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주류업계 양강구도의 한축인 하이트진로의 2분기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되면서 주가 또한 장기간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박문덕 회장 등 오너일가가 일감 몰아주기, 고 장자연 사건 연루설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경영능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는 최근 잇따라 하이트진로의 2분기 실적부진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목표 주가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1분기 1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맥주사업에서의 지속적인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 주력 제품인 ‘하이트’가 좀처럼 판매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매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증권업계는 하이트진로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불안한 전망은 각종 구설수에 올라 있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등 오너 일가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박 회장은 지난 2009년 성접대 강요로 인해 세상을 떠난 여배우 고 장자연씨와의 밀착 의혹을 받고 있다.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지난달 24일 방송에서 박 회장이 2008년 1월 장자연씨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 세부을 다녀왔으며, 장자연씨 계좌에 박 회장 명의로 100만원 상당의 수표 10장이 입금됐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해당 방송에서 “(박 회장이 장씨 계좌로 입금한 수표에 대해) 김밥 값이라고 했다. 김밥을 잘 만든다고 돈을 줬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경영권 승계과정을 밟고 있는 박 회장의 아들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도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공정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박 부사장이 지난 2007년 73%의 지분을 인수한 서영이앤티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포장용기 제조업체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도록 했다. ‘삼광글라스→하이트진로’의 유통과정이 ‘삼광글라스→서영이앤티→하이트진로’로 바뀌면서 박 부사장에게 일종의 ‘통행세’가 지급된 것. 2008년부터 시작된 통행세 지급으로 서영이앤티의 매출은 4년 간 142억원에서 855억원으로 6배 이상 폭증했다.

이 밖에도 서영이앤티는 알루미늄 코일, 밀폐용기 뚜껑 등의 유통과정에 개입해 통행세를 챙기며 수백억원 규모의 매출을 확보하는 한편, 하이트진로로부터 인력 및 주식 매각 등을 우회 지원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 및 박 부사장을 지난 1월 검찰에 고발하고 10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재 서영이앤티의 지분 구조는 박 부사장이 보유한 58.44%를 비롯해 오너 일가가 100%를 소유한 상황이다. 서영이앤티는 또한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27.66% 보유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히는 계열사다. 검찰이 서영이앤티가 연루된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 경우 박 부사장의 승계작업도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

이처럼 오너일가가 성추문과 검찰조사로 여론의 지탄을 받는 상황에서 2분기 실적마저 부진할 경우 경영능력 검증에 대한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 후레시 등 신제품 출시로 매출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여기에 소요된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 부담 등으로 주가 상승의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 주가는 지난해 10월27일 2만7200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2일 현재 1만7950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한때 2만원을 눈앞에 뒀던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주가도 2년간의 하락세 끝에 현재 8090원을 기록 중이다. 박 회장의 고 장자연 사건 연루설과 박 부사장의 내부거래 문제, 실적 악화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어떻게 타개책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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