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용(오른쪽) 경북 구미시장이 20일 삼성전자 구미공장을 찾아 공장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삼성전자가 구미1사업장 네트워크사업부 인력 일부를 경기도 수원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구미시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부 인원이 이동할 뿐 구미 경제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구미시는 시민생존권에 대한 위협이라며 이전 결정 재고를 요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구미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네트워크사업부 인원 400명 중 일부를 수원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측은 “5G 시대에 대비하고 중국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전은 불가피하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5G 관련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수원의 연구개발(R&D)기능과 구미의 제조기능을 통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구미시의 사업 환경이 불편하다는 점 이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KTX김천구미역의 경우 구미공단과 자동차로 40여 분 가량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 구미사업장으로 출장을 올 경우 꼬박 하루를 소요되는 부담이 있다. 일부 직원이나 외국바이어들은 구미 사업장 방문을 위해 헬기를 사용하는 등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전해도 구미 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구미 1차 협력업체는 3개사에 불과하며, 이들 업체가 삼성전자 제품을 하청받는 것은 매출액의 5% 이하”라며 네트워크사업부 이전이 구미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미지역에 위치한 협력업체들이 대부분 다른 원청업체의 사업도 같이 하고 있어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것.

삼성전자는 이어 “스마트시티 주력 사업은 무선사업”이라며 비주력인 네트워크사업부의 이전에 과도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1만여 명에 달하는 구미사업장 인원 중 네트워크사업부 인원은 약 4%에 불과한데다, 이 인원 모두가 수원으로 이동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

반면 구미시는 삼성전자 이전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23일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는 네트워크사업부를 구미에 존치시키고 일부 공정과 인원만 수원으로 이전하겠다고 했지만 40여 년간 구미와 함께해온 삼성의 이전소식에 지역민의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는 네트워크사업부의 수도권 이전계획을 철회, 40여년간 지켜온 43만 구미시민과의 신뢰와 믿음을 지켜주길 간절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장 시장은 지난 25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경북 유일의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당선된 구미시를 지켜야 한다며 중앙당의 협조를 구했다.

구미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네트워크사업부 이전이 향후 타 부서의 추가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삼성전자는 제1공장 네트워크사업부는 수원으로 빼가고 휴대폰 생산 제2공장은 베트남으로 물량을 대량 이전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흐름이다”라며 이번 이전 계획에 대해 삼성의 “구미 패싱”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의 '구미 패싱'이 사업 환경적 요소 외에 정치권을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구미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보수 정권이었으면 삼성이 구미를 떠나려 하겠나, 박근혜 정권 때는 쥐죽은 듯 있더니 왜 이제와서 이전하겠다고 하나. 삼성의 이번 결정으로 정권이 바뀐 걸 새삼 실감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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