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북한 평양 외곽 산음동 연구소 위성 사진. <사진=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워싱턴포스트(WP)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미국 내에서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백악관은 해당 보도에 대한 논평을 자제하는 가운데, 미 국무부는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 이행 의지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재확인했다.

WP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정보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미 첩보당국이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최초의 ICBM을 생산한 공장에서 새로운 미사일을 제조 중이라는 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해당 공장은 평양 외곽에 위치한 산음동 연구소로 지난해 11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5형 등 ICBM을 연구·개발하는 장소다.

WP는 해당 연구소를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과 함께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최소 1~2기의 액체연료 ICBM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WP는 “지난 7일 촬영된 사진에는 적재 지점에서 밝은 빨간색 트레일러가 관측됐다. 이는 과거 북한이 ICBM을 운반할 때 사용했던 트레일러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도 이후 미국 내 주요 언론들도 WP 보도내용을 인용보도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북한의 핵물질 생산 증가 의혹을 전했던 NBC뉴스는 “우리가 북한이 여러 장소에서 핵무기용 연료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한 지 한 달 뒤, WP가 북한의 미사일 생산 소식을 처음 보도했다”며 북한 비핵화의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NBC는 “북한이 지난 6월 열린 역사적인 정상회담 이후에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상회담 당시 양국 정상이 관계 개선을 언급했지만 미사일 생산과 관련된 문서화된 합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이 미국에 핵무기 개발을 곧바로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명시적으로 한 것이 아닌 만큼, ICBM 생산이 특별히 비핵화 협의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슈는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폭스뉴스는 지난달 31일 북한 관련 정보 분석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의 ICBM 제조에 대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상황”(business as usual)이라고 묘사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미사일 실험장을 폐쇄한 것 외에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중단했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 또한 폭스뉴스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핵·미사일 생산 동결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는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설립자 조엘 위트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냉전시기 구 소련이나 최근 이란 등도 미국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핵물질 생산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추가 건설했다”며 “북한이 합의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핵 프로그램을 중단할 거란 기대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WP 보도내용에 대한 질문에 대해 확답을 피하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합의했으며, 우리는 그가 틀림없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북한은 경제제재 완화 없이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북제재는 확고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