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북측 주최 만찬에서 북측 가족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번 제21차 이산가족상봉행사에서 “내 핏줄이 아닌 것 같다”며 상봉장 밖으로 나간 이재환 씨의 사연이 화제다.

이재일(85), 재환 형제는 20일 첫 단체상봉에서 북측 리경숙(53), 성호(50) 남매가 가져온 형의 사진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재환씨는 리경숙 남매에게 몇 마디 물어본 뒤 “내 조카가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아버지의 나이와 사망 경위고 모르나”라며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난 이씨는 상봉장 밖으로 나갔다.

당황한 리경숙 남매가 이씨 형인 이재일씨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아버지가 맞다”고 주장했다. 사진속 인물을 꼼꼼히 들여다본 이재일씨는 “내 형님이 아닌 것 같다. 초등학교 때 헤어졌을 당시 나보다 덩치가 좋았다”며 반신반의했다.

실랑이가 벌어지자 북측 실무자가 서류를 가져와 “여기 호적을 보면 조카가 맞다”고 설명했다. 이재환씨는 호적을 보고도 믿지 못하겠는 듯 조카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씨는 “625 때 납북된 형님이 남한에 두 동생이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조카가) 그걸 모른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분위기는 21일 개별상봉 때부터 다소 풀렸다. 개별상봉 때 이씨 형제가 리경숙 남매게게 호가족앨범이 든 가방을 건넸고, 오후 단체상봉 때는 기념촬영도 했다. 그렇다고 의심을 완전히 거둔 건 아니었다. 형인 이재일씨는 3차례 조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수긍하는 분위기였으나 동생인 이재환씨는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이재환씨의 형 이재억씨는 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후 1997년 4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형제는 조카들이라도 만나기 위해 상봉 신청을 했고 이날 마침내 상봉했으나 끝내 핏줄에 대한 의심은 거두지 못하고 돌아오게 됐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과거 이산가족상봉 때도 “가족이 아닌 것 같다”며 상봉 도중 자리를 떠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이산가족상봉행사에서는 모두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작별상봉까지 마쳐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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