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이코리아국민연금의 재정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가입자들 사이에서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을 진단하는 재정추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작업은 지난 2003년 시작해 5년마다 한 번씩 진행되고 있다. 4차 재정추계 결과는 이달 중 공청회를 통해 발표될 계획이다.

◇ 국민연금, 2058년 고갈 전망

지난 2013년 발표된 ‘국민연금 3차 재정계산 장기재정전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4년부터 수지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2060년 기금이 소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학계와 국책기관 등에선고갈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6월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보험 장기재정전망(Ⅱ)’ 보고서에서 현행 보험요율(9%)을 유지할 경우 3차 재정추계보다 2년 이른 2058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 2016년 발간한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복지부 및 공단 관계자들도 이 같은 전망을 인정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단순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3차 재정추계 결과보다) 고갈 시기가 3~4년 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으며,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또한 지난 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재정 고갈 시기가 대폭 앞당겨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제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또한 지난 5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건대 2058년보다 고갈 시기가 더 앞당겨졌을 거라는 가정에 대해서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걸 뒷받침할 유의미한 데이터들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 국민연금 고갈 이유는?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는 이유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국민연금을 납부할 인구는 줄어드는데 받아야 할 인구는 늘어나 수지적자가 악화되기 때문.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의 수)은 1.0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집계된 전 세계 국가 중에서도 한국의 순위는 꼴찌에 가깝다. 월드뱅크가 발표한 2016년 세계 합계출산율 자료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한 곳은 우리보다 인구규모가 훨씬 작은 싱가포르와 홍콩뿐이었다.

경제성장률과 금리 등의 거시경제지표 또한 저출산보다 국민연금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변수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13년 3차 재정추계 당시 경제성장률이 2020년까지 3.6%, 2030년까지 2.9%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계산에 반영했다. 지난해 한국의 실제 경제성장률은 3.6%보다 낮은 3.1%를 기록했다. 거시경제지표가 계속 악화되고 국민연금의 수익성이 낮아질 경우 재정 고갈 시기는 예상보다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

◇ 국가지급은 보장되나?

국민연금 고갈론이 확산되면서 노후에 과연 연금을 제대로 지급받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관계당국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3차 추계 결과 보고서에서 국민연금공단은 “사적연금과 달리 공적연금의 적립기금 보유 여부 및 그 규모가 급여의 지불 능력, 지불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들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법으로 보장된 것으로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제도(재정) 운영상의 변화가 발생할 뿐, 국가가 반드시 지급하게 된다”고 명시했다. 국민연금이 현재 부분적립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 기금 소진 시에는 부과식으로 전환하거나 정부보조금을 지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선진국 대부분은 공적연금 도입 초기에는 상당한 규모의 적립기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후 기금이 고갈됨에 따라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금지급이 국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된 경우는 나치 독일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국가부도 사태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도 국민연금은 계속 지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연금 지급 의무를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법 제3조의2(국가의 책무)에는 “국가는 이 법에 따른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 조항을 국가의 지급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를 강제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해 이견이 갈리고 있다.

공무원연금법의 경우 69조 1항에 국가나 지자체가 퇴직·유족급여에 드는 비용을 기여금·연금부담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 부족분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국가의 적자보전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한 공무원연금법과는 달리, 국민연금법의 경우 “필요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해 해석의 차이가 발생할 여지를 남겨뒀다.

이 때문에 국회에는 공무원연금법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연금보장 의무를 명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4월 “이 법에 따른 연금급여의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국민연금 재정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가 이를 부담한다”는 문구가 추가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남인순 민주당 의원도 같은 달 동일한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또한 올해 초 국가의 지급보장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는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 고갈론에 따른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법률안이 이번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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