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형제복지원 사건’이 30여년 만에 사법부의 판단을 다시 받게 됐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는 13일 검찰과거사위원회 권고에 따라 재수사가 진행 중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라고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검찰개혁위는 "위헌·위법인 내무부 훈령 410호를 적용해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 등 원생들에 대한 특수감금 행위를 형법상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로 판단한 당시 판결은 형사소송법이 비상상고의 대상으로 규정한 '법령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권고 사유를 밝혔다.

문 검찰총장은 개혁위 권고안을 검토해 조만간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청구할 방침이다.

비상상고란 형사사건 확정판결에 법령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잘못을 바로잡아달라며 대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비상절차다.

개혁위는 또 "형제복지원 사건 조사 결과 검찰권 남용과 그로 인한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면 검찰총장이 직접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해야한다"고도 권고했다.

한국판 아유슈비츠로 불리는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무고한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형제복지원은 수용시설이 폐쇄될 때까지 513명이 사망했으며 암매장되거나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등 해방 이후 최대 인권유린 사례로  꼽힌다.

검찰은 지난 1987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에 대한 수사를 벌여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1989년 7월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문 총장이 비상상고를 청구하면 29년 만에 대법원이 사건을 재심리하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4월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재조사를 권고했다. 검찰은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대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당시 수사과정에서 '윗선'의 수사방해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검찰 개혁위 관계자는 "무죄판결의 유일한 근거인 내무부훈령 제410호가 위헌·위법성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법이 비상상고의 대상으로 규정한 '법령 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비상상고를 권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개혁위는 이밖에도 검찰총장에게 "장애인·다문화가족·북한이탈주민·외국인 등 사회적 소수자와 여성·아동을 대상으로 강화된 인권보호 방안을 수립·시행하라"고 권고했다. 또 대검찰청의 정책 기능을 강화하고 개별 사건에 대한 일선 검찰청의 자율성을 확대하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해 9월 19일 발족한 검찰개혁위는 이번 권고안을 끝으로 1년에 걸친 활동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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