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라임.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어느 체제도 인간에게 완벽한 자유를 부여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속한 체제와 싸워야 한다.”

밴드 첨바왐바(Chumbawamba)의 최고 히트곡 'Tubthumping'은 전 인류가 모든 체제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날까지 힘을 모아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록 겉으로는 통속적인 팝과 록, 댄스 등 대중음악의 문법에 충실하지만, 이 곡에는 무한자유를 추구하며 이를 방해하는 어느 세력과도 처절히 싸우겠다는 아나키즘의 세계관이 담겨있다.

영국 리즈(Leeds) 출신 첨바왐바는 마가렛 대처 수상이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전쟁을 치르던 1982년 데뷔, 이후 30년 동안 약한 자들의 편에 서서 영국 황실과 정부, 맥도널드, EMI레코드, 나이키 등 권력과 부를 지닌 세력과 격렬히 투쟁했다. 파리 68혁명과 70년대 영국 펑크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은 이들에게 음악은 자신들의 사상을 전파하는 무기였다.

'Tubthumping'은 시작부터 투쟁가임을 선언하고 있다. “모든 싸움이 끝난 후 참된 승리를 쟁취했을 때 우린 노래할 것이다. 나는 쓰러져도 또 일어날 것이고, 네놈들은 절대로 날 굴복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노래가 말하는 참된 승리는 과연 무엇일까? 이들이 주장하는 승리는 분명 경쟁을 통해 쟁취하는 화려한 부와 명예가 아니라, 평범한 서민들이 그저 편안히 술집에 앉아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소박한 삶의 쟁취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첨바왐바는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싸워야한다고 외치는 것이다.

원래 이 곡은 영국 노동당 정부의 탄압에 맞선 리버풀 부두노동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든 곡이었다. 노동자들의 전폭적 지지로 권력을 잡은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권은 어이없게도 수많은 부두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는데 앞장섰다. 배턴을 물려준 대처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첨바왐바의 30년 역사는 그야말로 좌충우돌 투쟁의 역사였다. 데뷔 당시 아나코펑크(anarcho-funk, 아나키즘으로 무장한 펑크)의 선두주자로 명성을 떨친 첨바왐바는 10명의 희생자를 낸 '영국 광부파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Tumthumping'이 실린 앨범 < Tubthumper >의 레코딩을 앞둔 상황에서 돈을 버는 데만 혈안이 된 '원 리틀 인디언 레코드사'(One Little Indian Records)와 단호히 결별하는 모험을 감행키도 했다. 안정적인 밥그릇을 내던진 밴드 멤버들은 이 당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러 다니기도 했다.

1997년에는 자신들이 그토록 경멸했던 대형레코드사 EMI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들의 인디정신과 저항음악을 지원했던 상당수 팬들이 등을 돌렸지만 이들은 'Tubthumping'의 성공 덕에 더 큰 목소리로 더 많은 음악팬들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외칠 수 있게 됐다. 많은 이들이 첨바왐바의 타락을 두려워했으나, 이들의 투쟁은 성공과 관계없이 그 강도를 더해갔다.

1998년 브릿 어워즈 공연에서는 리버풀 부두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정부를 배은망덕한 배신자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보컬리스트 댄버트 노배컨(Danbert Nobacon)은 객석 앞의 비싼 자리에 앉아있던 부수상 존 프리스캇(John Prescott)의 얼굴에 얼음물을 쏟아 부었다. 가난한 부두 노동가문 출신으로 노동자를 해고하는데 앞장선 배신자에 대한 응징이었다. 그들은 또한 리버풀 부두노동자들만을 위해 자선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첨바왐바는 엄청난 액수의 돈 앞에서도 투사의 고결함을 지켜냈다. 이들은 나이키가 1998월드컵을 겨냥, 광고음악으로 'Tubthuming'를 쓰겠다며 1백50만 달러를 제안했을 때 단칼에 거절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음악사용료로 1백만 달러를 내놓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제너럴일렉트릭이 군용기 엔진을 생산한다는 이유였다.

