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팅 크로우스.

X세대는 매우 순수했다. 구십년 대 젊은이들은 육십년 대 플라워 무브먼트(Flower Movement)의 사상에서 이탈, 최첨단 자본주의의 총아로 변신한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고 분노했다. 이런 기성세대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미친 듯 달리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 시각, 지독한 허무와 냉소주의에 바탕을 둔 자기비하의 사고는 당시 젊은이들을 정신세계를 지배했다.

이런 X세대의 사회상은 그대로 90년대의 대중음악에 투영됐다. 낡은 셔츠와 헤진 청바지의 뮤지션들은 음악을 통해 히피의 정신을 버리고 저급한 물질문명의 최전방에 섰던 기성세대를 성토했다. 그들에게 베이비부머들이 설계한 미국의 미래는 그리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지난 1993년 록그룹 카운팅 크로우스(Counting Crows)의 데뷔작 < August and Everything After > 수록곡인 'Mr. Jones'는 그야말로 X세대의 절망감을 처절히 대변했던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명곡중의 명곡이다. 노래 전반에 흐르는 염세주의와 슬픈 분노, 처절한 자기비하, 그리고 전체 사운드를 지배하는 우울한 정서는 이 곡을 X세대를 상징하는 대표곡의 위치에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싶지만 너무 못났고, 인기를 얻기 위해 스타가 되고 싶지만 재능이 없는 못난 두 젊은이의 얘기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자전적 얘기로 구성된 노랫말 속의 두 젊은이는 카운팅 크로우스의 보컬리스트인 아담 듀리츠(Adam Duritz)와 베이시스트 마티 존스(Marty Jones)이다. 죽마고우였던 둘은 한때 무명그룹 히말라얀스(the Himalayans)에서 활동했는데, 듀리츠가 탈퇴하면서 헤어졌다. 둘이 왜 결별했는지, 듀리츠가 왜 존스와 함께 카운팅 크로우스로 옮기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후 존스의 이름은 음악계에서 완전히 잊어지고 말았다.

별 소망도 없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떠돌던 듀리츠와 존스는 어느 날 한 플라멩코 공연장을 찾았다. 스페인에서 온 이 플라멩코 밴드의 기타리스트는 존스의 아버지였다. 공연이 끝난 후 '뉴 암스테르담'이란 술집에서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신 듀리츠와 존스 앞에 예쁜 여성 둘이 앉아있었다. 하지만 무능하고 가난한 둘은 그저 그들을 바라볼 뿐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들은 단지 “우리가 지금처럼 못난 낙오자가 아니라 유명 록 스타였다면 쟤들과 데이트 할 수 있을 텐데.”라고 농담처럼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듀리츠는 예쁜 여자를 만나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산의 처지에 관해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속물적인 것들을 얻기 위해 꿈을 쫒는다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지에 대해서도 적어 넣었다. 노래 속 주인공은 “모두가 날 사랑한다면, 난 외롭지 않을 텐데요.”(When everybody loves me, I will never be lonely.)라고 말하지만,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인지 듀리츠는 잘 알고 있었다. 유명세를 얻고, 모두의 사랑을 받는 것이 자동으로 외로움을 덜해주거나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듬 해 그룹 너바나(Nirvana) 리더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자살에 큰 충격을 받은 듀리츠는 이후의 대부분 공연에서 “When everybody loves you, sometimes that's just about as funky as you can be.”(모두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당신은 가장 멋진 사람이 될 거예요.) 부분을 “When everybody loves you, sometimes that's just about as fucked up as you can be.”(모두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그것처럼 엿 같은 것도 없을 거예요.)로 바꿔 부르고 있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 하지만 현실에서는 패자로 살아야하는 낙오의 슬픔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무명 시절 남미계 이민자들이 사는 거리를 헤매던 듀리츠는 '제2의 밥 딜런'을 꿈꾼다. 하지만 콤플렉스와 절망감에 시달리는 그가 그 꿈을 이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는 또 자신의 존재를 전혀 알아주지 않는 무심한 이 세상을 향해 다음과 같이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난 사자가 되고 싶은데, 모두들 고양이처럼 약삭빠르게 움직이길 원하네요.”(I want to be a lion, but everybody wants to pass as cats.)

듀리츠와 존스는 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왜 그런지도, 어떻게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We all want to be big stars, but we don't know why and we don't know how.) 그리고 무작정 텔레비전 속에 등장하는 스타가 됐으면 한다.(When I look at the television, I want to see me staring right back at me.) 결국 유명한 뮤지션이 돼야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예쁜 여자들도 사귈 수 있다는 노랫말은 공허하다 못해 서글프게 들린다.

