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0시 현재 암호화폐 시세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코인마켓캡 갈무리>

[이코리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승인 결정을 또다시 연기했다. ETF 승인을 낙관하던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한풀 꺾이면서 암호화폐 시세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8일(한국시간) 오전 10시 현재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4.59% 하락한 6648.90달러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말 8000달러를 돌파하며 기세를 올렸던 비트코인은 8월 들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며 7000달러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비트코인 외의 다른 암호화폐들의 하락폭은 더 크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전일 대비 6.78% 하락한 379.36달러, 리플은 무려 10.47% 하락한 0.3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코인마켓캡 기준 이더리움이 4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 8일 이후 처음이다. 이 밖에도 라이트코인이 67.68달러(-8.38%), 아이오타가 0.72달러(-10.17%), 이더리움클래식이 17.02달러(-11.3%)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10% 안팎의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총 상위 30위권 암호화폐 중 하락세를 면한 코인은 단 하나도 없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승인을 연기한 것을 이날 하락장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SEC는 7일(현지시간) 자산운용사 밴엑어소시에이츠와 암호화폐 스타트엄 솔리드X파트너스가 추진 중인 비트코인 연동 ETF 상품 ‘밴엑벡터스-솔리드X 비트코인 트러스타’에 대한 승인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SEC는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ETF 상품 승인 여부를 신중하게 심의하기 위해 시간을 더 갖기로 했다”며 다음달 30일까지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를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왔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멕스(BitMEX)의 아더 헤이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아프리카와의 인터뷰에서 “3분기에 승인이 될 가능성은 50대 50이다”라며 “ETF 상품에 대한 요구가 지속된다면 결국 언젠가는 SEC가 이를 승인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벤처투자사 팻피쉬 그룹의 킨와이 라우 CEO 또한 지난달 30일 “현재 암호화폣 상승장은 대단히 강력한 흐름”이라고 지적하며 “몇 달 뒤에는 시장이 ETF를 받아들일 준비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SEC가 이미 유사한 상품에 대한 승인을 거절한 사례가 있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SEC는 암호화폐 억만장자 윙클보스 형제가 신청한 비트코인 ETF에 대한 승인을 두 차례나 거절한 바 있다. SEC는 "비트코인은 규제를 받지 않는 역외시장에서 거래가 주로 이뤄지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는 것은 검토돼야 할 심각한 투자자 보호 문제가 남아있다"며 시장 조작,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승인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은 암호화폐 시장이 합법적 규제를 통해 전통적 금융시장과 같은 지위를 인정받고 투자자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과제로 꼽혀 왔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SEC의 결정을 기다렸지만, 또다시 승인이 연기되면서 비트코인 ETF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의 자산운용사 캐너코드제뉴이티는 7일 “SEC는 최종 결정을 또다시 내년 3월 이후로 미룰 것”이라며 연내 승인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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