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방탄소년단의 전미 투어 ‘러브 유어셀프’의 출발점인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 공연에 대해 현지 언론이 새로운 형태의 ‘남자’ 아이돌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팝 칼럼니스트 마이클 우드는 지난 6일(현지시간) LA타임스에 기고한 공연 리뷰에서 “방탄소년단은 투어 첫 공연에서 보이밴드의 ‘남성성’에 대한 모든 관념을 뒤흔들었다”고 평가했다.

우드는 “케이팝의 가장 강력한 기획사들 중 하나인 빅히트가 공들여 만들어낸 이 그룹에 대한 반응은 과거 엔싱크나 조나스브라더스같은 초기 보이밴드들과 구별하기 어렵다”며 방탄소년단이 기억하기 쉽고 트렌디한 노래, 잘생긴 외모, 소속사의 치밀한 기획력 등 일반적인 남자아이돌와 비슷한 속성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드는 방탄소년단이 전통적인 남자 아이돌과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선 우드는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라디오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가 아니라 소셜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우드는 이러한 매체들이 “전통적인 미국 음악시장의 문지기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매체”라며, 지난해 미국 메인스트림에서 비영어권 노래의 히트 가능성을 보여준 ‘데스파시토’와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비슷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LA타임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어서 우드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사회적 관습의 변화와 연결돼있다”며 방탄소년단이 공연 중 보여준 의상과 행동, 발언들이 전통적인 ‘남성성’과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드는 방탄소년단이 이날 공연에서 금색 술로 장식된 검은색 투우사 복장과 흰색 블라우스부터 1980년대 초 래퍼들을 연상시키는 헐렁한 운동복까지 다양한 형태의 공연 의상을 통해 전형적인 ‘남자’ 아이돌과 전혀 다른 모습을 연출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일 냄새를 맡거나 침대 위에서 뛰어오르는 등 소위 ‘남자답지 않은 행동’을 전시한 공연 막간 영상, 남성 아티스트들이 종종 보여주는 성관계에 대한 농담이나 성적 능력의 과시가 전혀 없었던 점도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다른 남자아이돌들의 공연과 구별된다는 지적이다.

방탄소년단은 남성성을 과시해 온 여타 미국 남성 아티스트들과 달리 화려한 의상과 진한 메이크업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때문이 케이팝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남성들 사이에서는 “게이 같다”는 등의 조롱을 받기도 했다. 미국의 뮤직비디오 감독 조셉 칸은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방탄소년단의 사진을 올리고 “그들은 모두 성형수술을 받았고 립스틱을 칠했다”고 조롱해 방탄소년단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LA타임스의 이번 공연 리뷰는 미국 사회의 전통적인 ‘남성성’의 기준을 뒤흔든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모습을 높게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드는 방탄소년단의 급진적인 문화적 도전이 다양한 대중들에게 열광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며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남자아이돌이 어떻게 보이고 들려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혼란시킨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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