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다양한 미래도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서울시는 ‘2030서울플랜’, 부산시는 ‘부산발전2020 비전과 전략’, 인천시는 ‘2050인천비전’. 대구시는 ‘2030대구비전’을 발표했다. 우리가 미래에 대한 도시계획을 세우는 것은 시민들이 최상의 미래를 찾고, 도시에서 예견되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과 함께 스마트시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정부는 지난달 세종시 5-1구역과 부산시 강서구의 에코델타시티에 스마트시티를 시범적으로 조성하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정부계획은 도시 내에 운행되는 자가용을 줄이고, 국토 관련 법규가 규정하는 용도지역 구분을 없애서 공간활용을 높이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미래의 도시는 기술발전 요소만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사회적요소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이글에서는 필자가 그동안 업무상 방문한 50개국의 도시 중 일부에 대하여 도시계획 입안자와 주민들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지는 미래도시 계획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스마트시티와 인텔리전트시티

스마트시티는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으로 미래의 도시계획에서 가장 인기있는 개념이다. 스마트도시는 흔히 생각하는 마천루가 아니고 첨단기술을 활용한 인간적인 도시를 의미한다. 위에서 설명한 세종시나 에코델타시티 외에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이탈리아의 로마, 또리노, 볼로냐 등 수많은 도시들이 스마트시티를 추진한다.

스마트시티라는 용어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2008년 이미 국회에서 제정되었던 유비쿼터스 도시 관련 법들이 ‘스마트도시법’으로 간판을 바꾸어달았다. 유비쿼터스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활성화될 사물인터넷과 개념이 유사한데,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기술적요소가 자연스럽게 도입되어 자동화가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세종시에 추진하는 스마트시티는 여의도만한 크기에 자가용의 진입을 제한하고 공유자동차, 공유자전거만 진입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진입제한과 같은 규제로 인하여 발생하는 추가적인 불편함은 첨단 기술로 해결하게 된다. 아직은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상 입주민들의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를 하여야 하며, 사물인터넷이 제시하는 다양한 정보는 블록체인에 저장된다. 그리고, 입주민들은 스마트도시의 개념에 동참함으로써 금전적인 보상마저 받을 수 있다.

인텔리전트시티도 스마트시티와 유사한 개념이나, 어떤 장소에서 평온과 쾌적함을 느끼도록 하는 어메니티를 그 요소로 추가하고 있다. 정보통신 네트워크의 구축, 정보 거점의 설치, 시티 오토메이션 등의 도입은 스마트시티와 그 개념이 유사하다. 일본의 53개 도시는 이미 인텔리전트시티 구축을 표방하고 있다.

 

이노베이티브 시티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곳으로 꼽힌다. 실리콘밸리는 하나의 도시가 아니고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남부의 레드우드시티에서 산호세 끝까지를 의미한다. 실리콘밸리가 혁신의 상징이지만 왠지 주택이나 도시시설은 첨단을 달리지 않는다. 다수의 실리콘밸리 주택은 1970년대 번영하던 미국의 시대에 머물러있다. 대부분의 주택은 목조로 건축된 1층짜리 주택이며, 1800년대에 지어진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도 여전히 주거시설로 이용된다. 주민들이 외지인들이 바글거리는 도시를 반대함에 따라, 수많은 곳은 대규모의 개발의 길을 걷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하여 부동산공급이 제한되어, 실리콘밸리의 집값은 크게 치솟고 있으며 원룸도 월1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구할 수 있다. 한국의 부자들은 아파트가 빽빽한 강남으로 가지만 다수의 성공한 실리콘밸리의 젊은 혁신가들은 조용한 산속에 주택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편 실리콘밸리와 같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고자 하는 수많은 도시들은 스스로 이노베이티브시티를 지향한다. 이노베이티브 시티는 스마트시티나 인텔리전트시티와 달리 스스로의 혁신동력을 가지고 있다. 이노베이티브 시티를 추진하는 대표적인 도시가 인도의 방갈로르이다. 여름에 40도 이상 올라가는 인도의 다른 도시와 달리 방갈로르는 고원지대에 있어 여름에도 30도 정도의 비교적 서늘한 날씨를 자랑한다. 훌륭한 기후는 인포시스, 위프로 등 인도의 IT기업과 국제적인 IT기업을 이곳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그 결과 방갈로르는 연간 18조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컴팩트 시티로 유명한 일본 도야마.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컴팩트 시티

컴팩트시티는 압축도시라고도 번역되며 도시의 확산을 억제하고, 주거, 직장, 상업 등 일상적인 도시기능을 기존의 도시내부로 가져와 토지의 혼합이용을 유도하는 개념이다. 컴팩트시티는 다양한 시설을 집약시켜 걷기와 자전거타기를 늘리고, 사회계층간 통합을 유도하고자 한다. 이미 고령화된 사회에서는 활동성이 제한된 노인들이 주거시설에 병원과 운동시설이 통합되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 손자와 손녀도 조부모들의 주택에 수영장이나 영화관 등 오락시설이 포함되어 있다면 방문을 늘리게 된다.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도쿄의 롯본기힐도 공습으로 파괴된 도시에 보행자도로와 차도를 분리하고, 공원과 연못을 만들었다. 롯본기힐즈는 문화와 상업시설을 집약시킨 성공적인 컴팩트시티로 꼽힌다.

