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탄 공군1호기가 평양관제탑과 교신한 후 북한 영공에 진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노동당 당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마치고 다음날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같이 백두산에 올랐다. 이로 인하여 최근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제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남북한경협주들의 주가는 의외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아직도 남북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존재한다. 이글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지금 북한의 IT기술에 대하여 살펴보고 남북경협의 전망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평양중등학원에서 컴퓨터를 배우는 북한 학생들 모습. (사진=조선중앙TV)

북한은 소프트웨어 강국

북한에는 무려 10만여명의 프로그램 관련 인력이 있고, 현역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중인 인력은 약 2만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숙련된 최상급의 프로그래머로 1,000여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이미 전세계로 나가서 취업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중요성을 일찍이 파악한 북한은 1985년 이미 정보통신기술을 연구하는 평양정보센터를 설립하였고, 1990년에는 조선컴퓨터센터를 설립했다. 북한은 1990년부터는 전국적으로 프로그램 경연대회를 개최하며 정보통신과 관련된 전시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더욱 혁신적인 것은 북한이 1998년 중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컴퓨터 교육을 의무화하였다는 것이다.

북한의 초등학생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 회로와 주변장치, 윈도우 조작, C언어 프로그래밍을 배운다. 중학교 1~2학년에서는 이에서 더 나아가 컴퓨터수학, 자료구조, 알고리즘, 리눅스 프로그래밍을 공부한다. 고1에서는 존 매카시가 인공지능 연구를 위하여 개발한 리스프 언어까지 배우며, 컴퓨터통신과 네트워크에 대하여 학습한다.

북한의 컴퓨터 보급대수와 휴대폰 보급대수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 등은 이미 북한에 광범위한 무선통신 네트웍을 구축했다. 북한 전체가정 중 약 15%만이 가정용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평양의 경우 이 수치는 50% 정도로 크게 상승한다. 국민 중 21%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고, 평양시민 중 80%가 휴대전화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태블릿 PC도 상당부분 보급되어 있으며,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교육도 실시되고 있다. 공장에서도 컴퓨터를 내장한 수치제어 공작기계인 CNC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북한의 교통사정은 일반적으로 좋지는 않지만 이미 전자상거래도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연풍상업정보기술사에서는 ‘만물상’이라는 전자상거래를 운영한다. 이 사이트에 컴퓨터로 접속하는 인구가 318만명, 휴대폰으로 접속하는 사람은 11만명 정도 된다. 북한 인구가 약2,500만명으로 남한의 절반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주민 중 13%는 이미 전자상거래로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의 하드웨어 수준은 높지 않으나 소프트웨어 수준은 상당히 발전하였다. 북한도 자체적인 리눅스 OS를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도 발달하여 한글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프로그램과, 일본어와 영어를 번역하는 프로그램까지 개발을 완료한 상태이다.

 

북한의 IT인력수출과 대북제재

경제계에서는 북한의 저렴한 인력을 이용한 전자제품 조립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성공적인 남북경협에는 아직까지 일부 투자위험도 존재한다.

평양에는 IT관련 회사가 20개 정도 존재하고, 중국과 합작회사도 5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내부에는 15,000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해외에서도 5,000명의 인력이 활동 중이다. 5,000명의 해외 인력은 북경, 상하이, 단둥, 연길, 심양,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에서 활동하고 있고, 15,000명은 북한 내에서 파견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북한에도 미국의 실리콘밸리, 한국의 구로디지털단지나 판교테크노파크, 인도의 방갈로르와 같은 IT단지가 존재한다. 북한의 낙랑구역이 대표적인 IT단지이다. 이곳에 입주한 IT기업들은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여러 국가에 공급하고 있다. 북한은 이에 더 나아가 ‘은정첨단기술개발구’를 육성하여 IT산업을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IT기술 수출이 용이한 것은 아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와 유엔은 아직도 다양한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달 초 2014년 소니픽처스 해킹사건,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사건, 워너크라이 랜섬웨어의 공격 중 일부를 담당한 혐의로 북한의 해커 박진혁을 미국 법정에서 기소하였다. 실제로 박씨가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미국인이나 미국기업은 테러지원 세력과의 거래에 다양한 제한을 받고 있다.

필자도 지난 2013년 이루어진 3.20 사이버테러를 처리하느라고, 적지 않게 고생한 적이 있다. 이 테러로 KBS, 농협, 농협의 전산망과 연결된 하나로마트, 목우촌 등의 컴퓨터 32,000여대가 공격받았고, 일부 서버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수백명의 하나로마트와 목우촌의 POS 담당자들의 수십미터나 줄을 서서, 손상된 컴퓨터의 자료복구를 요청했다. 필자도 데이터 복구 접수를 위하여 1시간에 수십대의 컴퓨터를 직접 분해했어야 했다. 일부 직원들은 며칠동안 퇴근을 하지 않고 방송국 구내에서 밤샘 작업을 진행했다.

2016년에는 국방부의 네트웍이 뚫리기도 하고, 작년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76억원어치 이상의 가상화폐를 탈취당하기도 하였다. 이들 중 다수의 북한의 공격으로 의심받고 있다. 과거 다양하게 진행되었던 북한의 사이버테러는 여전히 대북협력의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갈 길이 먼 IT분야의 남북협력

북한 청소년들이 컴퓨터를 원활하게 사용하지만 북한의 자판은 한국의 2벌식 자판과 달라 아직도 한국의 청소년들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의 컴퓨터 수준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북한의 네트워크는 국제적인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 아직도 다수의 북한주민들은 북한내부에서만 연결된 인트라넷을 인터넷으로 착각하고 있다.

북한보다 개방의 수준이 높은 중국에서조차 세계적인 소설네트웍 서비스인 페이스북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지 않다. 중국에서는 카카오톡과 라인, 유튜브마저 차단된 적이 있어, 중국에 있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필자의 중국인 친구들은 중국정부의 차단을 우회하여 페이스북에 접속하기도 했다.

과거 구글은 중국의 인터넷 통제에 부정적인 견해가 강했으나, 최근에는 중국정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오랜 시간 개방의 길을 걸어왔던 중국이 정치적인 이유와 자국기업 보호를 이유로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접속을 제한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북한이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완전히 자유롭게 허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달 초 북한IT 인력이 개발한 얼굴인식프로그램을 한국내에서 판매하려던 대북사업가를 구속하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공작'에서처럼 아직은 사전접촉승인을 받지 않은 북한주민과의 자유로운 의사연락과 자금송금은 불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북한의 얼굴인식, 자연어번역 등 인공지능기반 기술은 일단 상당히 발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부세계와 차단되어 있는 북한의 네트워크 사정은 사물인터넷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관련 혁신적인 기술의 성장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된다.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 등이 과거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점은, 외부자본이 5G와 같은 최신 모바일 네트워크환경을 북한에 구축하는데 장애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양한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석유류 제품과 일부 IT제품들은 비교적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대북제재는 북한으로 첨단 장비와 기술을 이전하는데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남북경협에 적지 않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서 남북경협으로 발생하는 이점과 기회요인을 살피고, 이면에 있는 위험요인과 취약점도 꼼꼼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필자 약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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