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픽사베이>

최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증대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 편의점 점주의 경우 연간매출이 6억7,000만원이고,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를 공제한 영업이익은 약2,900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 비용 중 카드수수료로는 900만원을 지불한다고 한다. 결국 카드수수료는 영업이익의 3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에도 고매출 자영업자의 부담은 여전하다. 이 글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결제수단의 변화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오프라인 결제와 온라인 결제의 비교

신용카드는 1951년 뉴욕에서 프랑크 맥나마라가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집에 현금을 두고 온 것을 발견하고, 다이너스클럽 카드를 만든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대우그룹은 한때 다이너스클럽코리아를 계열사로 보유한 적도 있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결제에 수표가 많이 사용된다. 두툼한 수표책을 가지고 다니며 금액과 수취인을 기재하고, 서명을 하면 지급수단이 되는데 상당히 편리했다. 필자도 실리콘밸리 거래처에 대부분 수표로 대금을 지급했고, 수금은 수표로 받았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었다. 수령한 수표에 기재된 지급인의 명칭에 오기가 있을 경우 수표를 재교부 받기 위하여 먼 거래처를 다시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수표발송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팁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카드로 팁을 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팁은 여전히 현금으로 지급된다.

한국인들은 연간 1인당 1,500만원 정도를 카드로 사용한다. 이 금액은 한국보다 GDP가 2배로 많은 미국과 유사한 거대한 규모이고, 유럽 국가들보다는 3배나 많다. 한국의 신용카드 사용이 많은 원인은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세원파악을 위하여 카드사용을 장려한 측면도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신용카드 결제에서는 소비자가 판매자의 점포에서 POS단말기에서 카드를 긁으면 밴사가 카드사에 승인여부를 확인해주고 판매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밴사는 거래 금액의 0.5% 정도의 수수료를 수령한다. 이러한 수수료 때문에 한국과 미국 둥 대부분 국가에서 창업을 하면 밴사가 단말기나 POS를 무상으로 대여해주기도 한다. 카드사는 대개 2% 정도의 금액을 수수료로 공제하고 판매점에 대금을 지급한다. 카드사로부터 현금 수령까지는 많을 경우 기간이 2주나 걸리기 때문에 POS사가 이자를 공제하고 자금을 선지급해주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에서 이용하는 온라인 결제는 밴사의 승인확인 이전 단계에 PG사라는 전자지불 대행업무 회사가 신원을 확인하고 0.5%~1%의 추가적인 수익을 확보한다.

현재 한국에 있는 22개 신용카드사는 무려 9천만개가 넘는 신용카드를 발행했고, 영업비용의 절반을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카드를 1개 발급받으면 영업사원들에게는 대략 11만원 정도의 수당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카드사가 발급방식을 개선하고, 소비자에게 대한 할인혜택을 줄이면 카드수수료는 충분히 인하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신종 결제수단 잇따라 등장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더해가는 신종 결제수단은 QR코드를 이용한 방식이다. 이 방식은 판매자의 정보를 담은 QR코드를 소비자의 휴대폰으로 인식시키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중국에서 5억2천만명이 사용하는 알리페이가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장거리 버스나 기차의 탑승권 확인이 스마트폰이나 종이출력물에 있는 QR코드의 제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휴대폰은 10m 이내의 거리에서 소비자의 정보를 전파를 이용하여 전송하는 NFC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페이코와 같은 결제 방식은 QR코드 대신 휴대폰에 내장된 NFC통신기능을 이용한다.

삼성은 과거 신용카드 결제과정을 흉내 내던 루프페이를 인수하여 MST방식을 완성하였다. 이 방식은 신용카드를 단말기에 긁을 때 발생하는 전자기 신호를 스마트폰에서 에뮬레이팅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신용카드정보를 스마트폰에 등록하고 모바일앱을 통하여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앱카드 등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첨단 결제수단을 보유한 기업도 카드사와 유사한 3% 정도의 비용을 수수료로 수령한다. 삼성페이, N페이, 페이코, 카카오페이 등의 첨단 결제수단에 대한 수수료는 전통적인 카드사와 유사한 약 2.5%~3.5%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쟁업체인 중국의 알리페이의 경우 불과 0%~0.5%의 지극히 적은 금액만을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판매점의 수수료 부담을 극적으로 줄였다. 그리하여, 중국의 경우 이미 전체인구의 65%가 스마트폰의 앱으로 결제를 진행한다. 이미 길거리에서 간식을 파는 중국인 노점상도 알리페이 결제를 선호하게 되었고 현금결제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행이 ‘인민폐는 법정화폐로 거부하지 못함’을 홍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는 원격 거래에도 활발하게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명동을 방문중인 중국인 관광객이 친구에게 화장품의 사진과 QR코드를 보내면 최종소비자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곧바로 송금을 하고 물품은 친구가 수령할 수도 있다.

