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윗을 올리자, 한 누리꾼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 사진을 올리며 비난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매케인 의원의 딸 매건 매케인은 1일 열린 장례식에서 "아버지의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필요가 없다. 미국은 원래 위대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공식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장례식 일정에 불참하고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악화되면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백악관에 대한 거리두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별세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 애리조나)의 장례식이 지난 1일 미국 워싱턴DC 국립성당에서 진행됐다. 이날 장례식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들과 당파를 초월한 정치인들이 모여 고인을 추모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 매케인 의원이 장례식 초대명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 초대받지 못한 트럼프, 장례식 대신 골프장 찾아

매케인 의원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오랜 갈등은 이미 미국 정계에서 잘 알려진 이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자신의 멕시코 이민자 비하 발언을 비난한 매케인 의원에 대해 “그는 전쟁영웅이 아니다. 포로로 붙잡혀서 전쟁영웅이라고 하는데, 나는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조롱했다. 포로생활 중 당한 고문으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된 매케인 의원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매케인 의원 또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등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도 매케인 의원은 오바마케어 폐지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키며 첨예한 대립구도를 이어갔다.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이를 트럼프케어로 대체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반 사활을 걸었던 정치적 승부수였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내 반대여론을 대표했던 매케인 의원답게, 그의 장례식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조사를 낭독한 부시 전 대통령은 “매케인은 무엇보다도 권력 남용을 혐오했으며, 편견이 심한 사람들과 으스대는 폭도들을 견디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또한 “우리의 정치와 공적인 담론들은 번지르르한 말과 모욕, 가짜 논쟁, 분노를 주고받으며 작고 하찮고 비열해 보일 때가 많다”며 매케인 의원에 대해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을 위해 싸웠다”고 평가했다. 이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매케인 의원의 딸 매건 매케인 또한 “존 매케인의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미국은 언제나 그랬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겨냥했다.

매케인 의원의 장례식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비난 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은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매케인 의원을 ‘전쟁영웅’으로 지칭한 공식 추모메시지를 발표하려는 백악관 내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트위터를 통해 유가족에 대한 짧은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으로 추모메시지를 대신했다.

장례식이 있던 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버지니아주의 한 골프장을 찾아 논란이 됐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수많은 트윗을 올렸지만, 매케인 의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장례식 다음날인 2일에는 매건 매케인의 발언을 의식한 듯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짧은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해당 트윗에 매건 매케인이 아버지의 관 앞에서 울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 “모든 미국인들이 전쟁영웅을 추모하는 동안 당신이 골프를 치고 있을 때, 매건은 당신의 슬로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며 분노를 표했다.

◇ 미 중간선거, 트럼프 비난 여론으로 공화당 불리

매케인 의원의 장례식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수시장 활황에도 불구하고 이미 러시아게이트, 성추문 등으로 인해 심각한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다. 여기에 장례식을 전후한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이 더해지면서 중간선거 전망도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달 26일~29일 사흘 동안 진행된 WP와 ABC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36%로 지난 7월 2일 조사(43%)보다 7%p 하락했다.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는 여전히 78%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조사(87%)에 비하면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45%로 지난 조사(46%)와 비슷했지만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86%→83%로 소폭 하락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질문에서는 49%가 찬성 의견을 밝혀 반대 의견(46%)을 앞질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후보 지지 캠페인이 중간선거에서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3일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정치적 선택으로 인해 새로운 지지층을 끌어들이기보다는 기존 지지층에 더욱 의존적이게 됐다”며 트럼프 고유의 정치스타일이 공화당 부진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또한 지난 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가라앉고 있다. 거의 25%까지 (지지율이) 내려간 상황”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최근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율을 의식한 듯 “당신이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사람을 보고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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