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직원 갑질 등 각종 논란으로 인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잦은 SH공사의 비리 논란에 대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직원 갑질에 불법하도급 묵인, 구조적 문제 심각해…

최근 SH공사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하도급업체에 대한 공사 직원의 갑질 ▲불법하도급 관행 묵인 ▲ 퇴직자에 대한 전관예우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갑질’ 논란의 경우 지난 7일 감사원이 발표한 ‘공공부문 불공정관행 기동점검’ 보고서로 인해 이슈가 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SH공사 산하 지역센터의 공사감독 담당 A씨는 지난 2014년 1월~11월 사이 센터장 등의 부탁으로, 하도급업체에게 퇴직한 공사직원 3명의 주택을 수리하도록 요구했다. A씨는 이후 971만원 상당의 수리비를 보전해주기 위해 허위서류를 작성해 공사비로 약 2000만원을 하도급업체에 지급하도록 했다. 전직 공사직원 주택보수를 위해 하도급업체에 갑질을 하고 그 비용을 회사 돈으로 메운 셈이다. A씨는 이 밖에도 공사감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업체로부터 현금, 등산화, 노트북 등 78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법상 금지된 불법하도급 관행도 SH공사의 묵인 하에 유지되고 있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 2012년부터 B업체와 임대주택 보수공사 계약을 체결해왔으나, B업체는 도급금액의 80~85%가격에 이를 C업체로 일괄하도급 했다. C업체 또한 이를 동업관계에 있는 다른 업체 및 자회사에 도급금액의 70~75%로 재하도급을 주면서 임대주택 보수업무가 수년 간 불법하도급을 통해 이뤄지는 상황이 지속됐다.

문제는 SH공사가 이 사실을 알고 나서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 해당 보수공사의 불법하도급문제는 지난 2016년 한 시공업체의 자진신고로 밝혀졌지만, SH공사는 원도급인 B업체에 대해서만 영업정지 요청 및 고발 조치를 취했을 뿐, 타 업체에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상황을 방치했다.

SH공사의 전관예우 문제는 감사원 보고서에서 ‘갑질’ 직원이 퇴직한 공사직원의 부탁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SH공사는 지난 2007년 임대주택관리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하기로 결정하면서 퇴직자가 설립한 유지보수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SH공사는 2004년 개인비리 혐의로 해임된 전 주택관리팀장 D씨가 설립한 두 개의 용역회사에 임대주택단지의 경비용역업무를 수의계약형태로 몰아줘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시의회 강구덕 의원(자유한국당)이 SH공사가 전 직원이 세운 업체 세 곳에 전체 임대주택 위탁관리 업무의 54.3%를 맡기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SH공사, 문제 해결 위한 내부 대책 고민 중

SH공사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해당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개선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SH공사는 감사원 보고서가 발표된지 하루 뒤 해명자료를 내고 갑질 및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SH공사는 하도급업체 상대로 갑질을 한 A씨를 즉각 직위해제했으며, 향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파면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불법하도급의 경우 감사원 보고서에서 지적된 7개 업체에 대해 관련법령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H공사는 불법하도급이 이면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적발이 어렵다면서도 향후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부분 하도급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불투명한 하도급 계약을 방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수의계약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유지보수공사 ‘리그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리그제’는 다수의 시설물 유지보수업체를 선정하고 이후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업체를 도태시키는 방식을 의미한다. SH공사는 유지보수업체를 공사 직원이 아니라 입주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민원전담 콜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 SH공사의 개선대책, 근본 문제 해결 될까?

하지만 SH공사의 해명자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갑질' 문제의 경우 잘못을 저지른 직원에 대한 처벌만 적혀있을 뿐 향후 갑질 예방을 위한 대책에 대한 언급이 없다. ‘갑질’은 개인의 윤리적 결함이 아니라 구조적인 권력관계에서 오는 문제다. 일감으로 연결된 SH공사와 민간업체는 항시 갑을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데 직원 한 명을 처벌한다고 갑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특정 지역센터의 문제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직무 순환근무제를 택하고 있는 공기업 특성상 해당 사실을 다른 직원들이 몰랐을 리도 없다. 내부 고발이 아니라 감사원 조사에 의해서야 갑질 문제가 드러났다는 사실은 내부 감시를 강화하는 수준의 대책으로 이번 문제가 근절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불법하도급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됐다기보다는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모호한 표현에 그치고 있다. 불법하도급 문제는 SH직원이 공사현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작업자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기만 했다면 알아챌 수 있었던 문제다. 이면계약 때문에 적발하기 어려웠다는 변명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할 수 있었던 불법하도급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SH공사의 주 업무인 임대주택관리를 직영에서 민간위탁으로 전환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민간위탁시스템이 들어서면서 SH공사와 민간업체의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퇴직자에 대한 지원도 가능해졌다는 것. 하지만 SH공사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민간위탁 전환은 효율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임대주택 수가 20만호에 달할 정도로 늘어난 현 상황에서 직영체제로 돌아간다면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공사가 직접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것이 효율성의 문제로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민간위탁 시 발생할 수 있는 갑질, 불법하도급, 전관예우 등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제도적 방지책이 확고하게 구축돼야한다. SH공사의 자체적인 관리감독 강화나, 문제 직원에 대한 징계가 최근 이어지는 논란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SH공사의 해명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이유다.

김세용 SH공사 신임 사장은 지난 1월 취임식에서 시민들을 위한 공간복지를 외치며 포부를 밝혔지만,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내부단속부터 신경 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임대주택관리의 민간위탁 이후 쌓여온 내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사업에 대한 추진력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임기 7개월을 맞은 김 사장이 산적한 내부 문제 해결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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