 

안면인식은 미래의 결제수단

몇년전 한국에서도 스마트폰의 헤드폰단자에 꽂는 무선카드단말기가 확대되었다. 이제 두툼한 신용카드 무선결제 단말기는 전세계적으로 보급이 확대되었고 비행기나 기차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한국의 전체거래 중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비중은 54%로 매일 1조7600억원이 결제된다. 반면 현금결제는 1일간 거래의 13.6%인 4,400억원에 불과하다. 이제 현금은 직불카드, 계좌이체에 이어서 한국에서는 4번째로 사용되는 결제수단이 되었다. 그런데, 스웨덴과 같은 나라는 이미 현금 사용율이 1.4%로 떨어졌다. 스웨덴의 경우 노숙자에 대한 기부와 교회의 헌금에서도 온라인페이를 사용한다. 은행을 털러간 강도도 현금이 없어 그냥 돌아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온다. 다만 최근에는 65세 이상의 노인분들을 위하여 현금사용을 다시 강제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스웨덴의 민간은행이 '스위시'라는 공동앱을 개발하여 전자결제수단을 보편화시킨 것처럼, 국제적인 은행이나 IT회사들이 힘을 합칠 경우, 새로운 전자 결제수단을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신용카드나 수표, 계좌이체에 익숙한 사람들이 새로운 전자결제수단으로 신속하게 이동할지에 대한 여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신용카드사는 부정거래를 적발하거나 도난에도 일정액을 보상해주는 서비스, 가맹점의 부당한 거래에 대응해주는 것 등 여러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장점도 있다. 필자가 과거 짧은 기간에 여러 국가를 방문했을 경우, 외국에서 처음으로 받는 전화는 대개 신용카드회사의 부정사용적발 담당직원이었다. 필자는 가끔씩은 이메일로 결제를 진행하는 페이팔이란 회사로부터 체류국가가 변경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문자를 받기도 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얼굴을 인식수단으로 삼는 결제기술이 도입되었다. 카드를 지침하지 않고 얼굴을 화면에만 비추면 결제가 손쉽게 이루어진다. 구글은 샌프란시스코의 파파존즈나 맥도날드에서 관련 기술을 시범 서비스하기도 하였다. 중국의 KFC도 2017년 얼굴인식 결제를 도입했다. 허베이 성의 무인마트에서는 물건을 집어들고 그냥 나가면 상품은 RFID센서가 자동으로 파악하고, 시스템은 구매자의 얼굴을 인식하여 자동으로 결제를 진행한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향후 등장할 무인자율택시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먼훗날 눈에 착용하는 콘택트렌즈 형태의 컴퓨터도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특정한 눈의 깜박임이 결제에 대한 동의로 인정될 수도 있다.

유럽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대부분 한국의 열차처럼 표 검사를 하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1회권이나 종일권, 1개월권을 구매하고 표검사 없이 버스나 트램을 탑승하면 된다. 대부분 탑승권 구매 후 조그만 개찰기에 표를 넣어 사용 시작 시점을 날인해야하는데, 개찰과정이 없이 보유만 하면 되는 승차권도 있다. 한국의 시스템은 유럽보다 진보하여 교통카드 기능이 내장된 신용카드로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더 나아가 지하철의 개찰구에 얼굴만 인식시키고 자동으로 결제를 진행하는 시스템이 등장했다. 얼굴 인식은 안구의 홍체인식이나 정맥인식보다 훨씬 편리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첨단기술로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된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과거 한국의 불법주정차 단속장비는 주행중인 차량 6-7대를 동시에 스캔하여 자동차세 미납여부를 검사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아논’에서는 경찰관이 지나가는 사람의 신원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범죄자를 수색한다. 중국의 공안은 벌써 특수 안경에 얼굴 인식 및 범인탐지 기능을 추가하였다. 이 시스템은 아직 범죄자 데이터베이스로부터 답이 오는 속도가 느리지만 이미 범죄 용의자 33명 이상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신용카드나 가상화폐와 결합하는 지역화폐

최근 한국에서 새로이 주목받는 것은 지역화폐이다. 지역화폐는 지방자치단체가 당해 지역의 소비를 확대하여 경제를 부흥시킬 목적으로 발행한다. 각국에서 시행중인 지역재투자법도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정부 한때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하여 전통시장에서만 사용가능한 온누리상품권을 발행한 적도 있다. 과거 지역화폐는 신기통보처럼 엽전으로 발행되거나 종이상품권으로 발행되었다. 일부 자치단체는 지역화폐를 가상화폐 형태로 발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 발행되는 지역화폐는 신용카드 형태를 가지기도 한다.

최근의 카드사는 결제정보를 빅데이터와 결합시킴으로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카드사는 소비자가 내일 구매할 물품을 미리 파악하고, 사용자에게 적절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해주거나, 월간 사용내역을 분석하여 어떤 항목을 절감하고 구매패턴을 개선할지도 알려줄 수도 있다. 이미 카드사는 보안을 염두에 둔 사용자를 위해서 1회용 카드번호를 제시하거나, 구매 시 다양한 혜택을 생각하는 고객을 위하여 카드번호의 수시변경도 가능하게 해준다.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지갑을 두툼하게 채웠던 신용카드는 점차 스마트폰 속의 암호화된 파일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앞으로 신용카드는 단순한 결제수단이 아니라, 제품의 구매 전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 후 제품사용주기별로 피드백을 제공하며 소비자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부정사용을 막기 위하여 생체정보의 활용은 확대될 것이며, 단순히 물건을 들고 계산대를 지나거나 눈을 깜박이는 단순한 행동으로도 결제가 진행되어 결제과정이 지극히 단순화될 것이다.

 

여정현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 안양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주)명정보기술 산호세법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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