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일감몰아주기 및 지주회사 의무보유지분 관련 규정들을 강화한 반면,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조치는 빠졌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에서 큰 관심을 모았던 공익법인 및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조치는 특수관계인 합산 15%로 정해졌다. 당초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는 과도한 총수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보험사의 경우 의결권 행사 한도를 추가로 5%까지 제한할 것을 건의했었다.

반면 공정위는 금융보험사 단독 규제의 경우 실익이 크지 않다며 현행 기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단, 계열사간 합병의 경우 예외적 의결권 행사사유에서 배제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브리핑에서 “금융·보험사만의 의결권을 별도로 5%로 설정하자는 특위의 권고안이 있었지만, 이에 해당되는 사례가 딱 1개 사밖에 없다”며 “예외적 사례를 규율하기 위해서 일반법인 공정거래법에 너무 과도한 어떤 규제를 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을 한 끝에 이번에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사례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호텔신라 지분 7%를 의미한다. 1개 사례만을 위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것.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할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도 기존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에서 각각 30%, 50%로 상향됐다. 하지만 이는 기존 계열사가 지주사로 전환하거나 신규 지주사를 설립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기존 지주사의 경우 익금불산입률 조정 및 과세이연 개편 등 세법상의 규율을 통해 보유지분 상향을 유도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기존 지주사에 대해 개정안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20·40%에서 30·50%로 10%p 비율을 올릴 때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그룹은 역시 2개 그룹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LG 등 기존 지주사 전환을 끝낸 그룹의 경우 추가 자금 투입 부담을 받지 않게 됐다.

일각에서는 금융보험사 의결권 추가제한 등 일부 대기업 규제대책이 빠진 것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비난 여론이 높은 일부 대기업만을 겨냥한 규제를 공정거래법에 추가한다고 해서 재벌개혁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그 수단으로서는 굉장히 선정적이고 경직적인 사전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 생각해 왔던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방적 경향”이라며 “이것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효율적인지, 정치적으로 얼마나 합목적적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재벌 폐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인식되어 있는 것들에 대해서 실태조사를 해 보면, 일반적이라기보다는 매우 예외적인 현상인 경우들이 없지 않다”며 “예외 사례를 규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에 일반적인 규제 장치를 두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여론의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한 규제를 신설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규제체계를 합리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실제로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공정위 권한을 분산시켜 공정위에 집중된 과도한 사건부담을 완화하는 것이다. 전속고발권 폐지로 검찰의 경성담합 수사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위법행위 중단을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됐다. 공정경제 실현이라는 목표를 위해 공정거래법과 민·형사상 절차가 좀 더 역할을 분담하게 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과거 정부들도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기하기는 어렵다 “공정경제 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또는 기대가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 틀이 시대에 잘 맞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등 예외적 사례에 대한 규정의 경우 실효성도 떨어지는데다, 공정경제 추진을 위한 법적 수단의 합리화라는 개정 취지와도 동떨어져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기존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총수일가 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을 상장사·비상장사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하고, 이들 기업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범위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규제 대상 기업은 231개에서 607개로 대폭 증가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