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기자회가 2018년 언론자유지수를 기준으로 작성한 세계언론자유지도. 한국은 올해 대만에 이어 43위를 기록했다. <사진=국경없는 기자회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언론계 상황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정 의원은 “언론은 (민주주의 국가의) 제 4부라 불리는데, 지금 너무 황폐화됐다”며 “‘땡문뉴스’와 극도의 편파방송으로 공영방송 메인뉴스 시청률이 1%대이고 다른 공영방송도 한 자릿수”고 지적했다. 반면 이 총리는 “개별 회사의 시청률 제고문제는 개별 회사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일”이라며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대한민국은 1년 전보다 20단계 올라 43위가 됐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론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는 정 의원 주장과,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는 이 총리의 주장 중 어느 쪽이 더 설득력있을까? <이코리아>는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역대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통해 과거 정권별 언론 자유도를 되짚어봤다.

‘언론자유지수’는 '국경없는 기자회'가 전세계 180개국의 언론 자유도를 분석해 매년 3~4월 경 발표하는 자료로, 해당 국가의 언론인·법조인·사회학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와 통계자료의 두 가지데이터를 통해 산출된다. 설문조사의 경우 언론의 다양성·독립성·투명성·규제 등의 항목에 대해 87개의 질문이 주어지며, 통계자료의 경우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선정한 지역별 전문가들이 언론 및 언론인에 대한 직간접적 침해·폭력 사례를 집계해 최종 지수 산출에 반영한다. 언론자유지수는 점수가 낮을 수록 언론자유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해였던 2002년부터(2011~2012년은 통합 조사) 매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첫 발표에서 10.50점으로 180개국 중 39위를 기록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2003년 49위로 하락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순위가 상승해 4년차인 2006년에는 31위를 기록했다.

<자료=국경없는 기자회>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47위로 순위가 소폭 하락했으나, 임기 2년차를 맞이해서는 69위로 급락했다. 2010년 42위로 급상승하며 대만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권에서 가장 순위가 많이 오른 나라로 꼽혔지만, 임기 내 30위권에 재진입하지는 못했다.

언론자유지수가 가장 낮았던 것은 박근혜 전 정권 시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첫해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50위로 이명박 정부 마지막 순위(44위)보다 6단계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점차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해 2016년에는 70위까지 하락졌다. 2017년 4월 발표된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는 소폭 상승했지만 63위에 머물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전 세 정권에 대한 언론자유지수 순위를 평가해보면 노무현 정부가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2003~2007년) 중 평균 순위는 40.2위로 세 정권 중 가장 높았으며, 이명박 대통령(2008~2012년)은 49.2위로 뒤를 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실질적으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던 2017년을 제외하면 4년간의 평균 순위는 60위로 앞선 두 정권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인다. 2017년 순위를 포함해도 박근혜 전 정부의 성적표는 59.3위다.

그렇다면 '국경없는 기자회'의 현재 한국 언론자유도에 대한 평가는 어떨가? '국경없는 기자회'는 홈페이지의 대한민국 항목에서 “인권운동가이자 전 정치범인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은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30계단 이상 하락한 지난 10년 만에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또 “한국 언론들은 지난 2014~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싸움에서 투지를 보여주었고, 결국 그를 탄핵시키며 승리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공영방송인 MBC와 KBS에서 정부에 의해 지명된 경영진과 언론인들 사이에 이어진 10년 간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경없는 기자회'는 ▲공영방송의 관리자를 임명하는 시스템을 언론의 독립성을 더욱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개편하고 ▲여전히 최장 7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명예훼손죄를 비범죄화하며 ▲국가 안보를 이유로 북한 등과 관련하여 민감한 정보를 유포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부과하는 법률을 폐지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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