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 두번째)가 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종합부동산세 인상,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보증 규제 강화,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 등을 담은 9·13 부동산대책을 두고 언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보수 언론과 경제지를 중심으로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일간지들은 정부 대책을 지지하며 일관된 추진을 요구했다.

◇ 보수·경제지, “세금폭탄보다 도심권 주택공급 확대가 우선”

9·13 부동산대책에 대한 주요 일간지의 14일자  사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표현은 ‘세금폭탄’이다. 매일경제 ‘종부세 폭탄, 똘똘한 공급대책 없인 반짝효과 그칠 것’, 중앙일보 ‘세금폭탄 내세운 반쪽 부동산 대책 성공할까’, 세계일보 ‘반시장 정책 전환 없는 세금폭탄은 더 큰 부작용 부를 것’ 등 주요 일간지들은 대체로 9·13 부동산대책에서 특히 종부세 인상안에 초점을 맞춰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종부세 인상만으로는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없다며, 거래세 인하와 주택공급 확대를 주문했다. 중앙일보는 “징벌적 세금폭탄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 우선 거래세 인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양도소득세 같은 거래세가 두려우면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에서 종부세를 도입할 때 경험했던 바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8·27 부동산대책의 실패 이유는 공급 부족임을 강조하며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획기적으로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과거 노무현 정부와 판박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번 대책은 노무현 정부 때 사실상 실패했던 정책 수단들을 강도만 높이면서 그대로 반복한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는 수십 차례에 걸쳐 종부세 도입·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규제 지역 확대 등의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지만 5년간 서울 집값은 56%나 올랐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최근의 집값 급등은 서울 도심 수준의 '좋은 주택' 수요가 촉발한 것”이라며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에 강남 수준의 교육·교통·생활편의 인프라를 갖춘 권역을 개발해 제2, 제3의 강남을 늘려나가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종부세 인상과 같은 수요억제책보다 도심권 주택 확충에 무게를 둔 평가다.

9·13 대책이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3억∼6억원 과표에 대한 세율 신설 등으로 장기 보유한 1주택자들도 종부세를 내야 한다”며 “최근의 집값 상승을 주도한 투기 수요는 주로 다주택자들로부터 나왔는데 수십 년간 집 한 채 보유한 사람들이 왜 피해를 봐야 하는지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실현되지도 않은 수익을 이유로 고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해 부과되는 종부세는 징벌적”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경향·한겨레, “올바른 방향, 일관성 유지해야”

주요 일간지들이 종부세 인상·주담대 규제 등 수요억제책보다 도심권 주택공급 확대와 거래세 인하 등을 요구한 반면,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 등은 9·13 부동산 대책이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며 지지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9·13 대책에 대해 “집값을 잡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책수단을 망라한 셈”이라며 기대 이상의 강력한 한 수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집값 급등은 전·월세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서민가계를 불안하게 하는 주범”이라며 “민생경제의 안정을 위해 비이성적 투기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투기 수요를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지적했다는 점에서, 수요억제책은 정답이 아니라는 주요 일간지들의 분석과 차이점이 있다.

한국일보는 이어 “이번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사후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세금폭탄이라며 반발하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을 잘 설득해 후속 입법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공급 대책의 구체화도 필요하다며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 추가 대책을 신속히 내놓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또한 투기수요 억제가 집값 안정의 해결책이라며 정부 대책을 지지했다. 경향신문은 종부세 인상, 다주택자 대출 규제,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축소 등 9·13 대책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당초 예상했던 종부세 과세 대상의 확대, 즉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면제 대상을 공시가격 9억원 이하에서 6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9·13 대책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기대했다는 경향신문의 사설은 이번 대책을 ‘세금폭탄’으로 표현한 보수·경제지와는 반대 지점에 서있다.

한겨레 또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토지공개념의 실질적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데 비춰보면 종부세 강도가 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겨레는 “정부는 이날도 실거래가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 현실화 방침을 거듭 밝혔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았다”며 “조세 저항을 우려해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은데 계속 미룰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처음부터 제대로 된 종부세 개편안을 내놨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섣부른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계획 발언이 없었다면 주택 시장이 이렇게까지 요동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혼선이 현 상황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며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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