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함께 기자단 촬영에 응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사실이 밝혀졌다.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열리면서 미국 내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새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최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긴 “매우 따뜻하고 긍정적인 편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 편지의 주된 목적은 새로운 정상회담 일정을 잡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제안에 대해 열려 있으며 이미 (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샌더스 대변인은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백악관 동의 없이는 편지 전문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의 비핵화 협상은 기대만큼 진전되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2차 회담을 제안하자, 미국 언론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안보전문가들은 지난 9일 열린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 열병식에서부터 이미 북미관계의 변화가 예견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은 그간 대규모 열병식에서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첨단 무기를 과시해왔으나, 이번 9·9절 열병식에서는 무기를 전시하기보다는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조형물들을 앞세웠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10일 미국의회전문매체 더힐(The Hill)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정권이 9·9절 열병식에서 잠재적으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ICBM)을 전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것은 무시할 수 없는 대사건이며 미국과 한국의 외교적 접근방식이 거둔 잠재적 승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열병식의 주제는 평화와 경제발전이었다”며 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는 29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가 2차 북미회담의 성사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회에서 북한 대표가 비핵화와 관련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진다면 2차 회담의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0일 유엔 공보국 자료를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장관급 인사가 29일 오전 유엔 총회 전반부 회의에서 7번째로 기조연설을 하게 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한다면 ‘완전한 파괴’에 직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1년 만에 다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북한 대표가 ‘완전한 파괴’가 아닌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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