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스 바클리.

수많은 팝송들이 가사의 난해함과 모호함으로 이를 해석하려는 음악팬들을 괴롭힌다. 일부러 이해가 불가능한 가사를 쓰기 위해 애쓰는 심술궂은 아티스트들도 상당수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잘 하는 음악팬이라고 해서 노랫말 속에 담긴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롤링스톤>지에 의해 뉴밀레니엄 최고의 노래로 선정된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의 'Crazy'는 작사자의 정확한 의도를 읽어내기가 가장 어려운 팝송 중 하나이다. 약물, 혹은 약물을 통한 환각여행에 관한 곡으로 단정하면 꽤 해석이 쉬워지는데, 정작 가사를 쓴 씰로(Cee-Lo)나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th)는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대신 데인저 마우스는 다음과 같이 이 곡을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티스트가 미치광이가 아닐 경우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지요. 그래서 우린 농담조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하게 만들까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지요. 씰로가 그때 그 대화를 바탕으로 'Crazy'를 만들었어요.”(People won't take an artist seriously unless they're insane. So we started jokingly discussing ways in which we could make people think we were crazy. Cee-Lo took that conversation and made it into 'Crazy'.)

데인저 마우스는 한발 더 나아가 'Crazy'가 '광기와 스스로 올바르다는 확신 사이의 희미한 경계'(the thin line between being crazy and being convinced that you're right)를 뜻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근거는 '로르샤흐 테스트'(Rorschach test) 기법을 활용한 뮤직비디오다. '잉크반점 검사'(ink-blot test)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테스트는 좌우 대칭의 불규칙한 잉크 무늬를 펼쳐 보인 후 이에 대한 반응을 통해 성격이나 정신 상태 등을 판단하는 검사법이다.

비록 날스 바클리 멤버들이 드러내놓고 인정한 건 아니지만, 아무리 봐도 'Crazy'가 약물과 관련이 있는 노래임은 분명해 보인다. 노래 앞부분에서 미쳤을 때를 즐거웠던 시절로 표현한 것만으로도 'Crazy'가 환각세계 경험을 얘기하고 있음을 부인키 어려울 듯하다. 오랜 기간 코케인(cocaine) 등의 강력한 약물을 사용할 경우 정신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노래의 주인공은 불우했던 어린 시절부터 약물에 관해 이미 많이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태평스럽게 아무 대책 없이 떠돌 적에. 그래, 난 동떨어진 상태였지. 하지만 내가 무지해서가 아니었어. 오히려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래퍼 릴 웨인(Lil Wayne)이 프리스타일로 개사한 'Crazy'의 가사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릴 웨인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부엌에서 코카인을 녹여 크랙(crack)을 만들 때 그게 뭔지 몰랐던 게 아니라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고 얘기한다.

“ I saw my daddy in there(the kitchen). I would stare but I wouldn't touch.

It wasn't because I didn't know enough. Shit, I just knew too much.)”

노래가 진행될수록 'Crazy'가 약물에 관한 노래라는 사실은 더 명확해진다. 약물을 탐닉하는 생활에 대한 경고와 이를 무시하는 이들에 대한 조롱이 “I hope that you are having the time of your life. But think twice, that's my only advice. You really think you're in control.” 등의 노랫말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화자는 또 와일드한 삶을 살았던 선배 래퍼들을 회고하며 철없던 시절 그들을 무작정 동경했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돌아본다. “My heroes had the heart to lose their lives out on a limb. And all I remember is thinking, I want to be like them.”

비록 약물에 관한 노래란 혐의가 농후하지만 'Crazy'가 '사랑'이나 '달콤한 성공'의 유혹을 노래한 곡이라는 주장도 나름 설득력이 있다. 심지어 신을 향한 맹신 등 그릇된 신념을 비판한 노래라는 주장도 아주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어쩌면 'Crazy'는 죽는 순간까지 그 정확한 의미를 깨우치지 못할 삶 자체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혹시 모두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정상이고, 자신의 온전함을 흔들림 없이 믿는 이들이 실상 미친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떠올리게 한다.

'Crazy'의 뮤직비디오처럼, 노랫말처럼, 우리네 삶은 그야말로 의문투성이다.

* 음악적으로 'Crazy'는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oe) 감독의 스파게테 웨스턴 '달러 3부작'(Dollars Trilogy)과 음악을 담당한 엔니오 모리코네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또한 이 곡은 지난 1968년 영화 <비바 장고(Viva! Django)>(장고의 속편) 수록곡인 'Last man standing'의 샘플을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주요 멜로디와 코드 구조까지 빌려왔다. 'Last man standing'은 지앙 피에로 레베르베리(Gian Piero Reverberi)와 지앙프랑코 레베르베리(Gianfranco Reverberi) 형제의 작품이다.

