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복스(VOX)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을 약속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29일 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회담이 끝난 이후 곧 종전선언에 서명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들은 종전선언을 김 위원장이 먼저 요구했는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는지는 불확실하며, 특정한 날짜를 지정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1일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게도 같은 약속을 했다고 덧붙였다. 복스는 이 같은 거듭된 약속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먼저 종전선언을 추진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나,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비핵화 증거를 요구하자 약속을 어긴 것으로 보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북외교를 전담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에게 향후 6~8개월 안에 보유 중인 핵무기의 60~70%를 넘겨달라고 반복해서 요구해왔다. 종전선언 이전에 비핵화 진전의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 복스는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한의 발언이 점차 적대적으로 변해가게 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 소식통은 이날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평화선언을 약속해놓고 나서 골대를 옮겨 (종전선언 약속을) 조건부로 만들어버린다면 미국이 합의를 어기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종전선언을 언급해놓고 약속 이행을 미루는 이유에 대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트럼프 정부 내 강경파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복스는 이들이 핵무기 해체에 대한 확실한 증거 없이 종전선언에 서명할 경우 북한에 기만당할 수 있으며,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의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스의 보도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내부 반발로 입장을 바꾸면서 북미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스는 현재 대북외교에서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양국이 양보 없이 협상을 지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합의를 폐기하고 군사 옵션등의 새로운 수단을 찾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소장은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소장은 이어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해야 할 모든 이유를 다 제시할 수 있다”며 “그것(종전선언)은 트럼프 정부의 기념비적인 유산을 구축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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