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한미 의장대가 북한이 송환한 미군 유해를 운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북한이 정전협정 65주년인 27일 6·25전쟁 당시 사망한 미군 유해 55구를 송환했다. 북한이 지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내용을 이행함에 따라, 북미 양국 간의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반환한 미군 유해 55구를 실은 미 공군 C-17 수송기는 이날 원산 갈마비행장을 출발해 오전 11시경 경기도 평택시 오산 비행장에 도착했다. 오산에 도착한 미군 유해는 미 국방부의 확인 절차를 거쳐 다음달 1일 미국으로 공식 송환될 예정이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유해 송환 조치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던 유해 송환 약속의 일환을 이행했고 우리는 북한의 행동과 긍정적인 변화를 만든 추진력에 고무됐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한 “오늘 이뤄진 조치는 북한에 남은 유해 송환 작업과 북한 전장에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5300여명의 미국인을 찾는 작업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중대한 첫 걸음”이라며 향후 유해 발굴 작업 관련하여 북한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 북미회담 공동성명서에서 약속한 유해 송환을 시작하면서 북미 양국 간의 평화협정 및 6·25전쟁 종전선언에 대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정전협정 65주년인 27일 유해 송환을 시작한 것은 평화협정에 대한 북한의 메시지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국가이익센터(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2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이 북한에 평화협정을 제의하고 공식적으로 한국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모든 미국인들은 이번 단계(유해 송환)를 북미 관계 개선의 신호로서 환영해야 한다”며 “유해가 송환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평화협정에 서명해 한국전쟁을 최종적·공식적으로 종결하는 과감한 움직임으로 (북한의) 선의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어 “트럼프 정부는 미국, 중국, 북한, 남한의 지도자들이 비무장지대에 모여 기초적인 평화협정에 서명함으로서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된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이것을 양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반트럼프 언론의 대표격인 CNN은 북한의 유해송환 결정으로 공이 트럼프에게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신미국안보센터(CNAS) 김두연 연구원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미국이 움직일 차례다”라며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트럼프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촉구하면서도 “북한이 유해 송환으로 싱가포르 합의의 절반을 수행했다고 주장하며 요구조건을 늘릴 수 있다. 이는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온 미국 내 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비난했다. 38노스는 26일 발표한 논설에서 “지난 6월~7월 간 일련의 언론 보도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기지를 숨기며 미국을 기만하고 있다는 내용을 조명했다”며 “이러한 보도는 매우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38노스는 NBC,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익명의 정부 관계자들이 언급한 근거 없는 보고서 내용을 사실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해당 매체들이 핵심 자료의 세부사항을 직접 살펴보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 언론의 북한에 대한 과장된 우려가 오히려 북핵문제 해결에 불필요한 잡음을 낳고 있다는 것. 38노스는 이어 최근 미국 언론의 보도가 북한과의 협상이 불필요하다는 강한 편견을 전제하고 있다며, “이러한 논조가 반박 및 수정되지 않는다면, 북미 협상에 대한 압도적인 긍정 여론을 반대 여론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미협상에 비판적이었던 미국 언론계에서도 북미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향후 평화협정 및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5일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말인 2020년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인내하는 외교를 하고 있지만, 헛되이 질질 끌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날 일리노이주 그래닛시티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굉장한 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그는 매우 영리하고,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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