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국민연금이 올해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기금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보충하고 공격적 투자를 감행해 수익률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수익률 문제가 본질이 아니라는 반박도 제기되고 있다.

◇ 2018년 국민연금 수익률 전망, 7% → 1%

지난달 31일 유재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총 수익률은 0.49%(연 환산 1.16%)로 4월(0.89%) 대비 0.40%p 하락했다. 지난해 수익률이 7.28%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충격적인 수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내주식투자 수익률의 급락이 실적 저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4월 말 기준 2.41%를 기록했던 국내주식투자 수익률은 5월 들어 코스피가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1.18%로 곤두박질쳤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1.66%, 국내채권 0.45%, 해외채권 0.30%, 대체투자 2.17% 등에서 전월 대비 상승한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저조한 국내주식투자 수익률을 회복하기에는 부족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액은 5월말 기준 130조1490억원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1조3710억원 줄어들었다. 유 의원은 올해 신규 투자금액 1조7350억원을 포함할 경우 손실액이 3조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는 것. 6월 들어 코스피가 더욱 하락한데다 한·미 양국에서 채권금리 인상으로 채권투자 수익률이 오를 가능성도 높지 않다. 미국 주도의 무역전쟁과 터키 경제위기 등으로 해외 증시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낮은 비중의 해외투자가 수익률을 제고하기도 힘에 부치다.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13)4.16% → (’14)5.25% → (’15)4.57% → (’16)4.69% → (’17)7.28% 등 4%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해왔지만, 올해는 지난 2011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확률이 높아보인다.

◇ 기금운용본부 공석 채우고 공격적 투자 필요

금융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수익률 개선이 기금고갈 문제의 핵심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여론의 반발이 큰 보험요율 인상이나 소득대체율 인하, 수령시기 연장 등의 대책이 아니더라도 기금고갈 시기를 상당히 연장할 수 있다는 것.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016년 한 칼럼에서 “연금 보험료와 지급액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매년 기금운용수익률을 1% 포인트 정도 올리면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3년 정도 늦출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수익률 1% 상승으로 3~8년의 연장 효과가 기대된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성적인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인력 부족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는 지난해 7월 이후 1년 넘게 공석인 상태다. 기금운용 인력 또한 정원 대비 약 30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투자전략을 수정하려고 해도 이를 이끌 전문가들이 부족하다는 것. 하지만 CIO가 공석이었던 지난해에도 7%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인력 공백만으로 수익률 급락을 설명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보수적 투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5월말 기준 국민연금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기금이 국내주식(20.5%)과 국내채권(46.5%)에 몰려 있다. 반면 해외주식(18%), 해외채권(3.8%)의 경우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다. 부동산, 현물, 사모펀드 등 주식·채권 외의 자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의 경우 비중은 10.6%에 불과하지만 올해 수익률은 2.17%로 가장 높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이 “보험료수준과 기금 운용수익률(리스크) 모두 적정 수준에 비해 낮은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연구위원은 “과도하게 높은 수준의 안전자산 비중과 모든 자산에 걸쳐 높게 형성된 홈 바이어스(Home Bias, 국내 투자 비중이 해외 투자 비중보다 높은 것)가 결국 수익률의 차이로 이어진다”며 위험자산 비중을 65%까지 늘릴 것을 주장했다.

◇ 이준구, ‘수익률’은 국민연금 위기 본질 아냐

반면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1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민연금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저조한 국민연금 수익률을 기금고갈 문제의 핵심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교수는 보수언론이 CIO 공석과 투자수익률 하락을 국민연금 재정위기의 본질로 호도하고 있다며 “이 한 해의 수익률 추락으로 인해 국민연금이 난파 위기에 처해 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지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우리의 국민연금제도는 출범 당시부터 재정 건정성에 문제를 안고 태어났다”며 “지금 보험료율이 9%이고 소득대체율이 45%인데도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판국에 3%, 70%로 시작했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군사독재정권이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선심성 정책으로 국민연금을 도입하면서 애초에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것.

이 교수는 “이런 불행한 출발이 두고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아온 셈”이라며 “국민연금제도의 재정이 위기에 처해 있다면 출범 당시부터 안고 있었던 문제였지 최근 몇 년간에 새로 발생한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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