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이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 4대 그룹 대표와 함께 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주요 그룹 수장들이 대거 방북 명단에 포함된 것을 두고 각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코리아>는 대기업 총수 방북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상반된 반응을 비교해봤다.

◇ 한겨레, “이재용 방북은 '삼성 특혜'”

이번 대기업 총수 방북 소식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뇌물공여 혐의로 대법원 재판을 앞둔 이 부회장을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방북 명단에 포함시킨 것은 남북경협 구상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 방북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곳은 한겨레다. 한겨레는 16일 “이재용은 되고, 신동빈·권오준·황창규는 안되는 까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부회장의 방북 명단 포함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5월 출범 뒤 대통령 수행 경제사절단 선정 기준과 관련해 사업 연관성이 있더라도 탈법·불법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 배제한다는 원칙을 제시해온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지난해 6월 미국 경제사절단에는 롯데 신동빈 회장, 포스코 권오준 회장, 케이티 황창규 회장, 부영 이중근 회장이 신청했다가 모두 탈락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부회장의 방북은 문재인 정부의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18일 “이재용 ‘재판중 방북→사면’ 정몽구·최태원 전철 밟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부회장의 방북이 과거 재판 도중에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했다가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은 재벌 총수들의 사례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방북했던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을 받은 바 있다. 한겨레는 김남근 변호사(민변 부회장)을 인용해 “최근 들어 정부가 이 부회장 재판이 다 끝난 것처럼 여러 활동을 함께하는데, 재판부 입장에서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 부회장 방북을 ‘삼성 특혜’라고 평가했다.

◇ 조선·중앙, “대기업 총수 정상회담 병풍 역할”

반면 조선일보·중앙일보는 한겨레와 다른 관점에서 대기업 총수의 방북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핵문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총수들의 북한 방문은 실익이 없다는 것.

조선일보는 17일 “미국 주도의 국제 대북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남북 경협을 본격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 등 국제 제재 흐름을 거슬러 북한의 경협 구상에 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대기업 총수들이 2박3일간 평양에서 남북 정상의 '병풍' 역할만 할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 '워치 리스트(watch-list)'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방북 명단이 발표되기 전인 14일 대기업 총수들의 방북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활발한 남북 교류, 나아가 한반도 통일이 수렁에 빠진 우리 경제에 공전의 기회를 줄 것이라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이번 회담은 무엇보다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대기업 총수 방북에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대북투자의 불확실성과 유엔 및 미국의 대북제재를 이유로 “총수들의 북한 방문이 기정사실이라면 북한에 투자하도록 이들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대기업 총수의 방북은 신중히 검토됐어야 했지만 이미 결정된 일이라면 북한 내 투자 여부라도 기업 스스로 판단하게 놔둬야 한다”며 “때가 되면 가지 말래도 모든 기업이 북녘땅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남북경협 구상 기대감, 미래를 봐야…

반면 일부 언론들은 대기업 총수들의 방북을 통한 남북 경제협력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대북제재 등의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단기적·구체적 경협보다는 중장기적 계획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일보는 17일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대표의 방북 소식을 전하며 “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와 달라진 북한의 적극적 경제 구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경제인들이 이번에 면담하는 리용남(58) 내각부총리는 떠오르는 북한 경제정책 실세”라며 대기업 총수와 북한 경제정책 수장의 만남에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일보는 “다만 대북제재 상황 때문에 기업들의 대북 투자나 경협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면담은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둘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북미관계가 진전된다면 대북제재도 풀어지고 남북 경협도 가능해지는 만큼 이번 면담이 향후 경협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대기업 총수들의 방북에 대해 “향후 남북 경제협력의 토대를 닦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대기업 총수들의 방북에 대해 장기적인 남북 경협 구상을 위한 밑그림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18일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제협력(경협)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경협을 섣불리 꺼냈다가는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제재가 해제된 이후 본격화될 경협에 대비해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밑그림은 그릴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남한의 주요 경제인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상황을 살펴보고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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