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휴일이면 산에 가는 것은 거기에 건강한 식생을 가진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늘 자연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최대한 자연을 내 곁에 끌어들이는 게 정원의 시작이다. 그래서 자연을 Nature 라고 한다면 정원은 Second nature 라고도 부른다. 정원은 자연과 교감하는 채널이다. 정원가꾸기를 한다는 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다. 정원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계절별로 어떤 과정을 거쳐야 연중 아름다운 정원이 되는지 하는지 하나씩 짚어본다.

잔디밭 건나 배롱나무는 꽃이 한창이지만 꽃마차의 메일은 물을 하루만 안주면 고개를 숙인다.

지난 6, 7월에 이어 8월 중순이 넘어가는데도 올핸 태풍도 비도 거의 없다. 연일 40℃에 육박하는 고온에 종종 소나기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어쩌다 내린 소나기는 김삿갓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산발적으로 쏟아질 뿐 전국적으로 가뭄 해갈엔 어림없는 양이다. 그러다보니 여기 꽃담원에서도 매일 아침이면 2시간씩 물 주는 게 중요한 일과가 되어 버렸다.

예년 같으면 장마철 우후죽순처럼 자라는 풀들을 뽑고 쑥쑥 자라는 가지치기 등 전정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때인데 올핸 풀 뽑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풀을 이용해 가뭄피해를 줄이는 풀과의 상생 전략을 펴가고 있다. 봄에 옮겨 심은 산딸나무와 배롱나무, 상화헌 전면의 천일홍과 맨드라미 중심의 1년초화류 화단, 댑싸리와 용머리 군락, 경사면 핑크뮬리 식재지 등 다양한 공간에서 꽃(또는 관상수)과 잡초와의 상생 현장이 목격된다.

꽃 주변의 잡초를 깨끗이 뽑아주거나 이식한 관상수의 지제부 표면을 그대로 태양에 노출시키면 표면의 수분증발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곧바로 뿌리까지 말라버린다. 하지만 풀과 함께 표면을 덮고 있으면 지하부에서 화초와 잡초의 뿌리간 약간의 수분경합이 생기긴 하지만 표면으로 그냥 증발되고 마는 수분이 없거나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화초는 그만큼 오랫동안 푸르름을 유지하며 생장엔 훨씬 더 도움을 주게 된다. 지표면을 풀이나 짚 등 유기물이나 우드칩 같은 게 덮고 있으면 지온 상승도 막아줘 뿌리의 건강한 발달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정원을 가꾸면서 자연에는 원래 잡초나 풀이라는 식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란 걸 새삼 깨닫기도 한다.

심한 가뭄이 꽃담원에도 계속되고 있어 매일아침 2시간씩 물주는 게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잎이 한번 시들어 고개 숙였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

식물은 물을 수동적으로 흡수한다. 즉 잎이 증산작용을 하면서 기공을 통해 체내의 수분이 밖으로 배출되면 뿌리부터 기공에 이르기까지 체내 도관부에 일정한 압력(물을 당기는 힘)이 생기게 되며 이 압에 의해 뿌리털은 주변에 있는 수분을 빨아들여 체내 전 기관에 보내 생명활동을 지속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처럼 날씨가 계속 가물면 뿌리는 주변에 흡수할 수분이 없어 압이 점차 커지게 되고 물을 계속 주지 않으면 결국 압력계가 고장 나 잎은 쳐지게 된다. 이때를 ‘초기위조점’이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 바로 물을 주면 식물체내 압력계가 살아나 다시 정상 생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수분 공급이 계속 안 되면 식물은 결국 ‘영구위조점’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잎 끝이 타 들어가면서 고사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자연상태에서는 아무리 가물어도 나무가 말라죽는 경우는 없지만(자연에서는 뿌리가 물을 찾아 174m 까지 뻗어나감, 식물생리학) 정원이나 공원 등 경작지에서는 토양의 모세관이나 입단화가 파괴되어 물 공급이 중단되면 바로 수분 부족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요즘처럼 극심한 가뭄이 계속될 때 특히 중요한 것이 물 관리다. 물은 생장이 왕성한 아침에 주는 것이 원칙이다. 많은 식물들이 하루 중 일출을 전후한 2시간 동안 가장 많이 자라기 때문이다.

백리향 유래 품종인 타임, 상하개체들의 생육량이 다르다. 상단부 개체들이 잡초와 하께 어울려 생육량이 많다.

<필자 약력>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운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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