또한 앨범 < Tubthumper >로 스타덤에 오른 직후 가난한 팬들에게 대형 매장에서 자신들의 음반을 훔쳐가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어차피 그들도 음악팬들 주머니 속의 돈을 훔치니 피장파장이란 얘기였다. 특히 돈 많은 버진 레코드사와 같은 매장이 도둑질하기에 안성맞춤의 장소라고 부추겼다. 결국 버진은 < Tubthumper > 전체 수량을 진열대에서 제거해버렸다. 올해 7월8일, 결성 30주년을 맞은 첨바왐바는 조용히 은퇴를 선언했다.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 그들은 화려한 세리머니 대신 웹사이트를 통해 덤덤하게 자신들의 종말을 알렸다. 마지막 인사는 매우 간단했다. 

“얼마나 큰 혜택이었던가. 그리고 얼마나 즐거웠던가.”(What a privilege. And what a good time we've had.) 세상을 다 바꾼 후 축배를 들자던 그들의 소원은 이제 미완의 과제로 우리 곁에 남았다. 비록 그들이 소원하던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들의 외침은 우리 가슴속에 살아남아 그 불꽃을 계속해서 피워갈 것이다.

 

We'll be singing
When we're winning
We'll be singing


우린 노래할 거야
우리가 승리할 때
우린 노래할 거야


I get knocked down
But I get up again
You're never going to keep me down
I get knocked down
But I get up again
You're never going to keep me down


어쩌다 쓰러지더라도
난 곧 일어날 거야
네놈들은 절대 날 굴복시킬 수 없어
어쩌다 쓰러지더라도
난 곧 일어날 거야
네놈들은 절대 날 굴복시킬 수 없어


* Pissing the night away
Pissing the night away


이 밤을 술로 흘려보내세
이 밤을 술로 흘려보내세


** He drinks a whisky drink
He drinks a vodka drink
He drinks a lager drink
He drinks a cider drink
He sings the songs that remind him
Of the good times
He sings the songs that remind him
Of the better times
“Oh Danny Boy
Danny Boy.”


그는 위스키를 마시고
그는 보드카를 마시고
그는 라거 맥주를 마시고
그는 사과주도 마시지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좋았던 시절의 노랠 부르지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더 좋았던 시절의 노랠 부르지
“오오, 대니 보이
대니 보이.”


I get knocked down
But I get up again
You're never going to keep me down
I get knocked down
But I get up again
You're never going to keep me down


어쩌다 쓰러지더라도
난 곧 일어날 거야
네놈들은 절대 날 굴복시킬 수 없어
어쩌다 쓰러지더라도
난 곧 일어날 거야
네놈들은 절대 날 굴복시킬 수 없어


repeat *

repeat **

I get knocked down
But I get up again
You're never going to keep me down
I get knocked down
But I get up again
You're never going to keep me down


어쩌다 쓰러지더라도
난 곧 일어날 거야
네놈들은 절대 날 굴복시킬 수 없어
어쩌다 쓰러지더라도
난 곧 일어날 거야
네놈들은 절대 날 굴복시킬 수 없어


We'll be singing
When we're winning
We'll be singing


우린 노래할 거야
우리가 승리할 때
우린 노래할 거야

 

앨범제목인 'tubthumper'는 '열변을 토하는 사람', '대변인' 등을 뜻하는데, 영국에서는 대부분 '정치인'을 말한다. 'Tubthumping'은 '열변을 토하는 정치행위', 즉 '선거유세'(campaigning)를 뜻한다.

