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우리가 직면한 다수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빠져 살고 있다. 다수의 국민들은 기대수명까지 살고, 극심한 빈곤은 정부가 책임질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 잡혀있다. 존 캐스티는 그의 책 ‘X이벤트’에서 현대사회의 복잡성과 기술의존성이 강화될 경우 예측이 불가능한 재난인 X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특성은 자동화와 초연결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초연결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들은 우리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거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글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X이벤트의 사례와 한국에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 대하여 살펴보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생각해본다.

 

예측이 쉽지 않았던 세계적인 재난

캐스티는 한 시스템에서 복잡성이 증가하거나, 상호작용하는 관계에 있는 두시스템에서 복잡성이 증대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인 X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2001년 발생한 9.11테러,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10년의 아랍의 봄, 2011년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은 모두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되었지만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났다. 이러한 결과들만 놓고 살펴보면 조그만 나비의 날개 짓이 토네이도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불러일으킨다.

제4차 산업혁명의 주된 특징은 자동화와 초연결성이다. 그런데 때로는 모든 것들이 너무나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의 오류가 관련된 산업들에 연쇄적으로 거대한 파급효과를 미치며 피해가 확산되기도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요소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바로 전력이다. 그런데, 전력설비의 일시적인 고장이나 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발전소와 송전망에 일시적인 손상을 줄 수 있고 그 피해는 연쇄적으로 확대된다. 대규모의 정전은 항공통제 시스템을 정지시켜 항공기 이착륙을 어렵게 하고, 산업체나 통신시스템 뿐만 아니라, 치안시스템이나 금융시스템, 식자재를 공급하는 냉장시스템, 상수도시스템까지 동시에 마비시켜 피해가 확대된다. 실제로 2003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발전기 단 하나가 고장 났었는데, 미국 중서부에서 북동부까지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 연쇄적인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인구와 맞먹는 5,000만명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전력망에 가해진 사이버테러도 물리적인 손상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 온다. 약 5년전에도 일부 집단은 한전의 전력망에 매년 10여차례 해킹공격을 감행했다. 전력송배전시스템이 손상을 입으면 국가적인 블랙아웃이 빠지며 물리적인 손상에 버금가는 손해를 야기할 수 있다.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살펴보면 글로벌 공동체가 이미 중앙은행, 규제당국, 예금보험이라는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으나. 일부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파산하는 사태를 충분히 예방하지 못했다. 물론 영화 '빅쇼트'를 보면 선각자인 주인공은 대출을 상환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을 보고, 금융위기사태를 직감하고 풋옵션을 이용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인터넷은 생각만큼 안정적이지 못하다. 다음의 사례는 예측하지 못하는 작은 실수나 통치자의 의사가 인터넷망의 붕괴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2009년 스웨덴의 국가도메인 se를 보수하는 작업자가 사소한 실수를 범했다. 이내 스웨덴의 국가 도메인이 작동하지 않는 위중한 사태가 발생했다. 2010년 아랍의 봄이라는 사건은 독재정권과 시민들 사이의 인식의 격차가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등의 연쇄적인 정권붕괴를 야기했다. 2011년 1월 이집트의 정부는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항의가 확대되자 모든 인터넷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바라크 대통령은 끝내 축출되었고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가 인기를 얻고 있다. 2009년 노르웨이의 크리스토퍼 코흐는 논문작성 중 비트코인에 대하여 알게 되었고, 2만여원을 투자했는데 이 돈은 2013년 9억원을 늘어났다. 2013년 키프러스 정부가 구제금융을 제공할 당시 은행에 예치된 예금자의 돈에 손을 대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러한 사실은 엉뚱하게도 암호화화폐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 이러한 사건들은 현대사회의 복잡성과 연결성이 일반적인 트렌드 분석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적인 결과를 야기함을 보여준다.

 

로봇이 불러올 예측 불허의 재앙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우려하는 X이벤트는 로봇이 야기하는 재앙이다. 앞으로 10년이내에 인간의 두뇌에 필적하는 연산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 100만원 이하에 등장할 것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의 만든 사소한 오류나 인간이 알지 못하는 알고리즘은 현대사회를 거대한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그동안 인류에게 있어 최악의 등급인 7등급의 원자력 사고는 두번 발생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일본의 후쿠시마 발전소 사고가 그것이다. 그런데, 방사능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이벤트로 발생하기도 한다. 1987년 브라질의 고이아니아에서는 병원에 침입한 2명의 청년들이 큰 돈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세슘-137이 들어 있는 캡슐을 탈취하였다. 그 후 250명이 방사능에 피폭되고 4명이 사망했다. 돈벌이를 하겠다는 사소한 욕심이 엉뚱한 대재앙을 야기한 것이다.

