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개성공단에서 '평화'라는 상품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개성공단이 2003년 첫 삽을 뜬 이후 최대 위기에 부닥쳤다. 금강산관광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10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존폐 기로에 서 있다.

남북 당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개성공단'을 사이에 두고 알력다툼을 이어가는 탓이다.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는 개성공단을 왜 정치 논리로만 해결하려 드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정부가 기업과 국민의 이익을 위한 지침이 아닌 원론적인 해결만 고집하려 든다는 것이다.

그간 수차례 고비도 거뜬히 넘겨왔던 개성공단이다.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됐을 때다. 당시 북한은 같은 해 12월 개성공단 상주인원을 880명으로 줄이고 통행시간을 제한했다.

그후 4개월 뒤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키 리졸브' 훈련 당시에는 3차례나 개성공단 통행을 차단했다.

2010년 3월에는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하자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신규 투자 금지 및 체류인원 축소 등을 골자로 한 '5·24 조치'를 발표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연평도 포격으로 개성공단 방북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가동 중단 사태만은 막았다. 개성공단에서 7년 동안 의류업체를 운영해 온 한 입주기업 대표는 "천안함 폭침 때도 끄떡없던 개성공단인데,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씁쓸해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남북이 하나씩 양보해서 공단이 정상화되면 여한이 없겠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가동 재개를 기대하는 곳은 얼마없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10곳 중 7곳이 남북경협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 개성공단 폐쇄 장기화로 사실상 '철수'를 선언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21일 기준 개성공단 입주기업 65개사가 수출입은행에 1946억원의 경협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다. 이는 입주기업 123개사 중 경협보험에 가입한 96개사의 약 68%에 해당한다.

경험보험 약관상 보험금을 받은 기업은 공단 내 자산을 수출입은행에 넘겨야 한다. 다시 공단에 입주하려면 보험금을 되갚아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고사 직전의 기업들이 보험금을 갚기란 쉽지 않다. 사실상 철수다.

개성공단 폐쇄는 우리 측 손실도 야기시킨다. 그동안 쏟아부은 순 자산만 2조5000억원. 최근 통일부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개성공단 관련 기업들의 피해액은 1조56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완전 폐쇄로 몰고 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 상황이 지속돼 개성공단이 완전히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북한은 경제적인 손실 뿐 아니라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정상적인 상거래와 합의가 불가능한 국가라는 낙인을 찍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남 교수는 "주민들의 민생 해결과 외자 유치가 절실한 북한의 현실에서 외부로부터의 지원과 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선택은 최악의 자충수로 귀결될 수 있다"며 개성공단 완전 폐쇄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문제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다. 7월 장마철이 오면 개성공단 재가동은 의미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설비가 망가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장마철이 오면 공단이 정상화된다 해도 문을 닫는 기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개성공단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중단 3개월째인 7월3일까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중대 결정을 내리겠다"며 공단 폐쇄 가능성에 대한 뜻도 내비쳤다.

이와 관련 비대위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비대위 사무실에서 긴급회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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