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데다 전체의 63%가 산과 계곡으로 이뤄져 4,600종 정도의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한다. 그래서 4월에 전국 어딜 가나 노란 개나리를 볼 수 있고 5월엔 철쭉꽃, 여름엔 진한 녹음이 우거지며 가을의 노랗고 붉은 단풍철을 지나 겨울에 상록과 흰 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연중 아름다운 공간에 살고 있다. 지구상에 이런 다양한 식생을 가진 나라는 그리 흔치 않다. 꽃과 잎이 아름다운 야생화 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우리 생활주변에서 어떻게 가꿔야 하는지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옥비녀처럼 흰꽃봉오리가 길게 생긴다.

할머니 머리에 꽃은 하얀 옥비녀를 닮은 옥잠화, 시골화단이든 도시정원이나 공원이든 한 여름에 피어 초가을을 맞는 정겨운 꽃이다. 꽃에서 나는 향기가 일품이라 영명도 'Fragrant plantain'이다.

8월 고온기에 큰 꽃을 피우고 가을이 짙어가면서 열매를 맺는다. 국내에서도 이제 많이 이용하지만 서양에서는 옥잠화(Hosta spp.) 없는 정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보배같은 존재다. 꽃말은 ‘침착, 조용’, 꽃이 크고 향기까지 가졌으면서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 않으니 볼수록 내공이 깊은 꽃이다

옥잠화는 반그늘을 좋아한다

국내에 총 11종 자생

옥잠화는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숙근초)으로서 세계적으로 약 70종이 분포하고 있는데, 한국, 중국, 일본이 중심지로 40~50종이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분포지 중의 하나로 긴옥잠화, 산옥잠화, 비비추, 넓은옥잠화 등 총 11종이 자생(1982, 이창복, 대한식물도감)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정원에 이용되는 것들은 주로 개량된 품종들로써 잎이 대형인 것, 소형인 것, 다양한 무늬가 든 것 등 다양하다. 꽃색도 옥잠화류는 흰색들이 많지만 비비추류는 청색이나 청분홍색들이 많다. 꽃과 향기도 좋지만 넓은 잎이 아름다워 봄부터 꽃피기 전까지 정원에 생명 넘치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꽃도 좋지만 잎도 넓고 아름다워 꽃꽂이 소재로도 좋다

옥잠화, 심고 가꾸는 방법

옥잠화는 추위에 강해 전국의 정원에서 즐길 수 있으며, 볕은 반그늘 이상 들면서 약간의 거름기가 있는 부드러운 흙으로 배수가 좋은 곳이면 어디서든 잘 자란다. 전원주택의 계단석이나 바위틈에서도 잘 자란다. 옥잠화 번식은 씨앗뿌리기나 포기나누기로 한다.

충실한 씨앗을 받으려면 무가온 하우스에서 채종모본을 가꿔야 한다. 노지에서는 꽃이 진 뒤 씨앗을 맺는 동안 바로 저온이 와 충실하게 여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품종들은 씨앗을 잘 맺지 않는 것들이 많아 주로 포기나누기로 번식한다. 포기나누기는 이른 봄 뿌리를 캐보면 하얀 눈이 달린 작은 포기들이 모여 큰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데 눈 3~4개씩 붙여 포기를 나눠 심어주면 된다. 봄에 야생화 전문매장에서 포트묘를 구해 정원에 심어도 좋다.

 

<필자 약력>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운영(2016~)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