다행히 듀리츠는 스타가 됐다. 카운팅 크로우스는 90년대 초반 미국의 토속적 록에 바탕을 둔 사운드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메시지로 주목받기 시작, 결국 슈퍼밴드의 위치에 올랐다. 

음악이 순수했던 시절, 카운팅 크로우스의 'Mr. Jones'는 90년대 X세대의 무기력감과 울분을 대변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현 기성세대와 정치권에 절망한 88세대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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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down at the New Amsterdam staring at this yellow-haired girl
Mr. Jones strikes up a conversation with this black-haired flamenco dancer
She dances while his father plays guitar
She's suddenly beautiful
We all want something beautiful
I wish I was beautiful
So come dance this silence down through the morning
Cut up, Maria! Show me some of them Spanish dances
Pass me a bottle, Mr. Jones
Believe in me
Help me believe in anything
I want to be someone who believes 

뉴 암스테르담 술집에서 노랑머리의 여자 아일 쳐다보고
미스터 존스는 검은 머리의 플라멩코 댄서에게 말을 걸고 있지요
그녀는 아버지의 플라멩코 기타에 맞춰 춤을 추고 있어요
그녀가 정말 아름다워요
우리 모두 아름다운 것을 원하죠
나도 아름다웠으면 해요
아침이 올 때까지 춤을 추면서 이 고요를 무너뜨려요
해봐요, 마리아! 스패니시 춤을 보여줘요
미스터 존스, 술 한 잔 주게
나를 믿어줘요
내가 무언가 믿을 수 있도록 도와줘요
난 믿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Mr. Jones and me tell each other fairy tales
Stare at the beautiful women
“She's looking at you. Ah, no, no, she's looking at me.”
Smiling in the bright lights
Coming through in stereo
When everybody loves you, you can never be lonely

미스터 존스와 나는 서로에게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어요
아름다운 여인들을 바라보며
“저 여자가 날 보고 있어. 아냐, 나를 보고 있는 거야.”
밝은 불빛 아래서 웃으며
똑같이 지껄이는 소리 
모두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당신은 외롭지 않겠지요

I will paint my picture
Paint myself in blue and red and black and gray
All of the beautiful colors are very very meaningful
Grey is my favorite color
I felt so symbolic yesterday
If I knew Picasso
I would buy myself a gray guitar and play

난 그림을 그릴 거예요
파랑과 빨강, 검정, 회색으로 날 그릴 거예요
아름다운 색깔들은 모두 깊은 의미가 있지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 회색이
어제 내 기분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네요
피카소를 알았다면
회색 기타를 사서 연주했을 텐데

Mr. Jones and me look into the future
Stare at the beautiful women
"She's looking at you.
Uh, I don't think so. She's looking at me."
Standing in the spotlight
I bought myself a gray guitar
When everybody loves me, I will never be lonely

미스터 존스와 나는 미래를 바라보죠
아름다운 여인들을 쳐다보며
“저 여자가 날 보고 있어.
아닌 것 같아. 그 여잔 나를 보고 있어.”
스포트라이트 밑에 서서
난 결국 회색 기타를 샀어요
모두가 날 사랑한다면, 난 외롭지 않을 텐데요

I want to be a lion
Everybody wants to pass as cats
We all want to be big big stars, but we got different reasons for that
Believe in me because I don't believe in anything
and I want to be someone to believe

난 한 마리 사자가 되고 싶은데
모두들 고양이처럼 약삭빠르게 움직이길 원하네요
우리 모두 큰 스타가 되고 싶어 하지만, 각기 다른 이유들 때문이겠지요
나를 믿어줘요. 왜냐면 나는 아무도 믿지 못하거든요
난 믿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Mr. Jones and me stumbling through the barrio
Yeah we stare at the beautiful women
“She's perfect for you, Man, there's got to be somebody for me.”
I want to be Bob Dylan
Mr. Jones wishes he was someone just a little more funky
When everybody loves you, son, that's just about as funky as you can be

미스터 존스와 나는 도시 속을 어슬렁거립니다
아름다운 여자들을 쳐다보기도 하죠
“저 여잔 너한테 안성맞춤이야. 나한테도 누군가 맞는 여자가 있을 텐데.”
난 밥 딜런이 되고 싶어
미스터 존스도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요
모두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당신은 가장 멋진 사람이 될 거예요

Mr. Jones and me staring at the video
When I look at the television, I want to see me staring right back at me
We all want to be big stars, but we don't know why and we don't know how
But when everybody loves me, I'm going to be just about as happy as can be
Mr. Jones and me, we're gonna be big stars 

미스터 존스와 나는 비디오를 봅니다
텔레비전을 보며 그 속에 들어있는 내가 나를 쳐다봤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큰 스타가 되고 싶어 하지만, 왜 그런지도, 어떻게 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두가 날 사랑하다면, 나는 가장 큰 행복을 느끼겠지요
미스터 존스와 나는 큰 스타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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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Jones strikes up a conversation.”은 “미스터 존스가 말을 시작하다.”, 혹은 “말을 걸다”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strike up'은 '...가를 시작하다'는 뜻이다. 'strike up a friendship'은 '우정을 쌓다'가 된다. 'strike up'은 또한 밴드나 오케스트라 등이 연주를 시작하다'는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몇 가지 예를 들어 차이점을 알아보자.

