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NN 방송화면 갈무리>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뜻밖의 사랑고백을 해 화제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웨스트버지니아주 윌링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대북정책 성과를 설명하며 “김정은과 나는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북미 간의) 대화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칠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당시 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벌이게 될 수도 있었다. 당시에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고 북미대화 과정을 회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핵은) 매우 큰 문제고, 나도 처음에는 터프하게 나갔다. 김 위원장도 그랬다”며 “우리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했고, 지금은 사랑에 빠졌다. 김 위원장은 내게 아름다운 편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나를 좋아하고, 나도 그를 좋아한다. 그렇게 말해도 괜찮겠나”라며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랑고백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이 있은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나온 것이어서 비교의 대상이 됐다. 리 외무상은 이날 연설에서 “제재 해제나 종전선언 등의 상응조치 없이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을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며 2차 북미정상회담을 낙관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리 외무상의 연설 전문을 살펴보면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 부족을 지적하면서도 그 원인을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미국 내 반대파에게 돌리고 있다.

리 외무상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에서 조미공동성명의 이행 전망에 대한 비관의 목소리가 계속 울려나오고 있는 것은 결코 공동성명의 그 어떤 부족점이 있어서가 아니라 미국의 국내정치와 관련되는 문제”라며 “미국의 정치적 반대파들은 순수 정적을 공격하기 위한 구실로 우리 공화국을 믿을 수 없다는 험담을 일삼고 있으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일방적 요구를 들고 나갈 것을 행정부에 강박하여 대화와 협상이 순조롭게 진척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놀리고 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는 치켜세우면서도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을 비판한 것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부진으로 고민 중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내 반트럼프 세력이 트럼프 대통령 최대 성과인 비핵화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리 외무상의 주장은 오히려 반가울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스 앵커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신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언론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언론들이 대북정책에 있어서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며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왜 내가 뭔가를 포기해야 하나”라며 “내가 포기한 것이 있다면 김 위원장을 만나기로 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랑 고백에 대해 미국 일부 언론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CNN은 1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하며 “김정은이 트럼프를 기만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CNN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사랑고백에 대해 “사랑은 아프다”고 꼬집은 뒤, 성공적인 대북 협상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비핵화 문제를 제쳐두더라도, 유엔에 따르면 김정은은 국민들을 기아로 내몰고 있으며, 불법 생화학 무기들을 비축하고 있다”며 “당신(트럼프 대통령)의 ‘사랑’ 발언은 김정은과 다른 ‘나쁜 녀석들’로 하여금 아첨하는 편지 한 장이면 계속 나쁜 짓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만들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유독 독재자들에게 친근감을 보이고 있다며 해당 발언을 비판했다.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임기 제한을 철폐하고 종신집권 기반을 닦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공식적으로 잔혹한 독재자들을 찬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AP통신 또한 지난달 30일, 미국의 상응 조치 없이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없다는 리 외무상의 유엔 총회 연설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 유세 연설 중 지나치게 낙관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싱가포르 회담이 북한 비핵화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커다란 업적으로 칭송받고 있지만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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