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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고생물학자들의 버킷리스트
  •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 승인 2018.09.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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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은 인터넷 과학신문 <The Science Time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 보기)

 

미국 스미소니언연구소의 소장이자 고생물학자인 찰스 왈콧은 1909년 연구의 일환으로 가족과 함께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암석을 조사하며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조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 8월 31일 그는 버제스 산 북쪽 봉우리 정상에 조금 못 미친 해발 2300미터의 능선에서 기묘하고 독특한 모양의 동물 화석들을 잇달아 발견했다.

단단한 골격부뿐만 아니라 내장 조직, 근육 등의 연질부까지도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게 보존된 그 화석들은 그때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생물체들이었다. 이듬해 다시 그곳을 찾은 왈콧은 1924년까지 총 6만5000개 이상의 화석을 그곳에서 발굴해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모아놓았다.

약 5억4000만년 전 고생대 중기 캄브리아기에 퇴적된 버제스 산의 검정색 셰일에서 산출되는 화석이라는 의미에서 그곳은 ‘버제스 셰일 화석지’로 명명됐다. 버제스 셰일 화석군의 발견은 한 지역에서 특이한 화석을 찾아낸 사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캄브리아기의 생물계가 놀라울 정도로 다양했다는 사실을 유일무이하게 알려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캄브리아기의 생물계가 놀라울 정도로 다양했다는 사실을 알려준 버제스 셰일 화석지. ⓒ 위키피디아 Public Domain

즉, 이곳의 화석은 캄브리아기에 생명체가 발달한 후부터 오늘날 알려진 생명체 대부분의 역사 및 초기 진화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하며, 이 시기의 어떤 암석보다 바다 생명체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고생대 초기만 해도 바다는 삼엽충의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지질 연대상 매우 짧은 기간인 수천만년 동안 전 세계의 얕은 바다에선 생물종이 급격히 증가했다. 다세포 생물이 늘어나고 뼈대 및 껍데기를 가진 동물들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등 생물 다양성과 복잡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이것이 바로 생물 진화에서 우주의 빅뱅에 필적한 만한 사건인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다.

버제스 셰일 화석군은 중국 윈난성의 청지앙 화석군과 더불어 캄브리아기 대폭발 당시의 화석 동물군으로는 보존 상태 및 산출양 면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꼽힌다. 버제스 셰일 화석군의 연구 결과, 20개의 새로운 문(門)이 출현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캄브리아기의 생물계가 놀라울 정도로 다양했을 뿐 아니라 이들 생물이 거의 일제히 출현했음을 알려준다.

생물이 죽은 후 화석이 되기 위해선 단단한 껍질이나 골격을 지니는 게 우선 요소다. 사망 후 박테리아 등의 활동으로 인해 보통 1-2주가 지나면 시체에서 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버제스 셰일 화석지에서 발굴된 캄브리아기의 생물들은 대부분 단단한 껍질을 발명하기 이전의 생명체들이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부드러운 껍질을 가진 다양한 생명체의 화석들이 그대로 보존된 데는 이유가 있다. 고대 북미 대륙 연안의 따뜻하고 얕은 바다의 거대한 산호초 주위에서 모여 살았던 버제스의 생물들이 순식간에 진흙 절벽 아래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당시엔 육지로부터 주기적으로 탁류가 산호초 주위로 유입되어 많은 동물들이 퇴적물에 묻혀 화석이 되곤 했다. 따라서 이곳은 지금도 전 세계 고생물학자들이 죽기 전에 한번쯤은 꼭 방문하고 싶어하는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로 꼽힌다.

약 125속 이상의 생물이 발견된 버제스 셰일 화석지를 통해 기존에는 미분류로 남아 있던 많은 표본들이 새로운 문에 속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다른 생물과의 연관관계를 파악할 수 없는 생물들도 많았다. 전혀 후손이 없으며 지금의 어떤 동물과도 관계없는 기이한 생물들이 한꺼번에 출현해 곧 사라졌다는 의미다.

그처럼 기이한 생물은 최근까지도 발견되고 있다. 지난 2012년 토론토 대학 연구진에 의해 발견된 ‘시푸스아욱툼 그레가리움’이 대표적인 사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몸길이 20㎝ 정도의 특이한 이 동물은 긴 줄기 끝에 튤립 꽃 모양의 섭식 및 소화 기관을 지녔으며, 반대편 줄기 끝은 바다 밑바닥에 고정하는 원반형 구조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섭식기관은 동물 중에서도 유래가 없다.

한편, 오직 버제스 셰일 화석지에서만 산출된 ‘피카이아’라는 캄브리아기 척삭동물은 어류, 파충류, 포유류와 인간을 비롯한 척추동물의 시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크기가 약 40㎜에 불과한 방추형의 이 동물은 몸이 옆으로 편평하고 약 100개의 근절을 갖고 있다.

피카이아는 그 근절들로 현대의 뱀장어가 움직이는 것처럼 지그재그로 헤엄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스티븐 제이 굴드 교수는 고생대 캄브리아기의 바다에서 피카이아가 생존함에 따라 척추동물이 출현했으며 인류도 탄생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현생 다세포 생물 진화의 메시지를 몸에 지닌 할루시게니아, 새우를 닮은 왑티아, 다섯 개의 눈을 지닌 오파비니아 등이 유명한 버제스 셰일 화석으로 꼽힌다. 유네스코는 버제스 셰일 화석이 산출되는 버제스 산을 포함하는 요호 국립공원을 비롯해 뱀프 국립공원, 재스퍼 국립공원, 쿠테니 국립공원 등의 캐나다 로키산맥 공원을 1984년에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빙원, 빙하, 호수, 고산 초원, 폭포를 비롯해 대규모의 카르스트 동굴 등으로 뛰어난 자연미를 자랑하는 캐나다 로키산맥 공원에는 고생물학자들 외에도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이성규 The Science Times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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