영국과 미국의 영어가 조금 다르다는 걸 잘 보여주는 단어가 'piss'의 현재형인 'pissing'이다. 일단 'piss'는 동사로 '오줌을 누다', 명사로 '오줌 싸기'를 뜻한다. 같은 의미의 단어로는 동사 'urinate'와 명사 'urine', 또 동사와 명사로 같이 쓰이는 'pee'가 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로도 쓰이기도 한다. 미국에서 'piss'는 '화가 나다', '열 받다'의 의미인데 반해 영국에서는 '만취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러니까 이 노래에서 “pissing the night away.”는 “밤새 술에 취해보자.”를 의미한다. 'Piss'가 사용되는 몇 가지 경우를 살펴보자.
1. I must take a piss because I'm about to wet my pants. (난 오줌을 누어야 돼. 아니면 바지를 적실 것 같아.)
2. My wife always pisses me off. (마누라는 항상 날 화나게 한다.)
3. Piss off before I kick your ass. (맞아 죽기 전에 꺼져.)
4. It's a shame that you've pissed your precious time away. (너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다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조금 저속하지만 재미있는 표현 중에 'not to have a pot to piss in'이란 게 있다. 직역하면 오줌을 눌 그릇, 그러니까 요강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우리말 표현 중에 'X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와 비슷하다. 

'Knocked down'은 원래 권투 등 스포츠에서 많이 쓰는 말이다. '무언가에 가격을 당해 쓰러지다'란 뜻으로 상대선수에게 맞아 다운 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KO패를 당하는 'knocked out'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knocked down'은 다시 일어설 가능성이나 여지가 남아있는 상태를 뜻한다. 'Knocked down'이 사용되는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He got knocked down three times but he never gave up. (그는 세 번이나 다운당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2. These old buildings will be knocked down in few days. (며칠 사이에 이 오래된 건물들은 철거된다.)
3. Can you knocked down the price a little bit? (가격을 조금 깎아주실 수 없나요?)


'Knocked out'이 쓰이는 경우를 보자.
1. He was knocked out and lost his consciousness immediately. (그는 KO된 후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2. Knock yourself out! '(상대방이 매우 피곤할 때) 빨리 자라!) 
3. Electrical power was knocked out in a storm. (폭풍우로 정전이 됐다.)


노래 중간에 등장하는 “Don't cry for me, next door neighbor.”에서 'next door neighbor'는 '바로 옆집', 즉 '아주 가까이 사는 이웃'을 말한다. 그런데 이 문장에는 한 가지 숨은 뜻이 담겨있다. 'Don't cry for me Argentina'는 모두가 알다시피 뮤지컬 <에비타>의 주요 넘버다. 에비타(Evita)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안 페론(Juan Peron)의 아내였던 에바(Eva) 페론을 말한다. 

첨바왐바가 이 노랫말을 삽입한 이유는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때문이다. 당시 영국수상인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는 먼저 도발했다는 이유로 아르헨티나와의 협상을 일체 거부한 채 전쟁을 감행했다. 포클랜드 전쟁은 양측에서 무려 1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결과를 낳았고, 어이없게도 두 나라는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한 채 전쟁을 종결했다. 사실상 영국은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끝내 포클랜드 섬의 영유권을 얻어내진 못했다. 결론적으로 무승부의 결과를 위해 귀한 목숨들이 희생되고 만 것이다. 

첨바왐바는 이 노랫말을 통해 대화를 포기한 채 밀어붙이기를 감행한 대처와 영국 행정부를 슬쩍 비난함과 동시에 전쟁에서 패한 아르헨티나를 위로하고 있다. 그러니까 'Tubthumping'의 노랫말에서 'next door neighbor'는 'Argentina'를 뜻한다. 먼 나라 아르헨티나 사람들도 아주 가까운 이웃처럼 소중한 존재들이란 얘기다. 영국본토에서 무려 1만3천km나 떨어진 땅을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는 대처의 모습에서 오늘 일본 권력자들의 모습을 본다.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하며 온갖 고통을 안겨준 것도 모자라 한 번도 자기 땅인 적이 없었던 독도를 일본 소유라고 주장하는 노다 요시히코와 아베 신조는 분명 대처의 닮은꼴들이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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