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하는 과정에서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국고손실) 방조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비서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국고 손실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특활비를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국정원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국정원장과 대통령 사이 밀접한 업무적 관련성이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국정원장으로서 대통령의 지시나 요구를 함부로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금 상납을 곧 뇌물로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앞서 선고된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 특활비 뇌물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에서도 국정원장들은 이 전 대통령의 요구를 청와대의 자금 지원 요청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관행적인 예산 지원으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고 등 손실 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과 같이 회계관계직원의 신분이 없는 사람이 국고손실을 방조하는 방법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면 형법상 단순 횡령죄로 처벌해야 한다”며 “범죄가 처음 발생한 2010년 8월 이후 7년이 경과한 2018년 2월5일에 기소가 돼 공소시효가 모두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김 전 기획관은 지난 2008년과 2010년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각각 특활비 2억원씩 총 4억원을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재판이 끝난 뒤,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정리가 돼야 얘기를 하지, 재판이 아직 안끝났다”고 짧게 답하고 법정을 나섰다. 검찰은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할 뜻을 비쳤다. 검찰은 특히 국고 손실 면소 판결에 대해 "국고손실죄는 횡령과 별개로 특가법에 정해진 별도의 범죄로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공소 시효가 완성되지 않아 면소 판결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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