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엑스이닷컴(XE.com)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터키발 IMF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환율전문사이트 엑스이닷컴(XE.com)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한국시간) 현재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1리라 당 0.146달러를 기록 중이다. 불과 나흘 전만해도 0.190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난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두 배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 급격하게 하락한 것.

◇ 터키발 IMF? 유럽 불안감 고조

며칠 만에 환율이 23% 가량 떨어지자 과거 동아시아 금융위기나 리먼 사태와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터키의 해외 부채는 지난 3월 말 기준 약 4667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3%로, 이중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 부채가 총 부채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리라화 폭락이 계속될 경우 상환 부담이 커져 국가부도에 직면할 위험도 높아진다.

이 경우 터키 경제와 긴밀히 연관된 다른 국가로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경제 기반이 취약한 신흥국가의 경우 이러함 위험에 더욱 크게 노출돼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거 태국 환율 폭락에서 시작된 동아시아 금융위기가 유럽에서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커먼웰스파이낸셜네트워크의 수석 투자전략가 브래드 맥밀런은 아르헨티나·브라질·러시아 등에서 이런 악영향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특히 터키와의 거래가 많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경우 더욱 높은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유럽 주식시장에 상장된 우량주 50개를 모아 만든 유로스톡스50지수는 지난 10일 기준 전일 대비 -3.1% 하락했다. 이 밖에도 독일 닥스지수는 -1.99%, 프랑스 CAC40지수는 -1.59%, 러시아 RTS지수 -3.68% 등 주요 유럽국가 증시는 터키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터키에 많은 대출을 해준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10일, 유럽중앙은행(ECB) 산하 단일은행감독기구(SSM)가 스페인 BBVA,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 프랑스 BNP파리바 등의 과도한 터키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은행들의 주가 또한 ECB 경고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 냇웨스트 마켓츠의 만수르 모히우딘 외환 전략 총괄은 12일 FT와의 인터뷰에서 “대대적인 금리 인상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외부 조력,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리라화에 대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취약할 것”이라며 “리라화 약세가 아시아 신흥시장 통화에도 하락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국내 시장 영향 미미, 금융위기는 과도한 우려

반면 일부 경제전문매체들은 터키 리라화 폭락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질 단계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터키의 과중한 외화채 부담과 무역수지 적자는 이전부터 지적돼온 문제라며, 신흥시장이 예상 가능한 충격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는 지난 10일 리라화 폭락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식·외환시장이 충격에서 회복했다며 터키 위기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로크 또한 전세계 GDP에서 터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WSJ는 현재 자산 2조 달러 규모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베스트먼트(MSCI) 신흥시장 지수 중 터키 비중은 1% 미만이라고 강조하며, 현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터키발 위기의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우리나라의 대터키 수출규모는 약 61억5487달러로 지난해 총 수출의 1% 수준이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터키 현지법인을 보유한 국내업체도 터키 내수시장 비중이 높지 않은데다 대부분 유럽 수출용 생산 거점 차원에서 법인을 운영하고 있어 리라화 약세에 별다른 우려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국내 금융권의 터키 위험노출액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18억 달러로 총 대외 위험노출액(2335억8천만 달러)의 0.7%에 불과해, 터키 은행 부실 문제가 국내 금융계로 전염될 확률도 높지 않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슈가 되는 규모가 신흥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신흥국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며 “터키와 같이 대내외 취약성이 동시에 발생하는 국가에 한해 금융 불안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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