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자신을 트럼프 정부 고위 관료라고 밝힌 익명의 제보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사진=뉴욕타임스 갈무리>

[이코리아] 뉴욕타임스(NYT) 익명 칼럼이 미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익명의 기고자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고발자 색출을 위한 수사 필요성을 언급해 주목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NYT는 절대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들이 한 일은 반역”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고자에 대해서도 “공화당원이나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딥 스테이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딥 스테이트’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정책을 자지우지하는 기득권 세력을 뜻하는 말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고자가 고급 기밀정보를 다루도록 허용된 사람이라면 국가안보 관련 회의에 참석하면 안 된다”며 “국가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지난 5일 익명의 기고문을 실었다. 현직 고위 관리라고 밝힌. 기고자는 “트럼프가 임명한 관료들은 그가 퇴임할 때까지 그의 잘못된 충동을 막고 민주주의 제도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맹세했다”며 “문제의 뿌리는 트럼프의 부도덕성에 있다”고 주장했다. 기고자는 또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자유’라는 공화당의 핵심 가치를 오히려 공격하고 있으며, 자유무역에 반대하고 푸틴, 김정은과 같은 독재자들에게 친밀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는 트럼프 정부 내 고위 관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충동적 기질로 인해 업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기고자는 또 “백악관부터 각 부처에 이르기까지 고위 관료들은 대통령의 언행에 대한 불신을 인정하고 있다”며 “그들 대부분이 대통령의 변덕으로부터 업무를 떨어뜨려놓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는 “트럼프의 보좌관 중 일부는 언론에 의해 악당처럼 그려지고 있다”면서도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잘못된 결정으로부터 백악관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YT에 기고문이 게재된 이후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이름없는 ‘레지스탕스’가 대체 누구냐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돈 맥간 백악관 법률고문 등 다양한 고위 관료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그의 아내 캐런 펜스가 유력하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직 장악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9일 NYT 기고문을 ‘쿠데타’라고 표현하며 “이것은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말했다. 만약 NYT 기고문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정부 내 고위 관료 대부분이 대통령에 아무런 신뢰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 된다.

반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 내 혼란상을 담은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출간을 앞둔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은 NYT 기고문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우드워드는 9일 CBS 인터뷰에서 “너무 모호하고, 구체적인 사건을 서술해야 한다는 (보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나라면 이런 글을 게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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