 

I remember when, I remember, I remember when I lost my mind 
There was something so pleasant about that place 

Even your emotions had an echo 
In so much space 


난 기억해, 기억해, 내가 미쳤을 때를 기억해
그곳엔 무언가 매우 즐거운 분위기가 있었어
너의 감정들마저도 메아리로
그 넓은 델 가득 메우곤 헸었지


And when you're out there without care 
Yeah, I was out of touch 
But it wasn't because I didn't know enough 
I just knew too much


태평스럽게 아무 대책 없이 떠돌 적에
그래, 난 동떨어진 상태였지
하지만 그건 내가 무지해서가 아니야
오히려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Does that make me crazy? 
Does that make me crazy? 
Does that make me crazy? 
Probably 


그렇다면 내가 미친 건가
내가 미친 건가?
내가 미친 건가?
아마도


And I hope that you are having the time of your life 
But think twice, that's my only advice 
Come on now, who do you, who do you, who do you, who do you think you are? 
Hahaha... bless your soul 
You really think you're in control 


지금 네 인생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야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봐, 그냥 내 충고일 뿐이야
제발, 네가 도대체, 네가 도대체, 네가 도대체 뭔데?
하하하... 행운을 비네
넌 지금 잘 해내고 있다 생각하지


Well, I think you're crazy 
I think you're crazy 
I think you're crazy 
Just like me


근데, 내 생각에 넌 미쳤어
넌 미쳤어
미쳤다고
나처럼


My heroes had the heart to lose their lives out on a limb 
And all I remember is thinking, I want to be like them 
Ever since I was little, ever since I was little it looked like fun 
And it's no coincidence I've come 
And I can die when I'm done 


나의 영웅들은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만한 용기의 소유자들이었지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걸 기억해
아주 어릴 적부터, 아주 어릴 적부터 그게 재미있어 보였어
내가 이렇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야
어차피 다 끝나면 죽는 거지


Maybe I'm crazy 
Maybe you're crazy 
Maybe we're crazy 
Probably 


아마도 내가 미쳤나봐
아마 너도 미쳤나봐
우리 모두 미쳤나봐
아마도

 

“I remember when I lost my mind.”에서 'to lose mind'를 직역하면 '정신을 잃다'가 된다. 즉 '미치다'란 뜻인데, 대부분 이 의미로 쓰인다. 화가 치밀어 올라 '이성을 잃다'라고 할 때도 'to lose mind'를 쓸 수 있다. 두 가지 경우를 예를 들어 살펴본다.

1. Help me! I think I'm losing my mind. (도와줘요. 나 지금 미칠 것 같아요.)

2. I almost lost my mind when I found about my wife's infidelity. (아내가 바람피우는 걸 알았을 때 거의 이성을 잃을 뻔했다.)

“There was something so pleasant about that place.”에서 'place' 대신 'phase'가 들어가는 가사버전을 드물게 볼 수 있다. 이 노래의 경우에 한해 두 단어 중 어떤 걸 사용해도 크게 의미가 달라지는 건 아닌 듯하다. 만약 'phase'를 쓴다면 '그곳' 대신 '그때', 또는 '그 시기' 정도가 되겠다.

“When you're out there without care.”에서 'without care'는 형용사로는 주로 '대책 없이 태평스러운', 또는 '근심걱정 없이 속 편한'이란 뜻의 'happy-go-lucky'와 'carefree', 부사인 경우는 '부주의하게'란 의미의 'carelessly'와 의미가 흡사한데 자주 쓰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without care'가 '도움 없이', '관심 없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보험이 없이'란 뜻으로 'without (health) care'를 쓰기도 한다.

빈번하게 사용되는 'out of touch'는 '...와 관계가 끊어지다', 또는 '...와 더 이상 연락하지 않다' 정도의 의미로, 반대말로는 'in touch'를 들 수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를 들어 보자.

1. I've been out of touch with my ex-wife for so long that I don't even remember her name any more. (난 전처와 연락한지 너무 오래 돼서 그녀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2. You're so out of touch with reality. (넌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3. Let's stay out of touch with each other. (우리 서로 연락하지 말고 지내자.)

'Think twice'는 '(신중하게) 재고하다', 혹은 더 나아가 '망설이다'란 뜻도 있다. 밥 딜런(Bob Dylan)의 히트곡 중 'Don't think twice, it's alright'이란 노래가 있다. “신경 쓰지 마, 별 거 아니니까.”란 의미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Think twice before proposing to her. (그녀에게 프러포즈하기 전에 잘 생각해봐라.)

2. You should think twice before getting tattooed. (문신을 새기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라.)

3. Teenagers must think twice about having sex. (십대들은 성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My heroes had the heart to lose their lives out on a limb.”에서 'out on a limb'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또는 '위험을 무릅쓰고' 등의 의미로 미국에서 19세기 말부터 쓰기 시작한 표현이다. 과일을 딸 때 나무의 몸통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가지가 부러질 위험을 더 크게 느끼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누군가, 아니면 어떤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거나 위험한 상황에 노출케 하는 것으로 위인들의 이타적 행동을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한다. 다수와 다른 의견을 내거나 예측을 할 경우에도 이 표현을 쓸 수 있다. 두 가지 예를 든다.

1. He went out on a limb and risked his life for his country. (그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을 던졌다.)

2. I'm going out a limb and say your husband is the culprit. (아무도 동의하지 않겠지만 난 네 남편이 범인이라고 말할래.)

소울 듀오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의 그룹명은 여러 유명인사 이름 중 몇 개의 스펠링을 약간 바꿔 가상을 캐릭터를 만들어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됐다. 예를 들어 찰스 황태자를 'Prince Gnarls', 밥 말리를 'Bob Gnarley' 등으로 개명하는 것이다. 최종 확정된 'Gnarls Barkley'는 미국 NBA 선수 출신으로 명예의 전당 멤버이며 현재 중계해설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찰스 바클리(Charles Barkley)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필자 약력>

동서대 임권택 영화영상예술대학 교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각본

방송 <접속! 무비월드 SBS>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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