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3년 만에 부활한 금융감독원 종합검사의 첫 대상이 NH농협금융지주·은행 등 7개사로 정해졌다. 반면 당초 종합검사의 첫 타깃으로 지목돼왔던 삼성생명 등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금감원은 올 하반기 종합검사 대상으로 NH농협은행, NH농협금융지주, 현대라이프생명, 미래에셋대우증권, 한국자산신탁,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B캐피탈 등 7개 금융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금융업계에서는 최근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보업계에서는 현대라이프생명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금감원 종합검사는 소비자보호 등 감독목적에서 벗어난 금융사를 선별해 업무전반 및 재무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조사하는 방식으로 실시된다. 지난 2015년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금융업계 자율 성 강화 및 컨설팅 검사방식으로의 전환을 주장하며 폐지됐으나, 지난 7월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융사 경영실태를 큰 그림에서 파악하겠다”며 부활시켰다.

윤 원장이 올해 4분기부터 종합검사를 부활시키겠다고 예고하자,  금융업계에서는 생보업계가 주요 점검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됐다. 금감원이 생보업계에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하자, 삼성생명을 필두로 강력한 반발이 뒤따랐기 때문. 삼성생명은 민원을 제기한 가입자에게만 지급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금감원 권고를 거부한데 이어, 지난달 13일에는 즉시연금 가입자 A씨에 대해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하며 법리싸움을 예고한 바 있다. 한화생명 또한 “외부 법문 자문 결과도 그렇고 연금보험의 기본 원리를 고려했을 때 (금감원의 일괄지급 권고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

이처럼 '금감원 VS 생보업계'의 대립구도가 명확해지면서 금감원이 종합검사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렸다. 특히 윤 원장은 지난달 16일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생명이 종합검사의 첫 대상이냐”는 질문에 대해 “시장 예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욕을 먹어도 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보업계 중 현대라이프생명이 유일하게 종합검사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이같은 예상은 빗나가게 됐다. 금감원은 특별히 분쟁 소지가 있는 금융사를 선별하기보다는, 올해 경영실태평가가 예정된 금융사를 우선적으로 종합검사 대상에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융사의 실질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불필요한 논란을 우려해 삼성생명 등 주요 생보사를 종합검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즉시연금 문제로 생보사를 종합검사 대상에 대거 포함시킬 경우, 금감원이 냉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

실제로 윤 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즉시연금 문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통합그룹 검사 일정이 잡혀 있어 이를 먼저 소화하고 종합검사는 차분하게 들여다봐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윤 원장은 “즉시연금 등 이슈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합검사 대상 회사를 선정하게 될 경우 객관적인 검사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상황이 정리된 다음 생보업계에 대한 종합검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과거의 관행적 종합검사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 내년부터 유인부합적(Incentive Compatible) 종합검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는 내부 통제가 우수한 금융사를 검사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금융사가 스스로 취약점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종합검사 대상으로 선정된다고 해서 해당 금융사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취약점이 많은 회사를 먼저 선정하되, 업무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회사도 종합검사 대상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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