1. He is too shy to strike up a conversation with strangers. (그는 너무 수줍음을 많이 타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걸지 못한다.)
2. I stroke up a friendship with few people in the church. (교회에서 여러 사람들과 친분을 맺었다.) 
3. The band struck up a familiar song. (밴드가 친숙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Strike'(스트라이크)는 각각 동사와 명사로 수십 가지 이상의 뜻을 갖고 있다. 명사로 쓰이는 경우, 특히 스포츠 용어로서 'strike'는 크게 두 가지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가 잘 칠 수 있는 존(zone)에 공을 던지는 경우와 볼링에서 선수가 열 개 핀을 다 쓰러뜨렸을 때 'strike'라고 한다,

플라멩코(flamenco)는 1600년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정착한 집시(gypsy)들의 음악과 춤을 뜻한다. 춤은 굉장히 격정적이고, 연주할 때는 기타가 주된 악기가 된다.

“Cut up, Maria!”에서 'cut up'은 '고기 등을 잘게 자르거나 썰다', '심한 부상을 입다', '불쑥 끼어들다', '갑자기 화를 내다', '(자동차)등의 방향을 급작스럽게 바꾸다', '...가를 놀리다', '...가를 망신을 주다' 등을 뜻한다. 속어로 '성교하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이 노래에서는 “한번 해봐!” 혹은 “한번 놀아봐!” 정도로 큰 의미 없이 쓰였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마리아(Maria)란 이름은 카운팅 크로우스의 다른 노래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Mr. Jones'의 후속 싱글인 'Round Here'에는 “Maria says she's dying. Through the front door I hear her crying,”(자신이 죽어가고 있다고 마리아가 말하죠. 나는 현관문을 통해 흘러나오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습니다.)란 가사가 담겨있다. 그들의 99년 곡 'Mrs. Potter's Lullaby'에도 마리아가 등장한다. “There's a piece of Maria in every song that I sing.”(내가 부르는 모든 노래에는 마리아의 흔적이 담겨있다.) 듀리츠는 단 한 번도 마리아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자주 그 이름이 카운팅 크로우스의 음악에 자주 등장하는지에 대해 밝힌 바 없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리아는 역시 예수(Jesus)의 어머니 동정녀 마리아(Maria, Mother of Jesus)이다. 영어로는 Virgin Mary로 표기된다. 하지만 그녀의 등장 이전에도 기원전 로마를 중심으로 마리아는 상당히 흔한 이름이었다. 이슬람 국가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등에서도 마리아는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모하메드(Mohammed)의 아내 중에 마리아란 이름의 여인이 있었다. 원래는 여성 이름이었으나, 최근 들어 라틴 문화권에서는 가운데 이름(middle name)으로 마리아를 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Pass me a bottle.”은 “술병을 건네라.”, “술 좀 줘봐.”를 뜻한다. 반대로 “take this(the) bottle.”은 "술병을 가져가."란 말이다.

“Mr. Jones and me tell each other fairy tales.”에서 'fairy tale'은 원래 '동화'를 의미하지만, '꾸며낸 이야기'란 성격이 매우 강하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fairy tale을 얘기한다,”라고 하면 “꾸며낸 얘기나 헛소리를 늘어놓는다.”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예문을 들어 차이점을 살펴보자.
1. When I was a child, my mother used tell me fairy tales before I go to sleep. (어릴 적 어머니께서는 내가 잠들기 전 동화 얘길 해주시곤 하셨다.)
2. I don't want to hear no more fairy tales out of your mouth. (네 입에서 흘러나오는 헛소리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Coming through in stereo.”에서 'in stereo'는 대체적으로 '스테레오(입체음향)로'란 의미로 쓰이는데, 이 노래에서는 “나와 미스터 존스가 똑같은 얘기를 지껄인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Mr. Jones wishes he was someone just a little more funky.”에서 'funky'는 원래 '형언키 어려운 매우 고약한 냄새가 나는'이란 의미의 형용사인데, 요즘은 그 의미보다는 뭔가 '파격적이고 독특하며 멋진'이란 뜻으로 쓰인다. 'Funky'는 음악용어로도 쓰이는데, '리듬감이 강한'의 의미를 갖는다. 'Funky shoes'는 '멋진 구두', 'funky music'은 '강한 비트의 음악'을 말한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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