최근 석유가격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세계적인 석유생산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인 2020-2025년에 정점을 기록할 것이다.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가 대안일 수도 있지만, 모순되게도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거나 물을 전기분해를 하여 수소를 만드는 데에는 석유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위험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고, 새로운 석유 채굴방법이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석유의 감축으로 시작되는 석유가격의 폭등은 미래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다.

제3차 산업혁명이 야기한 정보화의 시대가 이미 끝자락으로 치닫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새로운 것을 꾸준히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자동화와 기계화는 부지불식간에 대량실업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EMP탄이 터져 마을 일대가 재난에 빠지는 상황을 연출한 SBS '쓰리데이즈'의 한 장면.

한국사회에서 우려되는 X이벤트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선도기술은 크게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컴퓨팅, 빅테이터, 모바일네트워킹 등으로 요약된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건설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예비하기 위해서는 신기술이 만드는 복잡한 사회가 야기할 위험에 대하여 충분히 대비하여야 한다. 핀란드의 경우 유럽연합의 붕괴, 노키아의 몰락, 인터넷의 일시적 중단 등의 시나리오에 대하여 연구했는데 실제로 이들 사건 중 일부는 발생했고, 핀란드는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 한국사회에서도 캐스티가 말한 X이벤트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미 진행 중이다.

한국인이 우려하는 X이벤트 중 하나는 EMP탄의 공격에 따른 통신과 자동화설비의 마비이다. 2014년 소개된 SBS드라마 '쓰리데이즈'에서는 EMP탄의 공격이 있자 주변 마을들이 모두 순식간에 정전에 빠졌다. 휴대전화가 먹통으로 변했으며, 달리던 자동차마저 모두 멈추어 섰다.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 중 하나는 국민연금의 고갈이다. IT기술과 바이오기술의 융합으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는데,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세계최저수준을 달리고 있다. 국민연금은 2060년경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었는데, 최근의 보도는 이 시기가 2056년으로 4년이나 짧아졌음을 알린다.

한국에서는 2015년 메르스가 발생했다. 총 186명이 감염되었고, 38명이나 사망했다. 한국사회의 메르스 치사율은 무려 20.4%에 달한다. 2015년 메르스로 격리되었던 한국사람은 무려 16,693명이나 된다. 지난달 쿠웨이트에서 22일간 체류하고 귀국한 남성이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이자 한국사회는 환자가 탑승한 택시를 추적하는 등 일시적으로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사회에 메르스와 유사한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사람과 물류의 엄격한 통제는 커다란 사회적, 경제적 혼란을 가져온다. 심할 경우 한국경제의 경제성장율이 급격하게 곤두박질치며 서민들의 삶이 갑자기 어려워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감기'에서는 초당 3.5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36시간 내에 사망에 이르자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한다. 실제로 이러한 사태의 발생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국가적인 준비는 필요하다.

핀란드의 학자들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인하여 X이벤트가 발생할 것을 경고했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의 발생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중국 수출 비중은 25%에서 작년에는 24.4%로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만약 중국경제에 동맥경화가 생기면, 그 고통은 순식간에 황해를 건너 한국에 전파될 수 있다. 집값을 내리지 않는 중국인들의 습성으로 베이징에는 700만채 집 중 100만채의 집이 빈집으로 남아있다. 시민들의 평균소득이 32,000달러가 넘는 부유한 내몽고의 오르도스시의 경우 막대한 투자에도 주택분양율이 20%에 머물러 유령도시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의 빈집이 5천만채를 넘어 1억채에 도달할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의 동해안에는 이미 수많은 지진해일 대피소가 지정되어 있다. 지난 28일 인도네시아 슬라웨시섬에서는 규모7.5의 강진과 6미터 정도의 쓰나미가 발생하여 최소 832명이 숨지고 540명 이상이 다쳤다. 한국은 비교적 지진에서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난 경주지진에서 나타난 것처럼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국사회를 뒤흔들 X이벤트는 매우 드물게 발생할 것이다. 그렇지만 일단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사회적 충격을 가져오게 된다. 그 여파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우리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X이벤트가 때로는 복잡성으로 야기되는 현대사회의 취약성을 발견하게 하고,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미칠 손실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초연결사회, 초지능사회의 복잡성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하여 충분히 고민하고 현명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필자 약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