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추세다. '팝 역사상 최악의 싱글 중 하나'로 이 노래를 꼽는 음악전문지 숫자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가사 전반에 흐르는 서방의 우월의식에 대한 우려와 조금 급조된 느낌의 리코딩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물급 아티스트 수십 명의 녹음을 단 몇 시간 만에 마쳐야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프로덕션에 대한 혹평은 조금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이웃을 향해 능동적 사랑을 실천하려했던 밥 겔도프의 선행은 팝 음악사의 훈훈한 미담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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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Young)
It's Christmas time
There's no need to be afraid
At Christmas time
We let in light and we banish shade 


(폴 영)
크리스마스입니다
두려워 할 필요 없어요
크리스마스에는
빛을 환히 밝히고 어둠을 몰아내요


(Boy George)
In our world of plenty
We can spread a smile of joy
Throw your arms around the world
At Christmas time 


(보이 조지)
풍요로운 세상에서
우린 기쁨의 미소를 퍼뜨릴 수 있어요
세상을 향해 두 팔을 뻗어 봐요
이 크리스마스에


(George Michael)
But say a prayer
Pray for the other ones
At Christmas time it's hard


(조지 마이클)
하지만 기도해요
크리스마스에 다른 이를 위해 기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Simon LeBon)
But when you're having fun
There's a world outside your window


(사이몬 르봉)
하지만 당신이 즐거워할 때
당신 창 너머에 다른 세상이 있어요


(Sting)
And it's a world of dread and fear
Where the only water flowing is


(스팅)
그곳은 두려움과 공포의 세상
그곳에서 흐르는 유일한 물은


(Bono joins in)
The bitter sting of tears 
And the Christmas bells that ring there
Are clanging chimes of doom


(보노와 함께)
쓰디쓴 눈물의 상처뿐
그곳에서 울리는 크리스마스 종소리는
땡그랑 울리는 죽음의 차임벨 소리


(Bono only)
Well, tonight thank God it's them instead of you.


(보노 혼자)
오늘밤, 당신 대신 그들임에 신께 감사드려요


(Everyone)
And there won't be snow in Africa this Christmas time
The greatest gift they'll get this year is life
Where nothing ever grows
No rain or rivers flow
Do they know it's Christmas time at all?


(합창)
이번 크리스마스, 아프리카에 눈이 내리지 않을 거예요
올해 그들이 받을 가장 큰 선물은 생명입니다
아무 것도 자라지 않고
비도 강물도 흐르지 않는 곳
그들이 과연 지금이 크리스마스임을 알기나 할까요?


(Paul Young)
Here's to you
raise a glass for everyone
Here's to them
underneath that burning sun


(폴 영)
당신을 위해
모두를 위해 잔을 들어요
그들을 위해
이글거리는 태양 밑 그들을 위해


(Everyone)
Do they know it's Christmas time at all?


(합창)
그들이 과연 지금이 크리스마스임을 알기나 할까요?


(Repeat)
Feed the world
Let them know it's Christmas time


(반복)
그들을 먹이고
그들에게 크리스마스임을 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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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mas time'은 '크리스마스에', '크리스마스의 계절에' 등을 뜻한다. 'Christmastime'으로 붙여 써도 크게 의미가 달라지지 않는다. 'Christmas season'과 비슷한 느낌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히 하자면 조금 차이가 있다. 'Christmas season'은 원래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로부터 크리스마스까지'의 상당히 긴 기간을 말한다.

'크리스마스 무렵'을 뜻하는 'Yuletide'란 단어가 있다. 아주 오래 전 게르만 민족(Germanic people)의 종교축제였으나, 그들이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후로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로 흡수되었다. 연말에는 유대인들의 명절인 하누카(Hanukkah), 그리고 미국 흑인들(Afro-Americans)의 문화축제인 콴자(Kwanzaa)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인종과 문화권이 공존하는 미국에서는 요즘 공식적으로 'Merry Christmas'란 인사말을 쓰지 않는다.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할 기관 등에서는 'Happy Holidays'나 'Season's Greetings'라고 한다. 이로 인해 미국은 보수적 기독교와 다른 집단 간의 갈등으로 아직도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In our world of plenty'에서 'the world of plenty'는 그야말로 '풍요로운 세상'을 뜻한다. 'In times of plenty'는 '풍요로운 때(시간)'을 뜻한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In times of plenty, we all need to lend our hands to help less fortunate ones.” (풍요로운 때에 우리 모두 덜 행복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

'풍부한'을 뜻하는 'plenty'의 뒤에 'of'를 붙이면, '풍부한 양의 ...'이 된다. 예를 들어 'plenty of people'은 '많은 사람', 'plenty of money'는 '많은 돈', 'plenty of food'는 '풍부한 음식'이 된다.

'Say a prayer.'는 'pray'와 같은 말이다. '기도하다'란 뜻이다. 재미있는 것은 'to do a prayer'라고 하지 않고 'to say a prayer'라고 한다는 점이다. 예수가 가르쳐준 '주기도문'은 'The Lord's Prayer' 한다. 이 경우 모든 단어의 시작을 꼭 대문자로 해야 한다. “I'll pray for you.”라고 하면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이고, “Please pray for me.”는 “날 위해 기도해주세요.”란 말이다.

이 노래에서 'A world outside your window'는 실제로 '내 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라기보다는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른 세상'이란 해석이 훨씬 더 적절할 듯하다. “Well, tonight thank God it's them instead of you.”에서 쓰인 'instead'는 '대신에'란 뜻의 부사로 'of'가 뒤에 붙는 경우가 많다. 영어를 배우려면 무조건 알아야 하는 단어로 '(A) instead of (B)'란 형태로 자주 쓰인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1. I ordered Bulgogi but were served Galbi instead. (난 불고기를 주문했는데 갈비가 나왔다.)
2. Is it true that most men judge women by looks instead of personality?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성을 성품보다는 외모로 판단한다는 게 사실인가요?)
3. My parter called in sick so I did his work instead. (내 동료가 아프다고 연락해서, 내가 대신 그의 일을 했다.)

'Raise a glass'는 '건배를 위해 잔을 들다'는 말이다. '건배하다'의 경우는 주로 'toast'란 단어가 쓰이는데, 'raise a glass'가 그냥 '건배하다'로 쓰이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1. Everyone, please raise the glass of wine in front of you. (모두들 앞에 있는 와인 잔을 들어요.)
2. They all raised their glasses to the bride and groom. (그들은 모두 신부와 신랑을 위해 건배했습니다.) 
3. Let's toast for our bright future. (우리 맑은 미래를 위해 건배하세.)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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