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통계청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르 메르디앙 호텔에서 열린 ‘제8회 국가통계발전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통계청이 내년부터 실시하는 가계수지조사 표본가구 규모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통계청의 이번 조치가 최근 문제가 된 가계동향조사의 신뢰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계청은 최근 신뢰성 논란에 휩싸인 가계동향조사를 전면 개편하고, 소득부문과 지출부문을 합친 가계수지조사를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가계수지조사는 지난 2016년까지 진행됐으나, 이후 소득부문을 분리해 8000가구 규모의 표본에 대한 조사 결과를 분기별로 발표하고, 1만2000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지출부문은 연 단위로 공표해왔다.

통계청은 내년부터 연 단위 지출조사를 분기 단위로 바꾸고, 2020년부터 소득과 지출이 통합된 조사결과를 분기마다 발표할 예정이다. 2016년 이전 체제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본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분기 기준으로 할 때 2016년 이전(8700가구)보다도 소폭 확대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예산 확보 과정이 마무리되면 구체적인 표본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은 지난 2분기 보고서에서 빈부격차가 심각하게 확대됐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신뢰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논란의 핵심은 표본 규모가 매년 바뀌어온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시계열적으로 비교할 수 있냐는 것. 당초 통계청은 지난 2017년 고소득층의 낮은 응답률로 인해 대표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던 기존 가계동향조사를 중단하고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대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 때문에 2017년 가계동향조사는 신규 표본 대체작업도 이뤄지지 않은 채 기존보다 적은 규모의 표본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통계청 결정에 대한 정치권 및 학계의 반발이 나오면서 2018년 가계동향조사가 계속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표본 규모가 증가하고 신규표본 비중이 60%까지 늘어나게 됐다. 또한 신규 표본이 늘어나면서 저소득층 및 고령층 가구 비중도 이전에 비해 증가됐다. 이 때문에 통계청에서도 2/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하면서 표본 교체로 인해 시계열 비교 시 주의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우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30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16년 1분기에는 7000여 개던 표본이 17년 1분기에는 4000개로 크게 줄었고, 18년 1분기에는 다시 또 7000여 개로 증가했다”며 “3개년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표본은 1600개밖에 되지 않는 기형적인 결과가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렇게 표본 수와 표본 구성에 연도 간에 큰 차이가 나면 당연히 연도 간 비교라는 게 크게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가계동향조사와 관련된 계획이 번복되면서 표본 규모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한 것이 2/4분기 조사결과를 둘러싼 논쟁의 원인인 셈이다. 통계청은 가계수지조사를 부활시키면서 표본의 일관성을 회복하는 한편, 조사방식을 기존 면접방식에서 가계부 기입 방식으로 바꿔 통계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또한 이를 위해 내년 가계동향조사 예산을 올해(28억5300만원)의 5배가 넘는 159억4100만원으로 편성했다.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은 30일 개최된 ‘제8회 국가통계 발전포럼’에서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정책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통계청을 비롯한 모든 통계작성기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통계 패러다임 전환 및 국가통계의 품질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 청장의 지휘 아래 다시 시행될 가계수지조사가 통계청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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