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위와 5분위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감률 추이. <자료=통계청>

[이코리아가계동향조사 결과 소득격차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통계청은 취업인구 감소와 제조업 부진을 원인으로 제시한 반면,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2018 2/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3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실질기준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오히려 빈부격차는 심화됐다. 소득 하위 20%(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오히려 132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한 반면, 상위 20%(5분위)는 913만5000원으로 10.3% 증가했기 때문.

처분가능소득 격차도 늘어나는 추세다. 5분위계층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1분위계층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5분위배율은 5.23으로 전년 동기(4.73)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올해 1분기(5.95)에 비해서는 하락했지만 2분기만 놓고 비교하면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2분기(5.2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 제조업·고용부진, 저소득층 소득감소 초래

통계청은 이번 가계동향조사 결과 소득격차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난 것에 대해 제조업 부진을 주원인으로 제시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2015년을 저점으로 해서 소득격차의 확대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며 “2015년부터 조선업, 자동차 등 중심산업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그 파급효과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부진이 이어지다보니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사업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득격차도 심화되고 있다는 것.

박 과장은 이어 “최근 고용증가 둔화를 반영해 가구 취업 인원수가 많이 떨어졌다”며 “2017년 2/4분기하고 올해 2/4분기를 비교했을 때 1분위 가구에서 근로자가구 비중이 43.2%에서 32.6%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이 고용위기에 직면하면서 근로소득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 실제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취업인원수는 2분기 들어 18%나 줄어들었다.

저소득층 소득이 가라앉고 있는 반면 5분위계층 소득은 크게 늘어났다. 박 과장은 “올해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임금상승률을 보게 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총액 증가율이 5월에 4.4%를 기록했다”며 “임금 상승이 어느 정도 이뤄지다 보니 4·5분위 근로소득 증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5분위계층의 경우 취업 인원수도 2분기 들어 5.0% 증가했다.

◇ 소득격차 심화는 文정부 경제정책 역효과?

제조업 부진에 초점을 맞춘 통계청 설명과는 달리,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소득격차 심화의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세금중독 성장론”이라며 강하기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는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정부가 곳간을 헐어 잔치하고 뜯어먹을 생각만 하고 있다”며 “한국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한 놈'(소득주도 성장정책)만 패는 끈기와 집중력을 통해 야당으로서 진면목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보수 언론들도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며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24일 사설에서 “최저임금이 16%나 인상된 올해 들어 취약 업종의 저임금 일자리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다”며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실험이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 청와대, “정책기조 변화 없다”

반면 정부·여당은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면서도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꾸준한 추진을 통해 대응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소득주도)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며 “현재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 중심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재정지출을 확대해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좀 더 힘을 주겠다는 것. 김 대변인은 “소득분배 악화 개선의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은 예산”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엄중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있으며, 대책마련을 위해 긴밀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에선 최저임금을 인상했는데 왜 저소득층 가구 소득이 줄었느냐고 지적하며 그래서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고 비판하지만, 최저임근 인상은 지금 일자리 갖고 있는 저소득층 근로자에게만 효과가 있고 실직자나 무직자에게는 혜택 안돌아간다”며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비판에 반박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저소득층 소득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와 제조업 업황 부진에 따른 것”이라며 “정부와 당이 협력해 취약계층 일자리를 더 만들고 혁신성장의 성과를 내기 위해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세부 정책들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 통계청 “전년 동분기와 단순비교 어렵다”

한편 통계청은 2018년 들어 가계동향조사 표본이 개편됐다며 전년 동분기와 비교하는데 신중할 것을 요청했다. 2017년 가계동향조사는 '2010년 인구총조사'에 기반해 약 5500가구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반면 2018년 가계동향조사부터는 '2015년 인구총조사' 기반으로 교체하고 표본도 약 8000가구로 확대됐다는 것.

특히 표본가구가 확대되면서 고령층 가구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 저소득층 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의 유효표본에서 가구주 연령이 60세 이상인 가구의 비중은 29.4%(2인 이상 가구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2.8%p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고령층 가구주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저소득층의 소득감소 효과가 지난해보다 과장되게 나타났을 수 있다는 것. 물론 반대로 지난해까지의 저소득층 소득수준이 실제보다 높은 수준으로 측정됐을 가능성도 있다.

통계청의 말대로 표본변화에 따른 영향이 실재한다면, 표본이 전혀 다른 2017년 2/4분기와 2018년 2/4분기를 비교할 경우 소득격차 심화 추세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측정됐을 수 있다. 통계청은 “전년도와 올해의 통계수치를 직접 비교해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표본가구 구성의 변화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