컴팩트시티는 한동안 각광받은 도시개발개념이었는데, 높은 밀도로 인하여 대기 중 오염물질의 농도가 높아지는 단점이 있고, 전체적인 녹지의 감소로 삶의 질이 낮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뉴욕의 경우 높은 집값으로 인하여 32번가에 있는 맨하탄코리아 타운에는 한 채의 아파트나 방을 여러 가족이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홍콩의 신계지에 있던 아파트 한 채에는 8가구가 동시에 거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뉴욕이나 홍콩 등은 구성상 이러한 캠팩트 시티를 지향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에코시티와 그린시티

전주시의 일부는 이미 에코시티를 표방했고, 화성시의 일부는 그린시티를 표방하고 있다. 에코시티나 그린시티의 목적은 그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탄소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자원 사용을 늘리는 것이다. 서울이 40도에 가까운 폭염에 시달리는 지금 지구온난화는 세계적인 관심사이고 에코시티나 그린시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에코시티는 인구의 급격한 성장은 줄이면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오는 개념이다. 아직 산업화기 이루어지기 이전 단계에 있는 인도의 도시에서 인기가 있다. 찬디가르 등 많은 도시가 이러한 개념을 추구한다. 인도의 경우 인구는 13억명으로 세계 최고수준인데 중국과 달리 출산율도 2.4명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도시간에는 거대한 평야가 나오지만 인도의 경우 도시가 길을 따라 계속되며 주거지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나친 인구는 땔감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산림자원까지 황폐화시켰다. 정비되지 않은 도시의 상수도 시설 때문에 인도의 어린이들은 지저분한 하수로 세수를 한다. 지나치게 많은 인구로, 다수의 인도 주민은 통근열차에 매달리거나 지붕에 올라가 이동하며, 매일 수십명이 열차사고로 사망한다. 과도한 인도의 인구는 사망자처리마저 어렵게 한다.

필자는 과거 뭄바이의 시내에서 천에 묶여 방치된 시신을 자주 목격했었다. 인도보다 인구 밀도가 높은 방글라데시에는 4차로가 퇴근시간이 되면 절반 이상이 사람으로 덮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최근 방글라데시 학생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난폭운전자의 면허증을 검사하는 것도 과밀도시에서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스톡홀롬 등 북유럽의 도시들은 산업화 후 도시의 효율성과 합리적인 자원사용에 중점을 두는 에코시티를 목표로 두기도 한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세계 156개국을 상대로 국민행복도를 조사해 '2018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제일 행복한 나라는 핀란드가 차지했고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가 그 뒤를 이었다. 독일은 15위, 미국은 18위, 한국은 57위를 기록했다. 에코시티를 표방하는 북유럽의 도시들은 “그들의 부를 자연친화적인 웰빙으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점점 강해지는 개인주의적 경향이나 고독해져가는 구성원에 대한 반발이 에코시티나 그린시티를 지향하기도 한다. 주요국가들의 이민자 친화지수를 보면 핀란드 등 북유럽이 상위를 달리고 있고, 미국과 한국은 중하위권을 달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하여 도입한 다문화란 용어가 오히려 차별적 언어로 인식되기도 한다. 필자의 실리콘밸리의 이웃들은 개인주의가 강한 미국에서도 정원의 나무에 매달린 아보카드를 기꺼이 나눠주었다.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미국의 시골에 살수록 낯선 사람들에게 관대해짐을 느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지나친 경쟁을 낮추고 이웃들과의 대화를 늘리는데 적지 않게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잿빛도시 이미지가 강한 서울시 가 최근 공원비율과 녹지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려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속가능한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Sustainable City)는 에코시티, 녹색도시와 기본적인 맥락을 같이한다. 기본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의 개념은 생태적으로 지속적인 도시뿐만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인 역동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개념을 말한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석유고갈 그 이후’를 생각하는 중동의 도시들에 인기가 있다. 중동의 도시들은 과거에는 한국의 여수 등 전세계 각지에 남는 석유를 비축하였으나, 최근에는 석유고갈에 대비하여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두바이가 지속가능한 도시를 추진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파워를 우먼파워로 대체해서 새로운 활력을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음주와 비키니 착용을 허용하며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유럽이나 중남미에서 관리되지 않는 도시는 그래피티가 넘치고, 빈민가인 파벨라가 확장된다. 하지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무장된 범죄예방기법은 우범지역의 확산을 막아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이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스마트도시나 인텔리전트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의 중심이 되는 실리콘밸리나 행복지수가 높은 북유럽의 도시 주민들은 자동화된 고층빌딩이 아닌 넓은 녹지를 선호하고, 외부인의 입주를 막으면서까지 오염이 심한 도시를 피하고자 노력한다. 이미 지가가 고도로 상승한 지역은 컴팩트한 도시를 구성하여 새로운 혁신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에 둔 실리콘밸리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시민들이 시내하천에서 수영하고 백조들이 시내의 호수에서 수영하는 취리히가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지가 되는 것을 보면 무분별한 개발만이 미래도시의 지향점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진행가운데도 아날로그의 줄기찬 공습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 첨단시설을 갖춘 마천루보다는 빠르게 진화하지 못하는 인간에 알맞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 도시도 미래도시의 한가지 모습일 수 있다.

 

<필자 약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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