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데다 전체의 63%가 산과 계곡으로 이뤄져 4,600종 정도의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한다. 그래서 4월에 전국 어딜 가나 노란 개나리를 볼 수 있고 5월엔 철쭉꽃, 여름엔 진한 녹음이 우거지며 가을의 노랗고 붉은 단풍철을 지나 겨울에 상록과 흰 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연중 아름다운 공간에 살고 있다. 지구상에 이런 다양한 식생을 가진 나라는 그리 흔치 않다. 꽃과 잎이 아름다운 야생화 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우리 생활주변에서 어떻게 가꿔야 하는지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꽃잎에 붉은 반점이 있어 다른 나리들과 쉽게 구별된다.

나리 중의 진짜 나리는 ‘나’라는 ‘참나리’, 키도 크고 골격이 튼튼하며 꽃잎에도 강력한 호피반점도 있어 참나리답다. 그래서 영명도 'Tiger lily', ‘호랑이꽃’이라는 이명도 있다. 산수유 꽃이 피어야 봄이 왔음을 알듯이 여름이 왔음을 알려주는 꽃으로 단연 참나리다. 7, 8월 고온기에 화려한 꽃을 피우고 꼬투리에 씨앗을 충실하게 맺음은 물론 잎겨드랑이에 까만 주아까지 달아 후손을 생각하는 걸 보면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자생식물로써 여름날의 진정한 강자다. 꽃말은 ‘기개’, 자존감과 함께 살면서 잃지 말아야 할 삶의 자세다.

 

자생 나리로 멋진 여름정원 만들기

개량된 백합(나리)품종은 대부분 절화용이 많고 화단용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자생 나리들만 하더라도 꽤 다양한 종류가 있어 여름 내내 꽃을 피운다. 즉 6월초에 피는 털중나리, 이어서 피는 말나리, 섬말나리, 하늘나리, 날개하늘나리, 그리고 7월에 피는 솔나리와 땅나리, 이후에 참나리와 중나리가 피면서 여름을 거뜬히 날 수 있다. 그러니 이들을 잘 조합해서 적당한 공간에 심으면 자생 나리만의 멋진 여름정원이 된다. 특히 참나리는 키가 크고 우람해 정원 중심부에 군락으로 심어도 좋으며, 집 들어오는 길 모퉁이나 울타리에 모아심어도 좋다.

정원에 심을 때는 한 두 포기보다는 10포기 이상씩 군락을 이루도록 심는 게 좋다. 꽃색이나 크기 및 꽃향기 등을 고려하여 중간에 화단용 백합을 포인트로 식재하게 되면 훨씬 다양한 화려한 여름정원을 즐길 수 있다.

야생화 분경과 참나리, 한 여름 홀로 있어도 주변과 잘 어울린다

정원에 심을 때 10포기 이상 군락 이뤄야

나리(백합)는 白合(백합)이 아니라 百合(백합)이다. 즉 알뿌리(비늘줄기)인데 인편 100개가 모여 하나의 구를 이루는 구근성 여러해살이 초본식물이다. 따라서 씨앗 또는 주아를 뿌리거나 알뿌리의 인편을 떼어 늘리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런데 씨앗이나 주아를 따서 뿌리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먼저 어린 싹이 나와야 하고 겨울동안에 저온을 좀 받아야 하고 거기다 가꾸는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나 빠르면 2년, 길게 5년은 지나야 정상적으로 꽃이 핀다. 하지만 인편을 떼어 심고 인편크기 정도 두께로 흙을 덮어주면 싹이 나오고 꽃을 보기까지 2~3년이면 된다.

 

<필자 약력>

- (사)정원문화포럼 회장(2014~)

- 농식품부, 산림청, 서울시, 경기도 꽃 및 정원분야 자문위원(2014~)

- 꽃과 정원교실 ‘꽃담아카데미’ 개원 운영(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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