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경기 과천시 기무사령부에서 열린 기무사령관 취임식에서 남영신 신임 기무사령관이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이코리아] 문재인 대통령이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하고 남영신 육군 특수전사령관을 신임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비육사 출신 남 사령관이 새로이 임명되면서 청와대의 기무사 재편 구상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 신임 기무사령관은 지난 4일 과천 기무사 청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전면적이고 신속한 개혁을 위해 기무사를 해편해 과거와 역사적으로 단절된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라는 대통령과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치개입, 민간사찰, 특권의식을 말끔히 씻어내 실추된 부대 명예를 완벽히 회복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최근 기무사 계엄 문건 공개 및 국회 국방위원회의 하극상 논란 등으로 기무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남 사령관의 임명은 기무사 적폐청산에 대한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로 풀이된다. 남 사령관은 학군 23기 출신으로 육군 특전사 제7공수특전여단장, 학생중앙군사학교 교수부장, 육군 제3보병사단장을 거친 전형적인 야전 출신이다. 제3보병사단장 시절에는 매달 ‘백골데이’를 정해 철야숙영훈련을 실시하며 육군도 특전사 수준의 전력을 갖춰야한다고 주장하는 등 ‘FM'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사령관은 지난 2017년 9월에는 비육사 출신 최초로 육군특수전사령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육사 출신이 대부분의 고위직을 차지한 상황에서 이 같은 남 사령관의 행보는 그 자체로 정부의 국방개혁 로드맵을 상징한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첫해인 지난해 합참의장에 공군출신 정경두 전 공군참모총장을 임명하는 한편, 육군 1군사령관 및 2작전사령관에도 3사와 학군 출신 인사를 등용하며 육군·육사에 편중된 인사구조를 개혁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 바 있다.

학군 출신 남영신 중장의 신임 기무사령관의 임명 또한 이 같은 문재인 정부의 군 개혁 행보와 일치한다. 기무사령부는 지난 1991년 국군보안사령부에서 기무사령부로 명칭을 변경한 뒤 1993년 임재문 중장(학군 3기)과 2008년 김종태 중장(3사 6기)을 제외하면 모두 육사 출신이 사령관을 맡아 왔다. 1991년 이전에도 일제 관동군 출신 김창룡(육사 3기) 중장이 5대 특무부대장으로 임명된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비육사 출신에게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일각에서는 남 기무사령관이 학군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인사가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하나회 척결을 떠올리게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93년 군내 주요 보직을 장악한 하나회 출신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육사·하나회 출신이 맡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기무사령관 보직을 학군 출신 임재문 준장에게 맡기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임 전 기무사령관은 김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준장에서 소장으로 두 단계나 진급하며 강한 신임을 받았고, 하나회 출신 인사 교체의 과도기를 별다른 사고 없이 잘 넘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국방부는 남영신 중장의 신임 기무사령관 임명 소식을 전하며 “개혁 마인드와 업무에 대한 강한 추진력을 구비하여, 기무사 개혁을 주도하고 추진할 수 있는 충분한 의지와 뛰어난 역량을 구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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