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거대 생보사를 상대로 종합검사에 나설 전망이다.

윤 원장은 지난 16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을 갖고 “(보복성 검사로) 오해받을 일은 안 해야 하지만 삼성, 한화를 포함한 회사들이 우리의 검사업무와 관련된 업무가 많다”며 “다른 일로 검사 나갈 일이 반드시 있을 텐데 그것까지 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할 일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금감원 종합검사의 첫 대상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시장 예상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직은 논의 단계이지만 소비자 보호문제나 즉시연금도 그렇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욕을 먹어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윤 원장의 종합검사 언급은 최근 금감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한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지난달 9일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며 종합검사를 올해 4분기부터 다시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종합검사는 2~3년에 한 번씩 금융기관의 업무전반 및 재산상황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실시하는 검사로, 지난 2015년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금융업계의 자율성 강화 및 ‘컨설팅’ 검사를 강조하며 폐지한 바 있다. 윤 원장은 당시 종합검사 폐지에 대해 금융당국의 감독능력 약화로 금융산업의 위험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종합검사가 부활하면 기존에 건전성 위주로 실시됐던 경영실태평가와 달리 금융기관의 준법 여부에 대한 평가가 강화된다. 즉시연금 문제로 민원인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생명의 경우 준법성에 초점을 맞춘 종합검사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생보업계의 반발로 체면을 구긴 금감원이 첫 종합검사 대상에게 상당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가능성도 높다.

삼성생명이 윤 원장의 선전포고에 어떻게 대응할 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자사 즉시연금 상품 가입자 A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생보사들이 즉시연금을 미지급했다는 금감원 주장을 법리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것. 이미 금감원의 미지급금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한 삼성생명이 가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금감원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하지만 윤 원장이 종합검사까지 불사할 경우 생보사들이 한 발 물러설 가능성도 있다. 종합검사 결과 위법 사항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징계가 떨어질 경우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 특히 지난 자살보험금 사태의 경우 대법원이 보험사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놨지만, 금감원의 압박에 결국 보험사들이 백기를 든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지만,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법원 판결에 기대 버티던 생보사들은 금감원이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를 부과하자 결국 보험금 지급을 결정했고, 금감원도 징계수위를 낮추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당시 금감원으로부터 영업정지 3개월, 대표이사 문책경고, 최대 과징금 8억9000만원의 징계를 받았으나, 금감원 권고를 수용하면서 과징금을 제외한 징계가 기관경고 및 대표이사 주의 조치 수준으로 완화된 바 있다.

반면 자살보험금 사태와 즉시연금 사태는 차이가 있어 생보사들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자살보험금 사태의 경우 약관에 자살을 재해사망으로 인정하는 내용이명시된 데다, 대법원도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경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즉시연금의 경우 약관에 사업비 공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쟁점이다. 이러한 경우 소비자에게 불리한 판례가 이미 다수 존재해 생보사들도 법리 다툼을 해볼만 하다는 것.

한화생명도 지난 10일 “즉시연금 지급 건은 자살보험금과 다르다”며 “외부 법문 자문 결과도 그렇고 연금보험 기본 원리 고려했을 때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원장이 빼든 종합검사라는 칼에 생보사들이 어떻게 대응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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